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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이 깨운 오지영의 '명품 디그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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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이 깨운 오지영의 '명품 디그쇼'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1.29 2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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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란 격려 속 리베로 출전해 풀타임 소화…도로공사 팀 최다타이 9연승 버팀목

[장충=스포츠Q 이세영 기자] 경기 전 서남원 성남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김해란이 빠진 빈자리보다 오지영(27)의 원포인트 서버 자리를 메울 선수가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그만큼 오지영의 서브는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2013년 2월 27일 인천 흥국생명전에서는 5연속 서브 에이스를 기록한 적도 있다. 김미연의 서브가 좋지만 오지영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게 서 감독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날 리베로로서 오지영의 활약은 박수받아 마땅할 정도로 눈부셨다. 정확한 리시브와 몸을 사리지 않은 디그는 올스타전에서 무릎부상을 당해 수술을 받아야 하는 주전 리베로 김해란을 떠올리지 않게 만들었다.

그의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도로공사는 팀 최다연승 타이기록인 9연승을 달성했다. 2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5라운드 GS칼텍스전에서 세트스코어 3-1 승리를 거뒀다.

▲ [장충=스포츠Q 최대성 기자] 도로공사 오지영이 29일 장충체육관서 열린 V리그 GS칼텍스와 원정경기에서 리시브를 시도하고 있다.

◆ 리베로 출전, 벼르고 있었다

모두가 축제 분위기를 즐겨야 할 별들의 축제에서 불상사가 일어났다. 도로공사 주전 리베로 김해란이 무릎 부상으로 남은 경기에 출장할 수 없게 된 것.

그는 지난 25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올스타전에서 백어택을 시도하다 무릎을 다쳤다. 이벤트 경기라 팬 서비스 차원에서 공격에 나섰지만 안전하게 착지하지 못했다. 검진 결과는 왼 무릎 십자인대 파열. 시즌 아웃이었다.

이에 연승을 구가하던 중 시즌 최대 위기를 맞은 도로공사는 김해란의 빈자리를 오지영으로 메웠다. 파이팅이 좋고 리베로 경험이 있기에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본인도 리베로로서 경기에 나서길 원하고 있었다.

경기 전 서남원 감독은 “리베로로서는 김해란에 크게 뒤지는 선수가 아니다. 부담을 가지지 않고 하면 빈자리를 잘 메울 수 있다”고 밝혔다. 리베로로서 오지영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 서 감독은 “오지영을 따로 불러서 ‘네 기량을 믿고 부담 가지지 말고 플레이하라’고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부담감이 가시지 않았는지 오지영은 따로 야간 훈련을 했다. 팀의 최다연승과 선두 수성이 걸린 경기. 보통의 마음가짐으로 나설 수는 없었다. 연봉 계약 때도 ‘리베로로서 능력을 알아 달라’고 어필했기에 코트에서 실력으로 보여줘야 했다.

◆ 첫 리베로 풀타임 소화, "긴장했지만 경기에 집중했다"

오지영은 이를 악물었다. 상대의 서브는 안정적으로 받아냈고 몸을 날려 디그를 잡아냈다. 그동안 리베로와 레프트를 오가며 적잖이 마음고생을 했지만 이날은 활짝 웃었다.

1세트 리시브 성공률은 40%(2/5)에 그쳤다. 하지만 디그 성공률은 100%(8/8)를 찍었다.

활약은 계속됐다. 2세트에서 리시브 성공률 50%(1/2), 디그 성공률 75%(3/4)를 기록한 뒤 3세트에서도 리시브 성공률 57.1%(4/7), 디그 성공률 85.7%(6/7)를 구가하며 흔들림 없는 면모를 과시했다.

▲ [장충=스포츠Q 최대성 기자] 도로공사 오지영이 29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GS칼텍스와 원정경기에서 팀이 결정적인 득점에 성공하자 포효하고 있다.

4세트에서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팀을 살렸다. 15-14 리드 상황에서 에커맨의 백어택을 몸을 날리며 걷어낸 오지영은 니콜의 백어택을 도왔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돋보였던 장면이었다.

동료들과 소통에도 집중했다. 이기고 있든 그렇지 않든 분위기를 띄우려 애썼다. 분위기 메이커를 자청하며 팀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이날 오지영은 리시브 성공률 66.7%(20/30), 디그 성공률 84.6%(22/26)를 기록했다.

경기 후 오지영은 “경기 전에는 긴장이 많이 됐는데, 하다 보니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저 경기에 집중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자신의 점수를 묻는 질문에는 “한 건 별로 없지만 60점 정도 주고 싶다”며 “4세트 23-22에서 내가 서브 리시브를 못 잡아 듀스까지 갔지만 동료들이 다독여줘 긴장하지 않았다”고 되돌아봤다.

부상으로 시즌을 접은 김해란에게 격려도 얻었다. 오지영은 “경기 전에 해란 언니가 커피를 건네줬다. 평소에 무뚝뚝해서 이런 면이 있는 줄 몰랐는데 감동했다”며 “평소에 커피를 잘 마시지 않지만 기쁜 마음으로 마셨다. 커피의 힘으로 이긴 것 같다”고 웃었다.

주전 리베로의 중도 하차로 시즌 끝까지 리베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부담감이 밀려올 수밖에 없는 상황. 오지영은 “어깨가 정말 무겁다. 하지만 어차피 시간은 흐르고 경기 날은 다가온다”며 “피하려고 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 어차피 사람들은 해란 언니보다 내 실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가 할 것만 하자’는 생각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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