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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비로소 자유로워진 여배우 신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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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비로소 자유로워진 여배우 신민아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0.03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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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노민규기자] ‘여신’ 신민아(30)가 달라졌다. 올해 장률 감독의 다양성영화 ‘경주’에서 신비롭고 엉뚱한 찻집 여주인 윤희를 절제된 연기로 그려내 호평받은 데 이어 로맨틱 코미디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10월8일 개봉)에서 신혼 주부 미영에 현실감 넘치는 호흡을 불어 넣었다. 비로소 배우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얘기가 솟구치는 중이다. 원조 베이글녀이자 ‘CF퀸’으로 각광받아온 스타의 배우 변신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일까. 궁금증을 가득 안고 그녀를 만나러 나섰다.

 

◆  최진실 뒤이어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미영 캐릭터에 스르르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1990년 청춘스타 박중훈과 최진실이 배우로써 최정점에 있을 때 출연한 로맨틱 코미디의 원조 영화다. 대학 동창인 작가 지망 출판사 직원 영민과 전업주부 미영의 티격태격 신혼생활을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그려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신세대 부부의 가치관이 재미나는 에피소드와 함께 생생하게 투영돼 사랑받았다.

“처음엔 모르고 시나리오를 읽다가 자장면 신을 보고서야 ‘아~그 영화구나’ 했어요. 원작이 있는 영화라는 점은 좋은 텍스트가 있다는 장점과 함께 불편한 점으로도 작용했어요. 최진실 선배님이 관객의 사랑을 듬뿍 받았기에 부담이 있었죠. 잘 만들어지지 않으면 흠이 되고, 또 잘 만들어져야 본전이란 말도 들었고요. 부담이 됐죠. 대신 원작이 갖고 있는 힘이 있으니까 리메이크 하더라도 어색하지 않게 봐주시는 건 장점이라고 여겨요. 소재가 분명하니까 그런 점에선 좋죠.”

세월이 흘렀기에 영화는 조금 더 시대에 맞게 탈바꿈했다. 조정석이 맡은 영민은 시인을 꿈꾸는 9급 공무원 사회복지사다. 신민아가 연기한 미영은 미술학원 강사로 철딱서니 없는 남편을 보호자처럼 돌보는가 하면, 결혼을 둘러싼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딱 요즘 여자로 나온다.

▲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신민아와 조정석

“요즘 여성들은 직장인이 많으니까 일에 대한 회의감이 많을 테고, 맞벌이 부부들이 많은 상황에서 여자들은 안팎으로 일해야 하니까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면에선 새롭게 받아들이지 않을까요.”

◆ 자신의 아이디어 내놓으며 신명나게 촬영

신혼부부의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결혼 안한 여자들이 공감하는 부분은 연애 이야기일 테니. 여자가 느끼는 감정들이 영화 곳곳에 묻어나기에 미혼이어도 시나리오에 공감이 팍팍 됐다. 연애결혼을 하면 이런 감정이 들겠구나 생각했다.

“점차 여자임을, 아름다움을 잃어가며 드는 생각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미혼인 제가 공감할 수 있었던 것처럼 그런 것들을 표현해보자 했죠. 영화에서 영민이 시도 때도 없이 바지를 훌쩍 내리는 장면은 제가 제안했어요. 드라마에도 많이 나오는 신혼부부들의 코믹한 장면이잖아요. 눈만 마주치면 옷 벗는...(웃음)정석 오빠가 재밌게 벗어줘서 잘 살았던 것 같아요. 이런 식의 아이디어 제공은 처음이었는데 그만큼 배우들의 책임감과 욕심이 컸나 봐요. 자연스럽게 제 모습을 투영해가며 서로 으쌰으쌰하면서 만들어갔어요.”

 

공감이 가지 않거나 이해되지 않으면 배우로서 당연히 표현이 힘들다. 이번에도 공감하기 힘드는 장면이 있었으나 느끼려고 노력하는 것과 동시에 적극적인 의사 개진을 통해 바꾼 부분이 있다. 예전보다 현장이 편해졌기에 가능해진 일이다.

“큰 감정선은 이해를 했기에 무리 없이 이뤄졌던 것 같아요. 또 상대역인 정석 오빠와 호흡이 좋았던 면도 있고요. 오빠는 저와 정서적으로 비슷해요. 웃음코드도 비슷하고 잘 맞았어요.”

◆ 과거 비현실적 캐릭터, CF 이미지에서 탈피 현실에 발디뎌 

과거 신민아가 연기했던 캐릭터들 중엔 구미호, 귀신, 가공할 무협소녀 등 비현실적인 인물들이 꽤 됐다. CF와 패션화보를 섭렵하며 신비로운 이미지를 쏟아냈다. ‘20대 여배우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인물’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녔다. 그에게는 영광의 월계관이자 한편으론 독배로도 작용했다.

“대중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가 있었을 거예요. 본의 아니게 20대에는 만들어진, 현실에 없는 듯한 이미지가 굳어진 게 사실이에요. 그러면서 편견이 생겼을 테죠. 왜 이런 캐릭터 많이 했을까 고민해봤는데 다른 사람에 비해 기회가 많았어요. 또 대중이나 관계자들은 아름답고 저 멀리 존재할 것만 같은 신비로움을 20대 여배우에게 원한 점도 있죠.”

대중이 원하는 이미지를 끊임없이 생산하면서도 늘 연기 변화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20대를 넘어 30대에 접어들면서 드디어 배우 신민아를 가두던 이미지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시간의 흐름 속에 축적된 경험, 나이듦이 선사해준 여유로움이 큰 자산이 됐다.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좀 더 자연스럽게 하려고 애썼고요. 어느 순간부터 편안하게 연기하는 순간이 찾아왔어요. 특별한 계기를 통해 변화한 건 아니고요. 시간이 절 이렇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1년, 1년을 보내면서 시간을 허투루 보내진 않았구나 싶어서 스스로에게 대견해요.”

이런 흐름에서 ‘경주’의 장률 감독은 각별하다. 롱 테이크 촬영방식, 정확한 디렉팅, 캐릭터의 감정에 대해 설명할 때 철학적 이야기를 많이 들려준 그와 함께 작업을 하며 인생을 배우게 됐다. 열심히 작업했더니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좋은 반응이 솔솔 떠올랐다. ‘경주’의 호평에 자신감이 생겨 ‘나의 사랑 나의 신부’까지 신명나게 했다.

◆  "대화와 존중이 사랑을 유지하는 키 포인트"

2009년 ‘키친’ ‘10억’ 이후 5년 만에 영화 출연을 하게 됐다. 그 사이 2편의 드라마를 했으나 스크린에서 신민아를 볼 순 없었다. “마땅히 할 만한 게 없었다”고 툭 대답했다.

“3박자가 맞아야하는데 자꾸 삐꺽댔어요. 여배우 시나리오, 제 나이 또래가 할만한 게 없었어요. 너무 어리거나 너무 나이 든 캐릭터라 애매했기에 본의 아니게 5년 동안 쉬었죠. 특히 이 작품이 로맨틱 코미디인데 요즘 충무로의 인기 장르가 아니라 제작에 들어가기가 만만치 않았어요. 그래서 애착과 의미가 커요. 최진실 선배님을 기억하는 계기와 더불어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들을 위해 앞으로 로맨틱 코미디가 많이 제작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하고나니 사랑과 결혼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더 깊어졌다. 스스로를 어리다고만 생각해 결혼을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특히 주변에 결혼한 사람들이 없어서 먼 얘기로만 여겼다. 영화 속 영민-미영의 부부 갈등을 잘 해결해나갈 수 있겠단 믿음이 생겨났다. 두 사람의 가장 큰 문제는 대화의 부재라고 진단한다.

"연애할 땐 알콩달콩 잘 소통하다가 결혼 이후 대화가 너무 없더라고요. 대화하고 같이 재미나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야할 것 같아요. 소소한 재미를 느끼면서, 서로를 존중해준다면 어려움 극복하고 사랑을 유지하지 않을까요?”

◆ 아역시절부터 쌓아온 경험이 큰 자산…30대의 여유 즐겨

중학교 시절 모델로 데뷔한 신민아는 고1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모범적인 아역스타의 과정을 밟아왔다. 상큼한 하이틴 스타에서 매력적인 성년의 스타로 발돋움했으니까. 그 나이에서 얻을 수 있는 일상의 느낌을 반납한 채 프로무대에서 성장해온 그는 후회가 없을까.

“어린 나이라 능력은 없는데 욕심은 커서 많이 힘들었어요. 그런 상황을 지내놓고 나니 지금은 일 자체를 편하게 생각해요. 너무 오래해서 편해진 것도 있겠죠. 욕심은 있으나 편안한 마음의 욕심? 일은 항상 옆에 항상 있는 거잖아요. 쓸데없는 긴장도 사라졌고, 어떻게 하면 표현을 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구체적인 욕심이 생긴 듯해요.”

 

자아를 찾은 뒤 연기를 시작했더라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도 들지만 아역 때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시간 그리고 엄청난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의 신민아도 없을 테니 모두 소중한 시간이라고 마음을 다진다.

꽁꽁 숨어있다시피 하던 그가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등 달라진 행보를 보인다. 배우는 대중에게 편하게 느껴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신민아는 “난 원래 편안한 사람인데 그동안 대중과의 갭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편안한 사람으로 다가가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30대의 장점을 만끽하는 여배우의 모습이 번뜩 빛났다.

[취재후기] 하나, ‘CF 퀸’ 호칭은 장점일까 단점일까. “CF 속 이미지도 나의 일부분이고,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는 거니까 나쁘다곤 생각진 않는다. 광고의 이미지,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잘 살려나가는 게 목표다”. 둘, 이상적인 남성상은. “너무 어른스러우면 갭이 있으니까 부담스럽고. 너무 애같으면 제가 아기도 낳기 전에 엄마되는 느낌이라 싫고. 정신적으로나 기호에 있어서나 저랑 비슷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뭐를 하더라도 공감대가 형성되며 재미있지 않을까요?”.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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