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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Q리뷰] '계춘할망' 윤여정과 김고은, 그렇게 할머니와 손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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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Q리뷰] '계춘할망' 윤여정과 김고은, 그렇게 할머니와 손녀가 된다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5.19 0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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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해녀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 '계춘'(윤여정 분)은 재혼한 딸이 남기고 간 외손녀 '혜지'를 돌보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계춘은 서울에 갔다가 외손녀 혜지를 잃어버린 채 손녀를 찾아 헤매고, 12년 후 여고생이 된 손녀 혜지(김고은 분)가 다시 계춘에게 돌아온다.

손녀를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는다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영화 '계춘할망'이 그려내는 이야기는 2002년 전국 450만 관객을 동원한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와 얼핏 비슷해 보이는 이야기 구도를 갖추고 있다. '집으로…'가 늙은 할머니와 철없는 어린 손자(유승호 분) 사이의 이야기라면, '계춘할망'은 해녀를 하는 제주도 할머니와 여고생이 된 손녀의 만남을 그려내는 작품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결에서 '계춘할망'과 '집으로…'는 상당히 다른 작품이다. '집으로…'가 도시에서 온 일곱살 꼬마와 77살 할머니의 동거를 통해 세대를 뛰어넘은 웃음과 감동을 준다면, '계춘할망'은 상당히 다른 목적을 지닌다. 12년 전 실종된 손녀와 할머니의 재회는 '집으로…'처럼 세대 차이에서 나오는 웃음과 감동을 목표로 하는 대신, 12년이라는 긴 세월이 만들어낸 공백을 조심스럽게 지워나가는 과정으로 시작한다.

▲ 영화 '계춘할망'

그리고 이 시점에서 '계춘할망'은 미처 예상치 못한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든다. 할머니와 손녀의 관계를 이어주기에는 너무나 길었던 12년이라는 세월, 그리고 가족간의 유대가 철저히 끊어진 상황만이 빚어낼 수 있는 서글픈 현실이 밀려들면서 '계춘할망'은 '가족'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통해 '가족'의 본질을 담담하게 짚어나갔다, '계춘할망'을 연출한 창감독도 이 시점에서 어쩌면 굉장히 잔인한 진실의 단면을 공개한 후 차분하게 벌어진 상처들을 봉합시켜 나간다. 주변에서는 이 상처를 보며 큰일이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정작 당사자인 윤여정과 김고은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차분하고 담담하게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며 그렇게 할머니와 손녀의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나간다.

'계춘할망'에서 단연 빛나는 것은 역시 연기력에서는 의심할 필요가 없는 노배우 윤여정의 연기다. 윤여정하면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젊은 사람처럼 트렌디하면서도 약간은 신경질적이고 까칠한 노년의 연기가 비교적 익숙하지만, '계춘할망'에서는 그저 제주도에 내려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촌티나는 해녀 할머니 '계춘할망'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다.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으로 전성기를 맞고 있는 김고은의 연기는 윤여정이라는 대배우의 연기에 눌려 다소 아쉬움을 자아낸다. 실종된 후 길거리를 전전하며 원조교제 사기를 치며 거칠게 살아온 10대 소녀의 캐릭터 자체도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평면적이기에 김고은이 이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계춘할망'에서 몰래 바닷가에서 담배를 태우던 김고은을 윤여정이 발견한 후 함께 밤바다를 보며 나란히 앉아 담배를 태우는 장면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장면이다. 이 장면을 통해 낯설고 어색한 만남이었던 할머니와 손녀의 동거는 서로에 대한 말없는 이해를 통해 비로소 진정한 할머니와 손녀로 거듭나게 된다.

12년이라는 세월의 흐름 속에 가려진 진실이 사실은 가혹하고 부정하고 싶은 순간일지라도, 서로에 대한 교감과 이해를 통해 그 상처들을 극복해 나갈 힘을 전해주는 것이다. 5월 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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