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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수호, 한국 뮤지컬 미래 풀 해답 [Q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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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수호, 한국 뮤지컬 미래 풀 해답 [Q리뷰]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7.1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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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새로운 관객 유입, 뮤지컬계의 오랜 고민이자 시장 존속 여부를 결정하는 일이다.

뮤지컬 시장이 관객 유입 문제로 고군분투할 당시 열쇠를 가져다준 첫 인물은 김준수였다. 2010년 '모차르트!' 초연으로 데뷔한 그는 3000석 규모였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전회차 전석 매진시키며 국내 뮤지컬 역사상 유례없는 흥행 역사를 썼다. 여기에 그해 열린 뮤지컬 시상식 신인상과 인기상을 휩쓸며 '뮤지컬 배우 김준수'를 각인시켰다.

김준수는 '엘리자벳', '드라큘라', '엑스칼리버', '데스노트' 등 인기 대형 뮤지컬의 시작과 함께하며 대중과 팬덤이 인정하는 뮤지컬 배우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에는 1만1835편의 작품 중 남자 배우 티켓 파워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탄탄한 입지를 자랑했다.

뮤지컬 ‘드라큘라’ 하이라이트 시연 중 배우 김준수. [사진=스포츠Q(큐) DB]
뮤지컬 ‘드라큘라’ 하이라이트 시연 중 배우 김준수. [사진=스포츠Q(큐) DB]

이후 슈퍼주니어 규현, 려욱, 하이라이트 양요섭, 비투비 서은광, 이창섭 등이 아이돌 출신을 넘어 가창력과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로 인정받았으나 김준수와 어깨를 나란히 할 판매력을 지닌 뮤지컬 배우는 탄생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민우혁, 최재림, 전미도, 김선영 등 대형 작품 주역들의 매체 진출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만 갔다. 모차르트! 10주년 공연에 오른 박강현 역시 드라마 시장으로 발을 옮겼다.

티켓 파워와 실력 두 마리 토끼를 갖춘 배우는 한정적인 시장. 차세대 배우 찾기는 뮤지컬 업계가 풀어가야 할 숙제였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 대형 뮤지컬 이끌 '뉴 리더'

모차르트!는 천재 작곡가 볼프강 모차르트의 화려한 이면에 숨겨진 가슴 아픈 생애를 다룬 작품이다. 미하엘 쿤체 극작가와 실베스터 르베이 작곡가의 협업으로 탄생했으며 1999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초연 이후 독일, 스웨덴, 중국, 일본, 헝가리, 벨기에 등 10개국에서 2400회 이상 공연돼 25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국내 초연은 올해로 13주년을 맞았다.

지난달 15일 개막한 모차르트!는 여러 의미로 숙제가 많았다. 공연은 7번째 시즌에 달했고 지난 2020년 10주년 공연 이후 새로운 관객을 대거 모을 수 있는 변화가 필요했다. 이에 공연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가 내놓은 선택은 두 가지였다. 다른 작품으로 신뢰를 쌓은 배우와 새로운 배우. 수호와 이해준은 전자에 속했고 유회승과 김희재는 후자였다.

제작사로서 이번 시즌은 도박과도 같았다. 중소극장에서 주연을 맡은 바 있으나 대극장 주연은 처음인 이해준을 EMK뮤지컬컴퍼니의 새로운 스타로 끌어올리는 데다 유회승, 김희재와는 첫 작업이었으니 쉬울리 없었다. 특히 김희재는 뮤지컬 첫 도전이었다.

설상가상 대중에게 처음으로 선보이는 프레스콜 하이라이트 시연에 두 명의 배우가 건강상의 이유로 참여하지 못했다. 하이라이트 시연에 참여한 볼프강 모차르트는 네 명의 캐스트 중 수호와 유회승이 전부. 가수 출신 배우들이 주를 이뤄 '뮤지컬 배우 없는 뮤지컬'이라는 논란에 휩싸인 작품으로서 난처한 입장이었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하지만 하이라이트 시연은 취소되지 않았다. 수호와 유회승은 프로답게 시연을 선보였다. 시연은 예정된 50분을 훌쩍 넘기고 나서야 끝이 났다. 

그중에서 눈에 띈 배우는 수호였다. 수호는 프레스콜이 진행된 당일 저녁 공연이 예정돼 있어 프레스콜 종료 2시간 뒤면 취재진이 아닌 관객 앞에 서야 했다. 볼프강 모차르트는 고음과 체력 소모가 많은 캐릭터로, 통상적이라면 당일 공연 배우의 컨디션을 위해 시연을 최소화하는 것이 맞았다. 그러나 수호는 체력 소모가 큰 넘버를 전부 도맡으며 책임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수호의 책임감은 창작진들 사이에서도 '주인 의식'으로 통했다. 수호와 '더 라스트 키스' 및 '웃는 남자' 두 시즌을 함께해 온 김문정 음악감독은 "수호 씨에게 고마움이 있다. 그 어떤 작품보다도 모차르트!에 대한 애정이 크더라. 이 작품을 맡으며 질문도 많고 연습량도 많았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열과 성을 다해줘 기뻤다"고 전했다. 이는 모차르트!가 개막 전부터 앓았던 편견을 해결할 열쇠인 동시에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주인공에 대한 단서였다.

볼프강 모차르트 역 배우 수호.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볼프강 모차르트 역 배우 수호.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 수호, 음악적 성장과 건강한 팬덤 문화

그룹 엑소(EXO) 멤버 수호는 2017년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 속 주인공 황태자 루돌프 역을 맡아 뮤지컬 배우로 데뷔했다. 당시만 해도 보컬로서 그룹 내 다른 멤버에 비해 두드러지는 행보가 없었으나 뮤지컬 무대를 발판 삼아 특유의 음색을 녹여내며 호평받았다.

그런 수호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8년 웃는 남자부터였다. 그는 웃는 남자 초재연에 참여하며 눈에 띄는 성장을 보였다. 웃는 남자를 기점으로 뮤지컬 관계자들 입가에 호를 남겼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수호는 안정적인 고음과 발성을 갖춘 것은 물론 자신의 강점인 음색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기량 발전을 이뤄냈다.

앞서 김문정 음악감독이 수호를 두고 "공연 회차를 거듭할수록 좋아지는 배우"라고 표현한 바. 그의 말대로 본공연 객석에 앉아 만난 볼프강은 하이라이트 시연을 뛰어넘는 모습이었다. 그중에서도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 '내 운명 피하고 싶어'에서 보여준 자유와 음악, 사랑을 갈망하는 애처로운 모습이 인상적이었으며, 폭발적인 고음은 말 그대로 '귀가 호강하는' 시간을 선사했다.

수호는 프레스콜 당시 볼프강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자신은 "천재가 아니"라고 말했다. 무거운 분위기를 풀기 위해 던져진 농담이었지만, 천재는 아닐지언정 노력으로 재능을 얻고 이를 성장시켜 나가는 사람임은 분명했다. 사랑 앞에 떨어진 한 송이의 눈을 표현했던 황태자 루돌프에서 더 나아가 한결 더 깊어진 감정을 표현할 줄 알았고, 처절한 운명을 읊던 그윈플렌을 넘어 극을 이끄는 지휘자로 자리했다. 모차르트!는 데뷔 7년차 뮤지컬 배우 수호의 내일이 밝게 빛나는 곳이었다.

볼프강 모차르트 역 배우 수호.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볼프강 모차르트 역 배우 수호.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이와 더불어 6년도 더 지난 수호의 첫 무대를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는 이유에는 성숙한 팬덤 문화가 있다. 뮤지컬 마니아층 사이에서 아이돌 출신 뮤지컬 배우에 대한 반감이 만연했던 시기, 수호의 팬들은 공연장 밖에서 직접 에티켓이 적힌 리플릿을 배포하는 등 행동하는 팬덤 문화를 선보였다. 이 덕이었을까. 객석은 기존 작품들보다 더 쾌적한 관람 환경을 조성했다. 모차르트!의 객석도 6년 전과 그대로였다.

마니아층은 여전히 새로운 관객층의 유입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 에티켓을 지키지 않은 관객들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례가 있기에 방어적인 태세를 갖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김희재의 뮤지컬 데뷔 소식에 따라온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공연 개막 한 달이 지난 지금 김희재를 둘러싼 '관크'(공연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행위) 우려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김희재의 팬들은 과거 아이돌 팬덤이 그러했듯 새로운 영역을 공부하고 공연 문화를 지키고자 노력했다.

수호와 유회승, 김희재뿐만이 아니다. 많은 타 장르 출신 뮤지컬 배우 팬덤이 자정 능력을 가지고 문화 존중에 나섰다. 이들은 팬덤이 아닌 뮤지컬 관객으로서 객석에 존재했다. 편견을 내려두고 이들과 함께 좋은 환경을 만들어간다면 한국 뮤지컬의 미래는 한층 더 밝아지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

모차르트!는 내달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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