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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대로 마이크 찬 손석구, '진짜 연기' 어땠나 [Q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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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대로 마이크 찬 손석구, '진짜 연기' 어땠나 [Q리뷰]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7.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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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그 섬은 이 섬이 아닌가봐요.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요. 이제 어디로 가면 될까요."

태평양 전쟁 후반기 오키나와 전투가 한창이던 1945년 4월, 군인 두 명이 적군을 피해 가쥬마루라는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로부터 두 달 뒤 전쟁은 일본의 패전으로 끝났다. 그러나 두 사람은 1947년 3월이 돼서야 땅에 발을 디뎠다. 2년 가까이 나무 위에 삶을 매단 두 사람. 소설 같은 이 이야기는 실제 일본에서 벌어진 실화다.

연극 '나무 위의 군대'는 일본 문학계 거장 이노우에 히사시가 해당 사건을 토대로 집필한 극본을 극작가 호라이 류타가 완성해 2013년 도쿄에서 초연됐다. 10년의 세월을 건너 한국에 당도한 작품은 한국 배우와 창작진의 손을 거쳐 지난달부터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서 오르고 있다.

[사진=엠피앤컴퍼니 제공]
[사진=엠피앤컴퍼니 제공]

무대에는 두 명의 군인과 한 명의 여자가 있다. 군인은 위계가 분명한 상관과 신병. 이들은 나무 위에 매달린 채 적의 동태를 살피고 구출을 기다린다. 평범한 목동 출신 신병은 군인의 명예, 신념, 자존심이 전부인 상관과 반대로 섬에 위치한 자신의 마을에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 목적. 상관은 군인답지 않은 신병의 태도가 못마땅하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군은 나타날 기미가 보이질 않고 먹을 것도 동나버린 상황. 그러던 중 신병이 적군이 버린 음식을 발견한다. 결국 음식 앞에 무너진 상관은 적군의 음식을 탐하며 자신의 삶을 지탱해 온 신념이 함께 무너져 내리는 순간을 경험한다. 이 과정을 통해 상관은 점점 길들어 가고 신념은 도태된다. 전쟁의 긴장감이 완전히 사라진 그때, 이들 앞에 예고 없던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

한껏 어두워 보이는 스토리라인과 달리 작품은 다양한 유머로 관객의 웃음보를 터치한다. 적재적소에 자리한 유머 코드는 극을 환기하며 몰입을 돕는다. 이어 웃음 끝에 찾아오는 씁쓸한 메시지는 전쟁의 아픔과 부조리를 담아낸다.

[사진=엠피앤컴퍼니 제공]
[사진=엠피앤컴퍼니 제공]

극을 이끄는 두 인물보다 눈에 띄는 이가 있으니, 바로 여자 역의 최희서다. 최희서는 그리스 신화를 전하는 여신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회상 장면 외에는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지만 화자로서 두 사람 주변을 맴돌며 극의 이해를 돕고 분위기를 주도한다. 나무 위의 군대가 전하는 예술적 풍취 9할은 최희서 몫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석구와 함께 9년 만의 연극 무대에 오른 그는 짧은 대사량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손짓으로 전달되는 안무 또한 우아하고 매력적이다. 이에 자연스럽게 최희서의 연극 무대가 더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손석구는 무난하게 녹아든다.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보여준 자신만의 스타일을 무대에 녹여냄은 물론 친근함까지 전달한다. 드라마, 영화가 익숙한 관객에게 연극을 경험시키는 면에서 아주 좋은 방식이다. 또한 연극 베테랑 김용준, 이도엽 곁에서도 동등한 에너지를 내뿜으며 극을 이끈다. 손석구가 가진 자신감은 연극 무대에서도 큰 장점으로 통한다.

[사진=엠피앤컴퍼니 제공]
[사진=엠피앤컴퍼니 제공]

다만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의 매체 연기가 연극 무대에 통할지 실험해 보겠다고 밝힌 것처럼 그의 연기는 기존 연극 문법과 다르다. 감정과 연기를 극대화해 관객 심장까지 전달하는 상대 배우들과 비교하면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는 아니지만 발성은 문제가 된다. 낮은 데시벨의 목소리가 객석까지 잘 전달되지 않는 것. 보통 연극배우라면 충분히 육성으로 채울 소극장에서 마이크를 착용하고 있음에도 그의 중얼거리는 대사는 쉽게 휘발된다.

연극은 넷플릭스와 달리 한글자막이 없다. 5열 안에 든 관객에게도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 대사가 뒷열과 2층에 앉은 관객에게도 잘 전달될지 의문이다.

앞서 손석구는 "속삭이는 연기를 진짜로 속삭일 수 없는 연극이 가짜 연기 같아 그만 뒀다"며 "들리지 않는다면 마이크를 쓰면 될 일"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연극계 대부 남명렬은 이를 오만함에 빗대며 강하게 비판했다. "무대와 드라마 연기에 차이가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려 전한 말이지만 '가짜 연기'라는 부적절한 단어 선택이 연극인들에게 불쾌감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극본 지문대로 연기하겠다는 손석구의 의도가 이번 연극을 통해 입증됐다면 문제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보다 먼저 배우들끼리 돈 100만원을 모아 50석 공연장에 5일간 연극을 올렸던 과거의 설움을 무대 연기 탓으로 돌리지 않았다면 이번 복귀는 마찰 없이 호평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뱉은 말을 책임지기에는 아쉬움이 분명하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말처럼 연극에 돌아오리라 마음 먹었다면 연극의 특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이다. 변화는 이 다음에 따라온다. 이 과정 없이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돌아왔다는 태도는 남명렬의 말처럼 오만으로 비칠 수 있다. 이는 비단 손석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매체에서 사랑받는 배우들이 손쉽게 연극 뮤지컬 주연을 따내는 흐름이 커지고 있는 만큼 단순한 도전 정신을 넘어 무대란 무엇인지, 무대 연기란 무엇인지 배우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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