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01 11:14 (금)
'페더러-조코비치 인정' 정현, 다음 목표는 니시코리-프랑스오픈
상태바
'페더러-조코비치 인정' 정현, 다음 목표는 니시코리-프랑스오픈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8.01.27 07: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호주오픈 4강이라니. 정현(22·한국체대) 덕분에 한국은 테니스로 물들었다. 꿈같은 2주였다.

정현의 돌풍은 부상과 기권으로 마감됐다. 26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2018 호주오픈 남자단식 4강전이 다소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 16강전에서부터 오른발에 물집이 잡혔던 정현이다. 2세트 게임 스코어 1-4로 뒤진 상황, 왼발에도 무리가 가면서 메디컬 타임을 신청했고 결국 머지않아 경기를 접었다. 운동 좀 해본 이들이라면 잘 안다. 물집이 터지면 걷는 것조차 고통이라는 걸. 그토록 바랐던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와 일전을 중단해야 할 만큼, 더 이상 진통제가 듣지 않을 만큼 정현은 모든 걸 쏟아 부었다.
 

가히 센세이션이었다. 정현 경기가 있는 날 대형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테니스 관련 키워드가 장악하는 진풍경이 나왔다. 남녀노소 불문 테니스 룰, 테니스 규칙, 어드밴티지(AD), 점수 계산, 타이브레이크, 다운 더 라인, 더블폴트 등을 공부했다. “축구, 야구 국가대항전 있을 때 시켰던 치킨을 난생 처음 테니스 보며 뜯었다”는 누리꾼의 댓글이 보였다.

지난해 11월 귀국 인터뷰에서 수영 박태환,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같은 선수들과 비교되는 걸 두고 “감사할 따름이다. 아직 테니스는 비인기 종목”이라고 자신을 낮췄던 그는 이제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박찬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박지성, 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LPGA) 박세리 같은 개척자로 자랐다. 테니스 아카데미에 자녀를 등록하려는 부모들의 전화가 급증했다는 소식은 향후 ‘정현 키즈’의 탄생을 예고한다.
 

정현의 후원사 삼성증권과 라코스테는 잦은 로고 노출에 쾌재를 불렀다. 기아자동차가 호주오픈 메인스폰서란 사실도 조명됐다. 테니스 불모지인 한국에서 정현 한참 전 메이저대회 16강에 합류했던 이덕희 여사(1981)와 레전드 이형택(2000, 2007, 이상 US오픈)도 자주 언급됐다.

정현의 상대인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테니스 샌드그렌(미국), 로저 페더러 등도 덩달아 이름을 알렸다. 특히 라파엘 나달(스페인), 앤디 머레이(영국)와 테니스계 ‘빅4’로 오래 군림한 조코비치와 페더러는 “정현이 톱10에 들 충분한 자질을 지녔다”고 극찬, 그간 테니스를 전혀 몰랐던 이들에게도 호감을 샀다.

호주오픈은 프랑스오픈, US오픈, 윔블던과 더불어 테니스에서 가장 큰 대회로 그랜드슬램이라 불린다.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8강, 4강에 오른 정현은 58위였던 랭킹을 20위권으로 끌어 올릴 전망이다. 이형택의 36위 추월은 확실해 보인다. 단식 4강 88만 호주달러(7억5600만 원)에 복식 16강 4만9000 호주달러(4200만 원) 등 이번 대회를 통해서만 상금 8억 원을 확보, 통산 26억 원으로 이형택의 누적상금 225만7901 달러(24억 원)를 이미 넘어섰다.
 

정현은 이제 랭킹 24위 니시코리 케이(일본)의 2014 US오픈 준우승, 마이클 창(대만계 미국)의 1989 프랑스오픈 우승 등을 바라보고 뛴다. 2016 리우 올림픽 남자단식 동메달리스트로 2015년 랭킹 4위까지 올랐던 니시코리는 30대를 앞두고 손목부상으로 고생하며 내리막을 탔다. 무섭게 치고 올라가는 정현이 이제 아시아 테니스의 아이콘이라 해도 무방하다.

오는 5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는 롤랑가로스(프랑스오픈)는 정현에게 기회다. 푸른 하드코트였던 호주오픈과 달리 프랑스오픈은 붉은 클레이코트에서 진행된다. 흙바닥에서는 바운드가 덜 먹어 미국, 유럽 등 덩치 큰 선수들이 때리는 강서브의 위력이 감소된다. 랠리를 길게 가져갈수록 포인트를 획득하는 경우가 많았던 '수비의 달인' 정현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요소다.
 

클레이코트에서 성과를 낸 적도 있다. 지난해 4월 바르셀로나 오픈에서 랭킹 1위 라파엘 나달과 붙어 1세트를 타이브레이크까지 끌고 갔다. 프랑스오픈에선 니시코리 케이와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두 차례 다 패배였으나 톱 랭커들을 긴장하게 한 명승부였다.

호주오픈 준결승 진출로 기량, 자신감을 키운 정현이라면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정현은 메이저대회 우승 횟수 19회의 페더러, 12회의 조코비치가 공인한 차세대 선두주자다. 군대 문제도 해결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복식 금메달로 병역면제 혜택을 받았다. 건강하다면 앞날은 창창하다.

바야흐로 '정현 시대'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