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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118) 이승준] 생명 구한 화제의 인물, 축구 심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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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118) 이승준] 생명 구한 화제의 인물, 축구 심판의 삶
  • 스포츠잡알리오
  • 승인 2023.06.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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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아라 객원기자] 심판은 외로운 직업이다.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들은 벤치에서 지시하는 감독이나 그라운드 내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온전히 집중하게 마련이다. 심판은 빛나서는 안 되는 조연이다. 

그런데 지난달 강원도 강릉에서 진행된 2023 금강대기 전국고교축구대회에선 이례적으로 심판이 이목을 끌었다. 관중석에서 돌연 쓰러진 남성을 발견하고 경기를 바로 중단시킨 후 동료 심판들과 침착하게 대처해 생명을 살렸기 때문이다. 

스포츠잡알리오(스잡알) 미디어스터디팀 ‘스미스’가 화제의 인물 대한축구협회(KFA) 소속 2급 심판 이승준 씨를 만나 잡인터뷰를 진행했다. 고등학생 때 첫 K리그 직관을 하고선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호흡하는 심판의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는 그에게 여러 질문을 던졌다. 

이승준 축구 심판 [사진=본인 제공]
이승준 축구 심판 [사진=본인 제공]

-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대한축구협회 현역 축구심판 이승준입니다."

- 최근 국내 고교대회에서 의식 잃은 관중을 구했다고 들었어요. 자세한 상황이 궁금합니다.

“지난달에 진행한 2023 금강대기 대회 도중 관중석에서 쓰러져 있는 관중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곧바로 경기를 중단시켰고 의료진을 투입하게 시켰어요. 마침 본부석에서 대기 중이던 심판 선배님들이 제세동기를 들고 곧바로 달려와 심폐소생술을 하셨습니다. 다행히 그 관중은 의식을 찾아 일어나 구급차에 타서 인근 병원으로 가셨습니다.”

경기 중인 이승준 축구 심판 [사진=본인 제공]
이승준 심판 [사진=본인 제공]

- 심판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축구를 이해하는 능력, 규칙 이해 능력, 올바른 인성이 필요한 역량입니다. 그리고 평균적으로 한 경기당 10~12㎞ 정도 뛰기 때문에 강인한 체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선수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경기 흐름, 선수의 의도 같은 축구를 이해하는 능력이 제일 많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판정 영상을 매일 찾아보고 규칙서도 달달 외웠습니다. 체력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꾸준히 러닝,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어요.

한 가지 에피소드를 말씀드리자면, 휘슬 소리를 연속으로 잘 부는 기술이 꽤 어려워서 동네 뒷산에 가서 체력운동 겸 산을 뛰고 난 후에 항상 볼이 아프고 얼얼해질 때까지 휘슬을 불며 연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 과정도 궁금합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진행하는 신인 심판 자격증 코스를 교육 받은 후, 정해진 이론 시험과 체력 테스트를 통과하면 5급 축구 심판 자격이 주어지게 됩니다.

체력 테스트는 급수별로 기준이 다른데, 5급 기준은 40m 스프린트 6번을 뛰고, 75m를 17초 안에 달리고, 25m를 22초 걷는 것을 1세트로 총 12세트를 수행하면 통과입니다.”

- 급수 차이점, 승급 방식은요?  급수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나요?

“급수에 따라 관장할 수 있는 경기가 나뉩니다. 

5급은 동호인 경기 주심, 부심
4급은 전문 축구 초등부 주심, 중등부 부심
3급은 전문 축구 중등부 주심, 고등부 부심
2급은 전문 축구 고등부 주심, 대학부 부심
1급은 전문 축구 대학부 주심, 일반부 주심, 부심

승급 방식은 협회에서 정한 급수별 연차와 함께 경기 수를 채운 후 서류, 이론, 체력, 실기 평가 4가지 항목을 모두 통과하면 됩니다. 강제로 급수가 떨어지는 것은 없고, 5급으로 하향 신청을 해 활동할 수는 있습니다.”

- 심판 선발 공지는 어디에서 확인해야 하나요?

“Join KFA 사이트에 들어가셔서 5급 심판 자격증 코스 일정이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없고 시도협회 별로 다르게 진행하기 때문에 선발 주기가 각각 다릅니다. 심판만이 따로 사용하는 사이트나 커뮤니티 채널도 아직 없기 때문에 직접 관심을 갖고 항상 찾아봐야 합니다."

이승준 축구 심판 [사진=본인 제공]
이승준 축구 심판 [사진=본인 제공]

- 직업 특성상, 장거리 출장 경우가 잦지 않나요? 대회는 1년에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맞습니다. 대회가 보통 지방에서 열리기 때문에 대회 동안 협회에서 제공하는 숙소에서 지내야 합니다. 배정에 따라 횟수가 다르지만 저는 항상 계절별로 1번 이상은 꼭 가는 것 같습니다. 직업 특성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에게는 큰 메리트인 것 같아요. 먹는 걸 좋아하는 저는 대회 개최 장소에 가면 항상 그 지역에서 유명한 맛집을 한 곳 이상 꼭 갔다 오곤 합니다.”

- 심판도 사람이죠. 오심할 때는 어떻게 대처하나요?

“일단 해당 팀에게 엄청 미안해합니다. 하지만 보상 판정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지나간 상황에 대해서는 돌릴 수가 없죠... 경기 끝나고 스스로 영상을 보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새깁니다. 그리고 다음 경기에 들어가기까지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아요.

물론 아직 그런 경험은 없지만 심각하고 중대한 사항일 경우 협회에서 징계받을 수도 있습니다."

- 인공지능(AI)이 심판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경기장 내에서 인간이 가까이서 직접 해야 하는 일, 고려해야 하는 여러 부분, 저희가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AI가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심판이 AI를 이용하면 더 긍정적인 부분들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합니다."

이승준 축구 심판 [사진=본인 제공]
이승준 축구 심판 [사진=본인 제공]

- 가장 인상 깊었던 경기, 가장 최악이었던 경기는 어떤 경기인가요?

“양 팀 지도자, 선수들이 모두 감사하다고 수고하셨다며 악수하고 인사하면서 끝날 때가 가장 인상 깊고 뿌듯한 것 같습니다.

최악인 경기는 아무래도 판정, 운영적으로 스스로 많이 실망스러울 때인 것 같습니다. 이런 경기를 할 때면 정말 심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 본인만의 루틴이 있나요?

“항상 공에 있는 마크에 입맞춤을 해요. 심적으로 안정되고 편안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경기 들어가기 전 워밍업 때는 항상 육상 선수들이 하는 몸풀기 동작과 동적 스트레칭을 합니다.”

개인 운동 중인 이승준 축구 심판 [사진=본인 제공]
개인 운동 중인 이승준 축구 심판 [사진=본인 제공]

- 심판들은 제2의 직업을 가진 분이 많던데 그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요?

"대부분의 심판이 본업과 심판을 병행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서죠. 심판은 월급 및 연봉제가 아닌 경기를 뛰어야 받는 수당제로 운영이 됩니다. 이는 곧 경기를 뛰지 않으면 돈을 벌지 못한다는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다른 직업과 병행하는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 인생 목표는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선배님들이 저에게 많이 베풀어 주시고 가르쳐 주신 것처럼 저도 후배들을 챙기고 싶습니다. 높은 자리에 가서 제가 받은 것만큼 후배들에게 베풀고 또 제가 그들의 롤 모델이 되는 심판이 되고 싶습니다.”

러닝 크루에서 활동 중인 이승준 축구 심판 [사진=본인 제공]
러닝 크루에서 활동 중인 이승준 축구 심판 [사진=본인 제공]

- 축구 심판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분이시면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운동장에서 같이 호흡하고 뛸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매력적인 직업 같아요.

심판 자격증 취득은 만 15세부터 할 수 있는데 정년은 딱히 없습니다. 요즘 정말 폭넓은 연령대의 심판분들이 활동하고 계세요. 젊은 사람들도 많고 나이가 지긋하신 심판분들도 계십니다. 운동장에서 꼭 뵀으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축구 심판으로서 팬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우리 심판들도 항상 더 좋은 판정, 최선의 경기를 하기 위해 큰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다만 저희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할 수 있다는 점을 조금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심판들에게도 많은 격려와 응원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수, 편집국 통합뉴스룸 팀장 민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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