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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노량'서 발견한 '조선의 힘'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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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노량'서 발견한 '조선의 힘' [인터뷰Q]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4.01.14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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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좋은 영화는 사람이 보여야 해요. 사람의 삶이 보여야 하죠. 그것이 허황된 삶이 아니라 실제 삶이어야 하고요."

수년간 김승길, 김진규, 박중훈, 김무생, 김명민, 유동근, 김석훈, 최수종, 최민식, 박해일 등 다양한 배우들이 이순신을 거쳐 갔다. 어떤 이에게 이순신의 얼굴은 영화 '성웅 이순신'(1971)의 김진규일 테고, 다른 누군가에겐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2004)의 김명민일 테다. 그만큼 이순신은 영화, 드라마, 뮤지컬, 연극 구분 없이 여러 모습으로 대중과 만났다.

2014년에 들어서는 김한민 감독이 그려낸 이순신이 대중의 뇌리에 박혔다. '명량'(2014) 최민식이 보여준 이순신의 기백은 대중의 열광을 끌어내며 시대가 변해도 줄어들지 않는 이순신의 국민적 지지를 확인케 했다. 이후 '한산: 용의 출현'(2022)의 박해일은 이순신의 젊은 패기를 보여줬고 마침내 대미를 장식한 '노량: 죽음의 바다'의 김윤석은 이순신의 생애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며 큰 울림을 선사했다.

김윤석.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윤석.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노량'으로 마지막 전쟁에 뛰어든 김윤석(56)이 떠올린 이순신의 첫 기억은 '성웅 이순신'의 김진규였다. 국민학교 시절 단체관람으로 본 '성웅 이순신'은 50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세 가지 형태로 또렷하게 남아있었다.

"딱 기억나는 세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이순신 장군님이 수레 위 감옥에 묶인 채 압송될 때 백성들이 우는 장면, 두 번째는 장군님이 돌아갈 때 '내 죽음을 알리지 말라'라고 하신 장면, 마지막은 장군님이 활을 쏘는 장면. 이 세 장면이 머리에 남아 있습니다."

그 기억 때문일까. 김윤석은 다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명량', '한산', '노량' 3부작 중 '노량'을 선택할 것이라 밝혔다. 

김윤석에게 이순신은 영웅인 동시에 '불행한 인간'이었다. 그는 "400년 전 이 땅에 벌어진 칠년전쟁에서 군인으로 살다 돌아가신 너무나 불행한 인간이다. 압도적인 승리를 이끌고도 국가로부터 칭찬 한 번 못 받고 벌만 받다 결국 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영웅의 이면에는 안타까운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순신 장군님이 대한 역사적 기록이 정말 많은데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명량해전과 노량해전 사이라고 합니다. 그 시기에 압송돼 고문당하죠. 고문을 두 바퀴 돌리면 죽는다고 해요. 장군님은 한 바퀴를 돌렸다고 하니 반죽음 상태였을 겁니다. 장군님의 어머니께서 죽기 전에 아들 얼굴 한 번 보겠다고 아산에서 한양으로 가셨는데 육지에는 왜군이 있어서 배를 타고 가다가 돌아가셔요.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그 소식을 들은 장군님이 피눈물을 흘리죠."

김윤석의 말대로 인간 이순신의 생애는 통탄한 감정으로 가득하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도 옥 생활을 해야 했던 때 어머니를 잃고, 조선은 그런 이순신에게 전장으로 돌아가라는 명을 내린다. 당시 이순신은 어머니의 시신만이라도 수습할 수 있게 해달라 처절한 부탁을 전했다고 한다. 그 슬픔이 다 가시기도 전 가장 아끼던 막내아들 이면을 왜군 손에 잃는다.

이에 김윤석은 "그때부터 후유증으로 계속 악몽을 꾸고 각혈하고 손을 떨고 했다더라. 그 와중에 전쟁을 그냥 끝내라고 하니 얼마나 큰 심리적 고통을 겪었겠나"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노량'은 크게 1막과 2막으로 나뉜다. 왜군 소탕을 두고 의견 차이를 갖는 이순신과 명나라 장수 진린의 설전, 시마즈 요시히로가 이끄는 수군과 조명 연합함대의 해전 두 축이 이야기를 완성한다. 그중 1막은 아들을 잃은 인간 이순신의 고통, 왜군을 격파해 칠년전쟁의 완전한 끝을 보겠다는 장군 이순신의 의지가 펼쳐진다. '노량'이 서사적인 완성도를 갖는 지점이 바로 인간 이순신의 모습이다.

김윤석은 김한민 감독에게서 "위대한 장군 이순신이 아니라 400년 전 칠년전쟁을 겪고 살다 간 50대 군인의 죽음을 진실하게 표현하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김한민 감독과 이순신의 '끝맺음'

"'명량'에서 '노량'이 개봉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면 준비 과정은 20년이 걸렸다는 이야기예요. 제가 알기로 이순신을 김한민 감독만큼 아는 사람이 없어요. 관련 인물 이름 하나를 던지면 그 집안 가족들까지 이야기할 정도죠. 그런 부분에서 경이를 표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윤석은 "칠년전쟁은 제1차 일제강점기라고 할 수 있다. 7년 동안 이어진 전쟁은 임진왜란 뿐"이라며 "장군님의 대사 중 '저들을 돌려보내면 장차 더 큰 원한이 쌓일 것'이라는 대사가 있다. 그러니 다시는 이 땅에 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전쟁 종결의 의미, 올바른 끝맺음, 시작을 위한 끝맺음에 초점을 맞춘 감독님의 선택이 대단했다"고 감탄했다.

김한민 감독은 '명량'의 이순신을 '용장(勇將)', '한산:용의 출현'의 이순신을 '지장(智將)', '노량'의 이순신을 '현장(賢將)'이라 표현했다. 김윤석은 "현명하다는 것은 '노량'이 가진 이야기와 일치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순신의 결정에 대해 "조선 사람 400만명이 죽고 멀쩡한 땅이 3분의 1만 남았는데 농작 수명만 따지면 명나라가 말한 것과 같이 그만하자는 논리가 맞을 테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장군님은 더 큰 원한을 낳게 될 것이라 봤다. 이 전쟁을 이대로 끝낸다면 다음이 어떨지 얼마나 고민했겠는가. 섬나라의 육지에 대한 열망과 욕망은 어마어마하지 않나. 영국만 보더라도 한때 대영제국이라 불릴 정도로 각 나라의 육지를 지배했다. 이것처럼 일본이 또 침략해 올 것이라 본 것"이라며 "그러니 다시는 쳐들어오지 못하게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고 올바른 끝을 받아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것이 현장의 모습이지 않나 생각한다. 이날의 전쟁 덕에 일본은 100년 동안 조선 땅에 발붙이지 못했다"고 전했다.

"병자호란 때 100만명이 죽었고 임진왜란 때 400만명이 죽었어요. 사실 착잡한 감정이 들어요. 조선이라는 나라가 호락호락하지 않게 500년을 버틴 나라인데 맥없이 무너졌고 복구되기 전에 또 무너졌으니까요. 그런데 이 나라 백성들은 왕이 도망가도 항복을 안 해요."

김윤석.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윤석.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윤석은 "왜만 보면 당시 나라라고 할 수 없고 각 성주들이 관리하던 체계였는데, 다이묘가 죽거나 도망을 가면 성에 있는 백성들이 자연스럽게 새로운 성주의 편이 되고 결속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왜 조선 백성은 포기하지 않을까. 이게 가장 큰 딜레마였다"는 김윤석은 "오히려 의병이 일어나면 일어났지, 포기는 하지 않는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그렇기에 힘이 있는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고 '노량'의 가진 또 다른 의미를 꼽았다.

"노량해전은 가슴 아픈 전쟁인 동시에 우리 민족의 힘으로 승리한 전쟁이에요. 그러니 '노량'이 진정한 새 시작을 위해서는 올바른 끝맺음이 필요하다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교훈을 주는 영화로 해석되면 좋겠습니다."

'노량'은 전국 영화관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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