UPDATED. 2024-04-29 17:15 (월)
뮤지컬 '고래고래' 이정화, 유리멘탈 깨트리고 강인한 디바로 [인터뷰]
상태바
뮤지컬 '고래고래' 이정화, 유리멘탈 깨트리고 강인한 디바로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10.11 18: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용원중기자] 뮤지컬 샛별 이정화(27)가 ‘현실’에 키스했다.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체스’에서 국경을 초월한 사랑에 온몸을 던진 강인한 여성 플로렌스로 극을 주도했던 이정화는 네 친구의 우정과 사랑을 다룬 창작뮤지컬 ‘고래고래’(11월15일까지·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반전 매력을 폴폴 날린다.

방송국 CP의 강요로 무명밴드의 도보 음악여행에 합류하게 된 PD 혜경은 까칠하지만 음악에 빠져들면서 따스하게 변화하는 인물이다.

 

◆ 여행과 음악의 힐링뮤지컬 ‘고래고래’에서 까칠한 PD 혜경 변신

‘고래고래’는 국내 최초로 기획 단계부터 영화 개봉과 뮤지컬 오픈을 동시에 계획한 작품이다. 고교 시절 밴드 동아리였던 영민, 호빈, 민우, 병태가 성인이 돼 각자의 삶을 살다가 오랜 꿈이었던 ‘자라섬 밴드 페스티벌’에 지원한 뒤 목포에서 자라섬까지 여행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톱스타 손호영, 정상윤, 한지상, 김재범, 이창민(2AM), 김정모(트랙스), 허규, 김신의 등이 출연하고 있다.

공연 시작부터 커튼콜이 끝날 때까지 150분의 러닝타임 동안 5인조 라이브 밴드,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이정화를 지난 7일 공연장 로비 카페에서 만났다.

“다른 뮤지컬과 달리 ‘1, 2막 다음 커튼콜’로 불릴 정도로 콘서트장 분위기에서 함께 뛰며 즐기기에 관객 호응이 크더라고요. 스트레스 풀러 오신다고들 하시고요. 많은 분들이 관람 전 ‘이정화 색깔에 맞을까’ 우려하셨는데 ‘괜찮다’는 반응을 보여줘 기쁘고요.”

극중 전 남자친구에게 버림받은 심정을 술주정에 가까운 노래로 풀어낸 ‘가줄래’를 부를 때, 일상에 지쳐 날이 서있던 혜경이 밴드 멤버들의 우정에 동화되며 삶의 위안을 얻게 될 때 관객은 여리고 고운 이미지로 무대를 누볐던 이정화를 기억에서 딜리트했다.

그간 이정화는 클래시컬 대작의 주조연, 앙상블을 섭렵했다. ’체스‘를 분기점으로 여주인공 반열에 오른 이정화가 남자배우 4명이 주인공인 데다 소화할 넘버가 몇 곡 되지 않는 작품에 출연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배우 겸 공연 프로듀서 김수로의 ’강추‘ 때문이다.

▲ 창작뮤지컬 '고래고래'의 무대 장면

’체스‘ 공연에 초대했을 당시 김수로는 “우리 작품을 통해 네가 어떤 배우인지 확인해보고 싶다. 좋은 배우인 것 같아서 같이 작업해보고 싶었다”는 말을 건넸다. 그의 추천을 일단 믿고 ’고래고래‘에 합류했다.

“시대극과 사극에서 여리고 고운 인물을 주로 연기했기에 혜경처럼 현실적이고 디테일이 살아 있는 캐릭터는 처음이에요. 창작뮤지컬이다 보니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점도 재미나고요. 너무너무 하길 잘 했단 생각이 들어요.”

◆ 노래 좋아하던 경주 소녀, 뮤지컬에 꽂히다

경상북도 경주 태생인 이정화는 학창시절 교회를 다니면서부터 노래와 함께 살았다. 그러다가 창작뮤지컬 ‘명성황후’를 본 뒤 뮤지컬 배우를 하려면 성악을 필수로 해야 하는 걸로 확신했다. 부모님도 성악과를 권유해 대구 계명대 성악과에 진학했고, 2학년부터 연극예술과를 복수 전공했다.

성악과 학생이 연극예술 수업을 열성적으로 들어 지도 교수가 대구시립극단을 소개해줘 객원 활동을 했다. 졸업 무렵인 2010년 창작뮤지컬 ‘투란도트’ 오디션에 합격해 뮤지컬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뮤지컬계에서 성악과 출신 배우에 대한 선입견은 바로 ‘연기는 잘 못할 거다’이다. 이정화는 대학시절부터 연극을 해왔기에 그런 잣대에 대한 부담은 별반 느끼지 못했다. 대신 “성악을 전공했는데 연기력이 탄탄하네”란 놀라운 반응을 접하곤 했다. 일찌감치 투자한 배당금을 챙긴 셈이다.

 

‘투란도트’ 이후 서울로 올라와 ‘햄릿’의 앙상블과 오필리아의 친구 헬레나 커버(주연 연기자의 대역)를 동시에 맡다가 운 좋게도 오필리아로 8회 출연했다. 당시 햄릿으로는 박은태가 출연했다. 이후 3~4년간 EMK뮤지컬컴퍼니 작품에서 앙상블과 커버를 하면서 무대와 배우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갔다. 마침내 ‘몬테 크리스토’에서 첫 배역인 발렌타인에 캐스팅돼 몬테 크리스토 역 류정한과 공연했다.

바다와 차지연이 도발적 여인 카르멘을 연기한 ‘카르멘’에선 호세의 약혼녀인 단아한 숙녀 카타리나를 임혜영과 함께 맡았다. 이 작품 이후 1년간 작품을 쉬며 칼을 간 뒤 ‘체스’로 당당하게 복귀했다.

“이나영 음악감독님이 ‘너의 호흡, 연기, 노래에서 카타리나가 나오나 분명 카르멘도 있다. 카르멘을 끌어내려면 멘탈이 강해져야 한다’고 용기를 주셨어요. 본격적인 보컬 훈련을 받으며 두려움과 부담이라는 콤플렉스를 털어냈어요. 나를 믿어주고 사랑하는 게 중요함을 깨달았고요. 그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강인한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게 됐죠. 지인들이 ‘체스’를 보고나선 소리결도 달라지고, 힘이 많이 붙었다고 말해주더라고요.”

◆ 롤모델...1세대 디바 이정화, 대세 여배우 전미도

뮤지컬 배우 이정화에게 중요한 2명의 선배 디바가 있다. 이름이 같은 1세대 뮤지컬 여배우 이정화와 연극·뮤지컬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는 전미도다.

“한때 공연계 관계자 분들이 헷갈려할 수 있으니 이름을 바꿀 것을 권유했으나 그냥 지내기로 했어요.(웃음) ‘작은 정화’로 불리곤 해요. 이정화 선생님이 여전히 열심히, 멋있게 활동하시는 걸 보면 감탄이 나오곤 해요. 자기 관리의 소산이지 싶어요. 전미도 배우는 무대 위에서 너무 사랑스러워요. 툭툭 대사처리를 하는데 설득력 있게 마음에 와 닿아요. ‘나, 노래해요’가 아리나 말하듯이 노래를 하는 점이 부럽고요. 연극 ‘메피스토’에서 악마 역을 맡아 목이 상하는데도 도전하는 모습을 배우고 싶어요.”

 

이정화에게선 ‘자기 관리’, 전미도로부터는 ‘화려한 배우가 아니라 은은하게 여운을 주는 배우’의 힘을 배웠다.

“여배우도 서른 이후부터 배역이 풍성해지거든요. 저도 이제 시작 아닐까요. 모성애를 표출할 수 있는 ‘미스 사이공’의 킴, 내 안의 열정을 불사를 ‘카르멘’의 카르멘, 연약함 속에 강인함이 드러나는 ‘번지점프를 하다’의 태희 그리고 저를 뮤지컬로 이끌었던 ‘명성황후’의 명성황후에 꼭 도전해보고 싶어요.”

[에필로그] 이정화는 신라시대 대문장가인 고운 최치원 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창작 뮤지컬 '최치원'(10월15∼16일·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최치원(임강성)의 연인인 당나라 객장 애란으로 출연한다. 고향인 경주문화재단이 ‘실크로드 경주 2015’ 개최를 기념해 제작하는 뮤지컬이다. 이현규 연출은 이정화에게서 당찬 면이 보인다며 여장부 애란을 맡겼다. 공연이 없는 날엔 등산, 독서를 하며 고요함을 찾는다. 그녀에게 있어 현재 배우는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게 하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