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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진일보한 '못된' 캐릭터들의 향연 '연애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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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진일보한 '못된' 캐릭터들의 향연 '연애의 발견'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0.08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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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KBS2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이 연애의 클라이맥스가 아닌 티격태격 일상의 사랑을 찾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7일 방송된 마지막 회에서는 하진(성준), 태하(에릭)와 동시에 헤어지고 1년 후 여름(정유미)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여전히 여름을 잊지 못한 채 커플링을 끼고 지내는 하진, 우연히 만난 하진으로부터 여름의 거짓 결혼소식을 듣고 동요하는 태하, 태하를 향한 마음을 하루하루 또렷이 확인해가는 여름의 일상이 보여졌다.

실연의 상처를 추스르기 위해 하진은 해외 의료 봉사활동을 떠나고, 공항으로 달려간 여름은 둘 사이에 남아있던 감정을 차분하게 정리한다. 하진은 삶과 죽음이 무시로 교차하는 현지에서 영원한 사랑에 집착하고, 이별을 두려워하던 자신과 직면하며 거듭난다. 그리고 같은 보육원 출신이자 제대로 된 이별의 말조차 나누지 못한 채 떠나 보냈던 아림(윤진이)과 해후한다.

 

여름은 직접 운명을 만들었다. 태하의 SNS를 염탐해 그의 위치를 파악하고는 운명을 가장한 재회를 만들어냈다. 결국 태하는 거부할래야 거부할 없는 여름과 입을 맞추며 두 번째 사랑을 시작한다.

‘연애의 발견’은 연애를 대하는 인간군상의 자세와 다양한 심리를 보여준 점에서 잘 비벼진 연애 비빔밥 같은 드라마다. '로맨스가 필요해'를 집필한 정현정 작가의 꽤 좋은 대사와 인터뷰 기법을 동원, 다큐멘터리 분위기를 낸 형식적 신선함 등 미덕이 많았으나 가장 눈에 밟혔던 건 신선한 주조연 캐릭터들이다. 흔히들 얘기하는 ‘못돼 처먹은’ 사람들이다.

가구 디자이너 여름은 두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점에서 기존 로맨스 드라마 여주인공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운명이나 현실, 관계의 굴레에 갇히지 않은 채 자신의 사랑이 위치한 방향을 정확히 찾아가는 ‘나쁜 년’인 점이 두드러졌다. 현실적이고 진일보한 묘사다. 태하의 표현처럼 “누군가 옆에 있을 때조차 만족하지 않는 여자”는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랑이 다가 아니다. 사랑 플러스 일과 이상이다. 궁극적으로 여름이 태하에게 다시 돌아간 이유도 태하 옆에 있을 때 비로소 가장 자신 같아서다. 흔히들 지탄하는 ‘못된’ 성격을 태하는 개의치 않고, 오히려 응원해서다.

여름의 연장선상에 있는 인물이 여름의 엄마인 드라마작가 윤희(김혜옥)다. 사랑 없이 사별한 남편에 대한 최소한의 의리, 외동딸의 인생에 간여하지 않은 채 조언자로서 자리매김, 애인같은 친구와 재혼을 결정하는 엄마의 모습은 뜨겁지 않고 서늘하지만 동시대성을 입은 캐릭터다. 여름과 윤희는 사랑이나 자신의 선택에 있어서 우유부단하지 않고 주체적이다. 직업에 대한 자세 역시 치열하다. 남자만 ‘떴다’ 하면 일은 뒷전인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들과는 판이하다.

▲ '연애의 발견' 마지막회 장면[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와 조응하는 인물이 건설사 대표 태하다. 자신감과 오만함으로 똘똘 뭉쳤고, 자신이 원하는 걸 분명하게 표현하는 돌직구 화법의 이 남자는 까칠해 보이나 섬세하다. 일에 꽂혀 사랑마저 잃었지만 옛 여자친구 아버지의 묘지에 혼자 들를 만큼 의리도 있다. 자신의 마음이 가장 중요한 태하는 때론 망설이는 여름을 감싸 안는 대신 “자신이 원하는 걸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밀어 부친다. 두 사람은 이런 공방을 통해 상대의 발전을 견인하고, 자극을 얻으며 발전한다.

20대부터 시작해 30대에 이르기까지 연인의 숨결을 빚어낸 정유미와 에릭의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다. 늘 그래왔듯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처럼 모던하게 연기하는 김혜옥 역시 마찬가지다. 7.6%의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렸지만 ‘연애의 발견’은 달달한 로맨스 드라마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이기적일 만큼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고 솔직한, 소위 ‘못된’ 캐릭터들로 인해 시청률 수치가 담아낼 수 없는 강렬한 잔상을 남겼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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