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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유상철 추모, 울산·요코마하 '감동 합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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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유상철 추모, 울산·요코마하 '감동 합작'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4.04.1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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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17일 방영된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유퀴즈)에 출연한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FIFA(국제축구연맹·피파) 2002 한일 월드컵에 대한 얘기를 하며 故(고) 유상철 전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을 떠올렸다.

히딩크 전 감독은 “유상철이 병으로 세상을 떠나서 너무 슬프지만 (유상철의 폴란드전) 2번째 골로 첫 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다. 정말 의미 있는 경기였다. 큰 한 걸음이었다”고 했다.

이 방송을 한 날, 울산문수경기장에서는 울산 HD와 일본 J리그 요코하마 F.마리노스의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준결승이 열렸다. 경기보다 더 주목받은 건 경기 전 열린 유상철 전 감독에 대한 추모였다. 그 누구보다 그라운드 내외에서 치열하게 다툼을 벌이는 양 팀 선수들과 서포터즈도 2021년 6월 7일 세상을 떠난 유상철 전 감독에 대해 한 마음이었다.

1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 울산 HD와 일본 요코하마 마리노스의 1차전 킥오프에 앞서 울산과 요코하마에서 뛰었던 고 유상철 감독의 추모 영상이 전광판에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차전 킥오프 직전 울산문수경기장에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고 유상철 감독님께서는 현역 시절 울산과 요코하마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그라운드를 누볐습니다.”

유상철 전 감독은 생전 울산과 요코하마에서 모두 뛰었다. K리그에서는 울산에서만 뛰었다. 9시즌 동안 142경기를 뛰며 K리그(1996·2005), 슈퍼컵(2006), A3 챔피언스컵(2006) 우승을 이끌었다. 2005년 울산에서 은퇴한 울산의 레전드다. 요코하마(1999~2000·2003~2004)에서도 4시즌이나 뛰었다. 80경기에서 나서 30골을 터뜨리며 골잡이로 활약했다. 2003시즌과 2004시즌 2차례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도열한 가운데 킥오프를 앞두고 전광판에는 유상철 전 감독을 추모하기 위해 특별 제작된 영상이 나왔다. 열렬한 응원으로 장내를 달구던 요코하마 원정 팬들은 영상이 나오자 숙연해졌다. 뜨거운 박수와 함께 걸개 하나를 내밀었다. 걸개의 왼편에 '포기하지 않는 정신, 우리가 이어받자'라는 일본어로 적혀 있었다. 오른편에는 '유상철 형과 함께'라는 한국어가 쓰여 있었다. 그러자 울산 선수들도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1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 울산 HD와 일본 요코하마 마리노스의 1차전 킥오프를 앞두고 요코하마 원정팬들이 고 유상철 감독을 추모하는 걸개를 내걸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 울산 HD와 일본 요코하마 마리노스의 1차전 킥오프를 앞두고 요코하마 원정팬들이 고 유상철 감독을 추모하는 걸개를 내걸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울산 선수들은 유상철 전 감독의 생전 모습이 담긴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추모용 머플러를 목에 둘렀다.

울산대 시절 유상철 당시 감독의 권유로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꾼 설영우는 담담하게 영상을 바라봤다. 그는 지금 국가대표 주전 수비수로 성장했다. 설영우는 울산에서 유상철 전 감독이 울산 시절 썼던 등번호 66번을 달고 있다. 설영우는 경기를 마친 후 "영상을 보는 데 (유상철) 감독님이 66번을 달고 뛰는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많이 보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유상철 전 감독은 2007년 예능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에 출연해 당시 6살의 어린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잠재력을 끌어내주기도 했다. 이강인은 한국 최고의 스포츠 스타로 성장했다.

울산 팬들은 유상철 전 감독을 추모해 준 요코하마 서포터즈에게 박수를 보냈다. 추모 영상이 끝나자마자 울산 서포터즈는 북소리에 맞춰 "유상철! 유상철!“이라고 외쳤다. 울산과 요코하마 팬들은 전반 6분이 되자 모두 일어나 다시 박수쳤다. 이 박수는 60초간 이어졌다. 현역 시절 6번을 등번호로 쓴 유 감독을 기렸다.

1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 울산 HD와 일본 요코하마 마리노스의 1차전 킥오프를 앞두고 요코하마 원정팬들이 고 유상철 감독을 추모하는 걸개를 내걸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 울산 HD와 일본 요코하마 마리노스의 1차전 킥오프를 앞두고 요코하마 원정팬들이 고 유상철 감독을 추모하는 걸개를 내걸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요코하마 구단은 이 굿즈 제작과 이번 추모 행사에 사용되는 엠블럼, 자료 등에 대한 로열티를 받지 않았다.

울산 구단은 이날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유상철 전 감독의 생전 활약상과 역사가 담긴 굿즈(머플러·티셔츠)를 판매했다. 울산을 찾는 일본 원정 팬들을 위해 ‘헌신과 기억의 벽’을 개방했다. 헌신과 기억의 벽은 유상철 전 감독의 추모 공간이다. 유족들의 도움으로 헌신과 기억의 벽 공간에 유상철 전 감독의 울산과 요코하마 시절 유니폼을 전시했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이날 추모와 관련해 사전 기자회견에서 “유상철 선수가 울산에 입단해 요코하마로 떠나기 전, 또 일본 생활을 마치고 울산으로 돌아왔을 때, 그 시간은 유상철이 선수로서 가장 좋은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양 팀이 거의 비슷한 수준의 좋을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경기에서는 전반 19분 이동경의 결승골을 앞세운 울산이 요코하마를 1-0으로 꺾었다. 울산은 2차전에서도 합계 점수 우위를 지키면 올 시즌 동아시아 최강 클럽 타이틀을 따낸다. 2차전은 오는 24일 오후 7시 일본 요코하마국제경기장에서 열린다.

준결승전 승자는 알아인(아랍에미리트)-알힐랄(사우디아라비아)의 승자와 결승에서 맞붙는다. 울산은 이날 승리로 한국 팀 최초로 2025 FIFA 클럽 월드컵 진출권을 따냈다. 클럽 월드컵은 이번부터 32개팀 체제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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