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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걸지 말아줘..." 모로코서 'INFJ'된 주지훈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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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걸지 말아줘..." 모로코서 'INFJ'된 주지훈 [인터뷰Q]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8.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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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주지훈(41)은 '대화'에 능숙한 배우다. 대화 흐름을 재치 있게 끌고 갈 줄 알고 유쾌한 TMI를 거침없이 방출하는 일상 토크의 달인. 그런 그가 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 모로코 현지 촬영에서 내향성 대표 MBTI인 INFJ(?)적 면모 펼쳐 눈길을 끈다.

비공식작전은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 민준(하정우 분)과 현지 택시기사 판수(주지훈 분)의 버디 액션을 그린다. 1986년 일어난 '레바논 한국 외교관 피랍 사건'을 각색한 영화다. 주지훈은 내전 중인 레바논의 유일한 한국 교민 판수로 분해 동료를 구하러 나선 민준을 돕는다. 생애 첫 아랍어 연기에 도전한 그는 다양한 현지 배우들과 어울리며 극에 활기를 더한다. 하지만 '컷' 사인이 떨어진 후에는 그들과 내외하기 바빴다고. 주지훈은 "외국인 배우들을 피해다녔다"고 털어놨다. 그 이유인즉슨. 

"저는 영어가 짧으니까 조금만 대화를 나누다 보면 느낌이 와요. 아, 조금 더 친해지면 말을 계속 걸겠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범주 밖 이야기를 하겠구나…(웃음). 마음이 아픕니다. 조금 더 친해지고 싶었는데."

주지훈. [사진=쇼박스 제공]
주지훈. [사진=쇼박스 제공]

레바논을 배경으로 하는 비공식작전은 모로코에서 촬영됐다. 한식당조차 없는 낯선 도시에 그나마 익숙한 영어도 통하지 않는 현지인들까지. 주지훈에겐 장을 보러 가는 간단한 일도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럼에도 모로코의 아름다운 풍경은 통했다. 휴식 시간이 생길 때면 시장에 놀러 가기도 하고 바닷가를 거닐기도 하면서 3~4개월을 보냈다. 20대에 모델 일을 시작해 해외 방문이 잦았던 그는 문득 과거와 지금이 많이 바꼈다는 걸 느끼기도 했다.

"예전에는 어딜 가도 제게 중국어나 일어 인사를 했거든요. 그게 너무 당연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이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요. 화들짝 놀라죠. 문화의 힘이 정말 크구나. 어쩌다 한두 명이 아녜요. 욕은 더 잘 알아듣죠. '오징어게임', '킹덤'을 보신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모로코 공항에 앉아 있는데 어떤 청년이 알아보기도 했어요."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두바이인은 주지훈을 향해 오징어게임을 외쳤다고. "(이)정재 형이랑 찍은 사진이 있어서 보여주고 자랑도 했다. '오, 오!' 이러더라. 킹덤을 보여주면서 '아임 좀비 가이(I'm Zombie guy)'라고 하니까 알아보더라"라고 실감 나는 재연을 펼쳤다.

주지훈. [사진=쇼박스 제공]
주지훈. [사진=쇼박스 제공]

◆ 김성훈X하정우X주지훈, 신뢰 이상의 관계

이번 작품은 하정우, 주지훈 모두 대본을 보기도 전에 출연을 확정해 놀라움을 안겼다. 하정우는 김성훈 감독과 영화 '터널'을 함께한 의리로, 주지훈은 '킹덤'을 함께한 신뢰가 바탕이 됐다. 주지훈은 "외교관을 구하러 간다는 정보만 알고 있었다. 대본을 읽지 않고 결정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간신(2015)' 민규동 감독님 이후로 처음"이라고 알렸다.

이어 "연출에 대한 믿음, 동료 배우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100% 전력투구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 너무 좋았다. 던지는 대로 다 받는, 결이 잘 맞는 동료들"이라고 설명했다. '신과함께-인과 연(2018)' 이후 오랜만에 작품을 함께한 하정우에 대해서는 "부부는 아니지만 더 끈끈해질 수 없을 정도"라고 애정을 표현했다.

그는 "셋이서 자주 만났다. 러프하게 일 이야기를 하고 수다 떨며 즐기는 사람들이라 시도 때도 없이 만난다. 두 분이서 먼저 만나고 있는데 저를 부를 때도 있고. 커피 하나를 쏟아도 '이 신의 느낌이 이런 거냐'는 이야기가 오간다. 일상과 일이 섞여 있다"며 "친하다 보니 생기는 불편함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워낙 자주 만나고 촬영 전에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 보니 영화도 잘 흘러갔다"고 이야기했다.

주지훈(왼쪽부터), 김성훈 감독, 하정우. [사진=스포츠Q(큐) DB]
주지훈(왼쪽부터), 김성훈 감독, 하정우. [사진=스포츠Q(큐) DB]

하정우는 주지훈을 두고 "처음 만났을 때보다 어른스러워졌다"고 표현하기도. 이에 주지훈은 "그 부분에는 정우 형의 많은 지분이 있다. 삶을 대하는 태도를 많이 배운다"며 "제 팔에 지금 흉터가 크게 있는데 '신과함께' 오픈 전에 하와이에 갔다가 다친 거다. 정우 형이 걱정해 주고 안전을 확보한 뒤 '지훈아 네가 액땜 다 했다. 네 덕분에 신과함께 잘 되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저도 걱정을 털어 넘기고 여행의 즐거움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런 태도가 아닌 사람을 만났다면 여행 내내 계속 걱정하고 신경 썼을 거다. 아마 보름간의 여행 기간이 지옥 같지 않았을까"라고 회상했다.

김성훈 감독과의 관계는 감독과 배우가 그리는 가장 이상적인 관계였다. 영화 동료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좋은 작품을 만드는 파트너로 함께했다. 추상적인 문장 전달만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현장 호흡을 어떻게 맞춰가냐 묻자 "공기"라고 답한 그는 "물론 100% 이해는 아닐 수도 있다. 인간이 어떻게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하겠냐"며 "대신 공기를 느끼는 거다. 감독님이 현장까지 내려오신다는 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야기다.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을 전달하러 오시는 거다. 그때 감독님의 제스츄어와 눈빛, 호흡 등을 알아듣는다"고 전했다.

주지훈. [사진=쇼박스 제공]
주지훈. [사진=쇼박스 제공]

◆ '배우' 주지훈의 고민

2006년 드라마 '궁'으로 데뷔한 그는 벌써 17년차 배우가 됐다. 모델 출신인 그를 두고 "주지훈이 모델이었냐"며 놀라는 MZ세대가 여럿일 만큼 배우로서 오랜 시간을 버티고, 해내고, 사랑받았다.

그동안 개봉한 영화 편수만 15편, 드라마까지 더하면 25편이 넘는다. 하반기 개봉 예정인 영화 '탈출: PROJECT SILENCE'와 공개 시기를 조율 중인 드라마 '지배종', '중증외상센터'에 출연 제안을 받은 '조명가게' 등까지. 쉴 틈 없이 달려오며 '다작 배우'로, '흥행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때로는 이러한 경험들이 고민을 낳기도 한다고. 그는 "연기하면서 생긴 개인적인 고민이 있다. 작품 수가 켜켜이 쌓이면서 아는 것도 많아진다는 거다.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어떨 때는 연기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너무 연기 외의 것을 알고 있나', '나도 모르게 신경 쓰면서 연기하고 있나'라는 고민에 빠진다. 고민 줄타기의 연속"이라고 고백했다.

또한 "영화도 리얼리즘을 강조한 영화가 있지만 100% 리얼이라면 극영화보다 다큐멘터리가 훨씬 재밌지 않겠나. 극영화 안에서는 극적인 장면이 존재해야 하고 이 장면엔 정답이 없으니 힘들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다른 배우들처럼 그 역시 '진짜 연기'의 의미를 계속해서 찾고 있었다.

주지훈. [사진=쇼박스 제공]
주지훈. [사진=쇼박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찾아온 극장가 고비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김용화 감독의 '더 문'과 경쟁해야 한다는 사실도 최근 들어 생긴 고민 중 하나였다. 김용화 감독과 주지훈은 신과함께로 쌍천만 기록을 세우며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주지훈은 "안타까운 심정이다. 김용화 감독님과 오늘 아침에도 문자했다. 지금은 서로서로 견제할 상황이 아니다. 다 같이 힘을 모아서 한국영화 시장을 어떻게 살릴지, 어떻게 하면 관객분들이 조금 더 많이 찾아올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시점"이라며 "다른 영화들이 잘 되면 한국 축구가 16강 가는 것처럼 기쁘고 스코어가 안 좋으면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고 영화인들 간의 연대를 이야기했다.

"모든 매체를 사랑하지만 영화라는 매체를 너무나 사랑하고 가슴에 품고 있는 사람으로서 영화 시장이 더 잘 살아나길 기대해요. '밀수'를 필두로 '보호자'까지 모두가요. 꿈같은 이야기겠죠. 경쟁 사회에서 모두가 천만 영화가 될 수도 없고요. 그렇지만 관객에게 어느 정도 만족감을 드리고 '한국영화가 볼만하다'는 인식을 다시 심어주고 싶어요. 이건 김용화 감독님과도 나누는 이야기에요. 더는 적과의 동침이 아닌 거죠."

비공식작전이 장기 해외 로케이션에 200억원 이상의 제작비를 들인 텐트폴 영화라는 점도 주지훈에게 사명감 아닌 사명감을 안겼다. 그는 "해외 촬영을 가야 하는 필수 불가결한 부분이 존재하는데 잘 되는 이야기, 안 되는 이야기 이분법으로 나누면 투자가 한 쪽으로 몰리고 관객 선택지가 점점 줄어들 거다. 해결책은 없지만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영화 홍보도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며 "결과가 안 나오기 시작하면 이런 장르의 영화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 바람을 책임감으로 표현한다면 그 말도 맞을 거다. 하지만 결과를 바라는 책임감은 아니다. 이러한 장르를 좋아하는 배우로서 가지는 책임감"이라고 말했다.

주지훈은 이를 꿈같은 이야기라고 표현했지만 결국 한국영화가 살아나는 데는 관객의 선택과 도움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영화에겐 앞서 몇 번의 위기가 있었고 몇 번의 극복이 있었다. 그러니 다시 돌아올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위해, 주지훈은 오늘도 몸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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