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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어불성설, 팬과 약속은 어디로?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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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어불성설, 팬과 약속은 어디로? [기자의 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9.17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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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어불성설. 말이 일관되지 않아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KBO리그(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말이 앞뒤가 다르다. 

홍원기(48) 키움 감독이 방역수칙 위반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징계 중인 한현희와 안우진을 올 시즌 안으로 복귀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달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둘이 올해 안에 그라운드를 밟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던 홍 감독이 불과 한 달여 만에 손바닥 뒤집듯 결정을 번복했다.

홍 감독은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1 신한은행 쏠(SOL) 프로야구 홈경기 앞서 "한현희와 안우진을 선수단에 합류시키려 한다"고 밝혔다.

지난 8월 10일 같은 자리에서 "화가 나는 단계를 넘어 참담한 심정"이라며 "한현희와 안우진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징계와 구단 자체 징계가 끝나도 (올해 안으로) 그라운드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던 것과 배치된다.

홍원기 키움 감독이 한 달여 만에 자신의 결정을 번복했다. [사진=스포츠Q(큐) DB]
홍원기 키움 감독이 한 달여 만에 자신의 결정을 번복했다. [사진=스포츠Q(큐) DB]

한현희와 안우진은 지난 7월 KT 위즈와 방문경기를 위한 수원 원정 기간 도중 숙소를 무단이탈, 서울의 한 숙소를 방문해 외부인과 술자리를 가졌다. 주현상, 윤대경(이상 한화 이글스)도 함께 있었으니 수도권에 발효된 거리두기 4단계 지침인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도 위반했다.

KBO는 상벌위원회를 열고 한현희와 안우진에게 36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500만 원을 부과했다. 구단도 자리를 주도한 한현희에게 15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1000만 원, 안우진에게 제재금 500만 원 자체징계를 내렸다.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 NC 다이노스 박민우, 박석민, 권희동, 이명기가 원정 숙소에서 외부인과 술판을 벌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밝혀진 사건이다. NC에서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전반기가 조기 중단됐는데, 면밀히 살펴보니 방역수칙을 어긴 선수들이 역학조사 과정에서 거짓 진술까지 한 사실이 알려졌다.

며칠 지나지 않아 한현희와 안우진도 비슷한 시기 방역수칙을 위반했음이 드러나 팬들의 공분을 샀다. 특히 한현희는 이 사건을 계기로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야구 대표팀 최종명단에서 빠지기까지 했다.

키움은 KBO 징계가 발표된 후 16일 한화전까지 31경기를 치렀다. 키움이 홍 감독 말대로 두 선수를 일찌감치 엔트리로 불러들인다면 자체 추가 징계를 받지 않은 안우진은 추석 연휴가 끝나는 대로 돌아올 수 있고, 한현희도 10월부터 출전이 가능하다.

홍원기 감독은 후반기 시즌 구상에서 한현희와 안우진을 배제했지만, 외국인선수 브리검마저 가정사로 미국으로 떠난 뒤 돌아오지 못하게 되면서 선발진 운용에 애를 먹고 있다. 넓게는 8위 롯데 자이언츠까지 중위권 경쟁에 가세한 상황에서 창피함을 무릅쓰고 스스로 내린 결정을 뒤집었다. 결국 성적을 위해 팬들과 약속을 저버린 꼴이다.

키움은 안우진에 대해 "선배 권유에 의한 점, 음주를 자제한 점 등을 참작했다"며 징계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br>
안우진은 추석 연휴가 끝나는 22일 부로 징계가 끝나 23일부터 마운드에 설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키움은 현재 56승 2무 53패로 4위 NC(52승 4무 49패)와 승차 없이 승률에서 뒤진 5위다. 선발 로테이션이 붕괴됐음에도 트레이드를 통해 LG 트윈스에서 정찬헌을 데려오고, 조상우의 보직을 변경하는 등 기지를 발휘, 5할 승률을 유지해왔다. 

홍 감독은 "논란이 불거졌을 때 두 선수를 올 시즌 내 뛰게 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결정이 쉽지는 않았다"면서도 "순위 싸움을 벌이는 시기다. 선수들, 코치진, 프런트가 모두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현희와 안우진의 합류를 불허하는 게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송구스럽다. 꾸지람을 겸허히 받겠다. 감독으로서 언행에 더 주의하고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예고되는 비판을 피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관중을 받지 못해 경영난에 시달린다며 하소연 중인 야구계다. 스스로 만든 원칙을 지키지 못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시 약속을 어겨 팬들의 신뢰를 저버리게 생겼다. 

앞서 6일 한화는 같은 건으로 출전 정지 징계에 처했던 윤대경과 주현상을 복귀시켰다. 다른 구단의 선수들이 돌아왔으니 큰 무리 없는 결정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안우진은 홍 감독이 복귀를 예고한 이날 SSG 랜더스와 연습경기에 등판해 4이닝을 소화하며 '컴백'을 준비했다. 

팀을 위해서 결정을 바꾸겠다는 홍 감독 말에 어폐가 있다. 그동안 숱하게 물의를 일으켜 온 키움이 강경한 태도로 기강을 바로 세우는 듯 힘 주더니 금방 꼬리를 내렸다. 안우진과 한현희가 다른 선수들이 으레 그랬듯 '야구로 보답하기 위해' 예정보다 빨리 마운드로 돌아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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