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23 18:45 (목)
[뷰포인트] '태양의 후예' PPL이 문제가 아니라 개연성 없는 과도한 PPL이 문제…40% 육박 시청률로 성원한 시청자 보답에 뒤통수
상태바
[뷰포인트] '태양의 후예' PPL이 문제가 아니라 개연성 없는 과도한 PPL이 문제…40% 육박 시청률로 성원한 시청자 보답에 뒤통수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4.15 1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말 그대로 '장안의 화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린 KBS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40%라는 꿈의 수치에 육박하는 38.8%라는 높은 시청률로 막을 내렸지만, 덕지덕지 등장한 PPL로 인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게 됐다.

KBS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극본 김은숙 김원석·연출 이응복 백상훈)는 한국 드라마사에서 여러모로 이정표를 남긴 작품 중 하나였다. 영화 제작·배급을 담당하던 N.E.W(넥스트 엔터테인먼트)가 직접 드라마 제작 시장에 뛰어들어 100% 사전제작을 완벽하게 해내고 흥행에도 크게 성공하며 드라마 제작환경의 변화를 예고했고, 방송 시청환경의 변화로 인해 시청률 30% 돌파도 쉽지 않다는 시기에 그것도 16부작 미니시리즈로 시청률 40%에 육박하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태양의 후예'가 남긴 또 다른 업적이라면 인기만큼이나 지나치게 과도했던 PPL(Product PLacement)이었다. '태양의 후예'는 전반부에는 중동의 가상국가인 우르크에서 대부분의 이야기가 펼쳐지며 PPL이 그리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지 않았지만, 우르크에서의 이야기가 정리되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는 그동안 못 한 PPL 들이 한 번에 다 쏟아지듯 와르르 쏟아져내려 시청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특히 지난주 방송된 '태양의 후예' 14회에서 보여준 진구와 김지원, 일명 구원커플의 '자동운전 키스'나 대한민국 PPL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 마지막회의 캠핑장신은 PPL이 어떻게 드라마를 망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명장면(?)이었다. 

▲ KBS '태양의 후예' 16회(마지막회)에 등장한 PPL [사진 = KBS '태양의 후예' 방송화면 캡처]

지난 7일 방송된 '태양의 후예' 14회에서 진구는 김지원과 차를 타고 가다가 자율 주행모드 버튼을 누른 뒤 운전대에서 손을 놓고 김지원과 키스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장면은 물론 '태양의 후예'의 주요 스폰서 중 하나인 자동차 회사의 신기술인 자율 주행모드를 강조하기 위한 설정임은 누구나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14일 방송된 '태양의 후예' 마지막회에서는 PPL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캠핑장신이 있었다. 한국으로 무사히 돌아온 후 유시진(송중기 분)과 강모연(송혜교 분)이 캠핑을 떠나 다정하게 데이트를 즐기는 평범한 장면이지만, 이 한 장면에서만 배경의 절묘한 위치에 세워진 자동차와 텐트와 캠핑의자 등 아웃도어 브랜드의 로고가 선명한 캠핑장비들, 그리고 낚시가 지루하다며 송혜교가 손에 들고 구기는 생수병과 다른 여행지를 검색해본다며 송혜교가 조작하는 스마트 워치, 여기에 텐트 안에서 숙박시설을 예약하며 켠 호텔앱까지 이 한 신에서만 무려 다섯 개에 달하는 PPL이 총알같이 흘러갔다. 

이외에도 '태양의 후예' 마지막회에서는 드라마 내내 수없이 등장한 커피체인점도 당연히 등장했고, 송혜교의 방송 출연신에서 등장한 가지런히 정리된 특정 화장품 브랜드,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너무 티 나게 등장한 스마트 페이 앱 홍보까지 그야말로 PPL로 챙길 수 있는 부분은 빠짐없이 채워나갔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4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뜨거운 성원을 보내줬더니, 이야기 흐름과는 관계도 없는 PPL로 시간을 늘려가며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물론 '태양의 후예'처럼 100% 사전제작으로 130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제작비를 투입한 대작 드라마이기에 PPL이 필요할 수도 있다. 영화처럼 관객들이 돈을 주고 극장을 찾는 것도 아닌 이상, 드라마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광고와의 조율은 필수적이기 때문. '태양의 후예'는 이런 PPL로 30억 원 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도 사실 원한다면 PPL은 충분히 이야기의 흐름에 부드럽게 녹여내면서 시청자들의 눈에 튀지 않는 PPL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높은 완성도로 호평을 받았던 SBS 드라마 '펀치'의 경우 불치병에 걸린 주인공 김래원의 캐릭터에 맞춰 진통효과가 있는 음료를 PPL 상품으로 등장시킨 뒤, 김래원이 일부러 그 음료를 챙겨다니며 먹는 모습으로 드라마의 완성도도 해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PPL에 성공했다. 직장인들의 애환을 잘 그려내 인기를 모은 tvN 드라마 '미생' 역시 A4 용지와 커피, 숙취음료 등 직장인들의 일상과 밀접한 PPL을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태양의 후예'의 과도한 PPL은 그래서 의아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졌음에도 저렇게 시청자들의 비난이 이어질 정도로 노골적인 PPL을 제어하지 못한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사전제작으로 제작기간에도 비교적 여유가 있었다면 PPL 역시 좀 더 신중하게 작품에 반영할 수 있었겠지만, '태양의 후예'는 후반으로 가면서 PPL을 다루는 것에 있어 신중함을 잃고 PPL을 보여주기 위한 드라마로 전락하는 폭주를 선보인다.

오히려 '태양의 후예'에서 가장 자연스러웠던 PPL로 손꼽힌 북한요원의 초코파이 장면이 PPL이 아니라는 것이 넌센스에 가까운 부분이다. 초코파이는 '정(情)'을 내세운 광고로 누구에게나 친숙하고 또한 군인하고도 떼놓을 수 없는 친숙한 간식이라는 점에서 '공동경비구역 JSA'에서도 중요한 PPL로 등장한 바 있다. 초코파이가 공식적인 PPL 계약을 맺은 상품은 아니지만, '태양의 후예'에서 PPL이 이 정도 수준으로 등장했다면 시청자들에게 비난을 받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제작비가 날로 치솟지만, 다양한 영상 관람환경으로 인해 오히려 시청률은 과거에 비해 더 낮게 나오거나 실패할 확률도 부쩍 높아진 현재의 드라마 제작환경에서 PPL은 이제 드라마 제작의 위험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드라마가 잘 되야 PPL도 남는 것이지, PPL을 위해 드라마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