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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정지석-'입대' 김규민, 대한항공을 정상에 올릴까 [남자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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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정지석-'입대' 김규민, 대한항공을 정상에 올릴까 [남자배구]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2.17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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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프로배구 남자부 인천 대한항공은 리그 5라운드가 한창인 현재 서울 우리카드와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모두가 비장하지만 유독 두 사람이 눈에 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상(MVP)의 주인공 윙 스파이커(레프트) 정지석(25)과 입대를 앞둔 미들 블로커(센터) 김규민(30)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도드람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홈경기에서 의정부 KB손해보험을 세트스코어 3-0 완파했다.

7연승 달성의 중심에 정지석이 있었다. 지난달 2020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부진한 뒤 슬럼프에 빠졌던 그가 각성해 다시 훨훨 날아오르고 있다. 3월 입대가 확정된 김규민과 함께 팀에 남다른 투지를 불어넣고 있다.

정지석(왼쪽 세 번째)과 김규민(오른쪽 두 번째)의 각오가 남다르다. [사진=KOVO 제공]

정지석은 이날 블로킹 7개, 서브에이스 3개, 백어택 4개 등 23점을 거두며 개인 4호 트리플크라운(서브·블로킹·백어택 3득점씩 이상)을 달성했다. 블로킹 7개는 정지석의 한 경기 최다 블로킹 신기록이다. 이날 공격성공률은 무려 72.22%(공격효율 66.67%), 리시브효율도 46.15%에 달했으니 완벽한 활약이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 후 정지석은 “개인적인 것도 신경을 많이 썼지만, 승점 3을 얻는 게 중요해 팀을 위해 훈련했다”며 “예전에 내가 잘 안 됐을 때는 잘하고 싶어서 팀을 뒷전에 두기도 했는데, 반대로 팀을 위해 하니까 개인 기록도 따라왔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를 수상하며 V리그를 대표하는 레프트로 완전히 자리 잡았지만 올림픽 최종예선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총 4경기를 치렀는데 40점(공격성공률 43.59%)에 그쳤다. 특히 이란과 준결승에서 6점(공격성공률 29.41%)에 머물렀고, 한동안 ‘나 때문에 졌다’는 자책감을 지우지 못했다. 후반기 초반 후유증에 시달리는 듯 부진했다.

그는 “올림픽 예선을 다녀온 뒤 박기원 감독님께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와주셨다. 피드백을 많이 해주셨는데, 말씀을 계속 해주셔도 잘 안 되니까 감독님께서 오히려 내가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말씀을 안 하셨다”고 돌아봤다.

정지석은 “그때 ‘내가 이 지경까지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력은 많이 했다. 마인드컨트롤도 하고, 매일 잘했을 때의 영상을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고 고백했다.

얼리드래프티(대학 졸업 전 프로 진출) 출신의 패기는 어느새 에이스의 부담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지표만 놓고 보면 여전히 리그 톱 수준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득점 8위(394점), 공격성공률 2위(55.85%), 리시브 3위(46.78%)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으로 위축됐다. 팀에서 본인에 거는 기대치를 잘 알고 있다. 스스로 갖고 있는 책임감은 물론 체력적인 부담도 한 몫 했을 터다.

그는 “예전에는 자신감이 있으니 안 돼도 ‘별거 아냐’ 하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쫓기듯 불안 증세가 와서 새벽 3∼4시에도 일어났다”고 토로했다. 이어 “남들 앞에서는 괜찮은 척했다. 옛날에는 자신감이 있어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내 플레이를 못 보여주니 자신감이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부진한 뒤 후유증에 시달렸던 정지석이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사진=KOVO 제공] 

정지석이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의 채찍질도 있지만 동료들의 헌신과 따뜻한 시선 덕이기도 하다. 그는 “나이가 많은 한선수, 곽승석 형이 내가 안 될 때 너무 잘해줬다. 입대를 앞둔 김규민 형도 군대 가기 전까지 놀거나 쉬지 않고 열심히 해주는데 나만 이래서 미안했다”고 설명했다.

또 “코치진도 마음을 써주시고 팬들도 안타까워해서 쓴 소리를 많이 하셨다. 아버지도 ‘괜찮냐’고 물어보셨다. 다들 동정심을 갖고 지켜봐주시니 간절해졌다”며 “어느 순간 마음가짐이 바뀐 게 아니라 서서히 그렇게 됐다”고 부연했다.

3월 2일 입소하는 김규민의 각오 역시 남다르다. 주전 센터로서 통합우승 달성에 앞장서고 싶지만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어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기만 하다. 

지난 9일 우리카드와 맞대결에서 블로킹 6개 포함 12점을 올리며 ‘승점 6짜리’ 매치업에서 승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양 팀에서 가장 많은 블로킹이었다.

김규민은 우리카드전을 마친 뒤 “(입대가 다가오니)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르는 느낌”이라며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에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군대 가기 전 철이 들어 그렇다”며 “입대 전까지 매 시합 최선을 다해주고 있어 매우 고맙다”고 했다. 또 "우리 선수들이 어떻게든 지는 것을 못 견딘다. 승부사 기질이 있다"며 두터운 신뢰를 나타냈다.

한선수는 인터뷰실에서 “나는 입대 전날까지도 훈련했다. 김규민도 배구에 뜻이 있는 선수니까, 그렇게 하지 않을까”라는 농담을 던졌고, 김규민은 “나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지석은 1위를 탈환한 뒤 “(김)규민이 형 군대 가기 전 1등을 해서 좋다”며 기뻐했다.

김규민은 현재 블로킹 2위(세트당 0.725개), 속공 1위로 팀 중앙을 책임지고 있다. 입대 전 19일 수원 한국전력, 28일 대전 삼성화재와 2경기가 남아있다. 선두 우리카드(승점 61)와 승점 2 뒤진 대한항공은 중하위권을 상대로 매 경기 승점 3씩 확보한 뒤 6라운드에서 역전을 노린다. 정지석과 김규민이 보여줄 시너지에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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