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일취월장. 날로 달로 나아가거나 발전해 간다는 뜻이다.
한해에도 수많은 신인들이 프로야구 선수가 되기 위해 문을 두드리고 프로팀의 선택을 받은 뒤에도 계속 경쟁을 펼치지만 끝까지 살아남는 선수는 몇 되지 않는다. 일취월장해도 상황이 받쳐주지 않아 선수생활을 접는 경우도 있다.
특히 한 팀에서 제대로 된 선발투수 자원을 키우는 데는 매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은 두산에서 맹활약 중인 장원준도 롯데 유니폼을 입은 신인 시절에는 ‘새가슴’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멘탈이 약했다.
리그 정상급 투수로 크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구단과 선수 모두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비로소 꽃을 피울 수 있다.
프로 2년차 박세웅(21)은 올 시즌 롯데가 기대하는 선발 요원이다. 최근 몇 년 간 국내 선발진의 무게감이 떨어져 아쉬움을 삼킨 롯데는 박세웅의 성장이 반갑기만 하다.
◆ 일본팀들 상대로 무실점 행진, 선발 정착 청신호
지난해 kt 위즈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뒤 그해 5월 kt와 롯데의 대형 트레이드 때 줄무늬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박세웅은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경험을 쌓았다.
성적은 선발로 뛰었을 때 더 좋았다. 21차례 선발 등판 때 피안타율(0.285)과 이닝 당 주자 허용률(WHIP·1.58)이 구원으로 나왔을 때 피안타율(0.320), WHIP(1.76)보다 좋았다.
박세웅은 18일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연습경기에서 자신이 ‘선발 체질’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그는 이날 선발로 나와 3회까지 퍼펙트 투구를 펼쳤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치른 닛폰햄 파이터스전에 이은 호투 행진이다. 당시 박세웅은 3이닝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롯데는 올 시즌 조시 린드블럼, 브룩스 레일리, 송승준, 고원준으로 4선발을 꾸릴 것이 유력하다. 남은 5선발은 젊은 선수들 위주로 시험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남은 연습경기와 시범경기가 영건들의 쇼케이스가 될 공산이 크다.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박세웅은 올 시즌 선발로 뛸 가능성이 높다. 오프 시즌 자유계약선수(FA) 윤길현과 손승락을 영입하며 뒷문을 살찌운 롯데이기에 박세웅에게 선발 한 자리를 맡길 것으로 예상된다.
◆ 일취월장한 박세웅, '안경 쓴 우완 에이스' 계보 이을까
박세웅이 올 시즌 풀타임 선발 요원으로 성장한다면 롯데로선 더 바랄 게 없을 터. 박세웅이 선발로 자리 잡는다면 롯데는 손민한, 장원준, 송승준이 맹위를 떨쳤던 시절에 비견할 포스를 뿜어낼 수 있다.
안경을 착용한 박세웅이 ‘안경 쓴 우완 에이스’ 계보를 이을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롯데는 1984년 최동원, 1992년 염종석의 활약으로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두 투수의 공통점은 안경을 썼다는 점. 프로 통산 103승에 빛나는 최동원은 한국시리즈 4승을 혼자의 힘으로 따냈고 염종석 역시 1992시즌 17승을 거둔 뒤 한국시리즈에서 맹활약해 롯데의 두 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단순히 외모의 공통점만으로 기대를 받고 있는 건 아니다. 박세웅은 마운드에서 냉정함을 유지하고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친다는 점에서 두 투수와 닮아있다.
그동안 롯데에 ‘아픈 손가락’이었던 5선발 문제가 박세웅의 합류로 해결된다면 2012년 이후 4년만의 가을야구 도전에도 탄력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