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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홈런왕 '헐크'가 미국 홈런왕 故 '행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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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홈런왕 '헐크'가 미국 홈런왕 故 '행크'에게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1.01.2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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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한국의 홈런왕 ‘헐크’ 이만수(63)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이 세상을 떠난 미국의 홈런왕 행크 에런을 추모했다.

지난 23일(한국시간) 86세 일기로 숨진 행크 에런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숱한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통산 홈런 2위(755개), 최다 올스타 선정(21회), 최다 루타(6856개), 빅리그 역사상 최초로 500홈런과 3000안타를 동시 달성한 슈퍼스타다. 개인 통산 홈런은 배리 본즈에 뒤지지만, 이후 본즈가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알려져 에런을 '진짜 홈런왕'이라 여기는 이들이 대다수다.

한국프로야구 KBO리그에서 1호 안타‧타점‧홈런, 최초 100‧200홈런 기록을 보유한 19080년대 홈런왕 이만수 이사장은 25일 “에런은 나와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면서 프로야구 원년이었던 1982년의 만남을 소개했다.

행크 에런(오른쪽)이 이만수의 손을 잡고 타격 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만수 이사장 제공]

에런은 생전 두 차례 내한했다. 1982년 8월과 10월이었다. 이만수 이사장은 “8월에 홈런레이스를 벌였고 10월엔 삼성그룹에서 에런과 팀(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을 초청해 이벤트 경기도 했다”고 추억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에런은 삼성 선수단에 타격 지도를 하고, 한국야구 관계자들에게 리그 운영과 관련한 조언을 건넸다. 두 달 뒤엔 애틀랜타 산하 마이너리그팀을 이끌고 한국을 다시 찾아 삼성, OB 베어스 등과 7차례 친선경기도 치렀다. 판문점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이만수 이사장은 “중학교 시절 AFKN을 통해 행크가 백인들 틈에서 멋지게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며 “프로야구가 탄생했지만 여전히 아마추어 때를 벗지 못한 시절, 야구를 시작하고 늘 동경했던 선수와 함께 홈런레이스를 하고 개인 지도까지 받아 꿈같은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에런의 질문 세례에 놀랐다는 게 이만수 이사장의 추억이다. “에런은 통역을 통해 ‘왜 공이 뜨지 않고 땅볼이 많이 나온다고 생각하느냐’고 계속 질문했다”며 “한 번도 지도자가 ‘왜?’라고 묻지 않았던 시절이라 당황스럽고 신기했다”고 말했다.

행크 에런(왼쪽)이 삼성 선수단의 타격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일본야구 영향을 많이 받던 시절 다운스윙을 하던 내게 왜 레벨스윙을 해야 하는지 시범을 보이며 천천히 설명해줬다”며 “땅볼을 많았던 내게 볼 맞추는 포인트를 왼발 앞에 두고 치라 했는데 그 작은 팁 하나가 이후 타격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회상했다.

SK 와이번스 감독에서 물러난 뒤 나누는 삶을 실천 중인 이만수 이사장이다. 라오스, 베트남 등 야구가 생소한 동남아시아를 찾아 인프라를 구축하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재능을 기부한다. 아마추어들이 기피하는 포지션인 포수의 기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딴 시상식도 만들었다.

이만수 이사장은 “행크를 존경하는 건 뛰어난 실력뿐 아니라 사회에 나와서도 항상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평생을 살았기 때문”이라면서 선행하는 삶에 행크 에런이 상당한 자극을 줬음을 시사했다.

에런이 숨지자 현역 최고의 선수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이 “그를 보며 '경기장 안팎에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가 “기록상으로도 대단하지만, 에런의 인성과 진실성은 더 대단했다”고 추모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만수 이사장은 “백인의 전유물 같은 MLB에서 흑인으로 얼마나 힘들었을까. 멘탈이 참으로 강했으리라 생각한다. 악조건 속에서 굴하지 않고 최고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이 노력하고 인내했을까”라며 “흑인 인권운동과 사회봉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그가 차별도, 아픔도 없는 곳에서 편히 쉬기를 바란다”고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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