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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로 아픔 치유한 슈틸리케호, '국민 환대'에 새로 다지는 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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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로 아픔 치유한 슈틸리케호, '국민 환대'에 새로 다지는 결의
  • 임영빈 기자
  • 승인 2015.02.01 2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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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준우승 차지한 대표팀 귀국, 브라질 월드컵 참패 트라우마 완전 치유

[인천=스포츠Q 임영빈 기자] 울리 슈틸리케(61) 감독과 태극전사들은 이미 3년 뒤 러시아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선전으로 브라질 월드컵의 아픔을 씻어낸 한국 축구대표팀이 3년 뒤 명예회복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대표팀은 지난달 31일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호주와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2로 져 준우승을 차지했다. 55년 만의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지만 그래도 27년만에 결승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 [인천=스포츠Q 노민규 기자]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 한국축구대표팀이 귀국 환영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당초 한국은 우승후보가 아니었다. 4강 전력으로 평가받긴 했지만 해외 베팅업체들은 호주와 일본에 이어 한국의 우승 가능성을 세번째로 봤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하면서 점차 ‘원팀’으로 변하는 모습에 국민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선수들 모두 스스로 역할에 충실하며 승리를 위해 그라운드를 내달렸고 선수들을 향한 신뢰와 변화무쌍한 전술운용을 보여준 슈틸리케 감독을 향한 찬사가 잇따랐다.

또 대표팀의 투혼에 팬들은 한국 축구의 예전 모습을 되찾았다며 성원을 보냈다. 우승 트로피가 없었어도 이미 대표팀은 챔피언의 자격을 충분히 갖춘 팀임을 증명했다.

더불어 대표팀 선수들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할 것을 다짐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힘없이 무너졌던 악몽을 털어내고 새출발의 의지와 투혼을 선전으로 끌어올린 것은 아시안컵의 큰 소득이었다.

이 때문에 인천국제공항에는 환영인파가 몰렸다. 모든 환영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을 향했던 '엿사탕 세례'는 당연히 없었다. 7개월만에 모든 것이 변했다.

태극전사들이 금의환향을 축하해주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C게이트에 모인 시민들은 시계를 계속 바라보며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내길 기다렸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모습을 확인하자 우렁찬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대표팀 귀국 환영식이 예정된 인천공항 밀레니엄 홀에는 태극전사들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지켜보기 위해 팬들이 가득 모였다. 감사와 응원의 메시지를 적은 현수막을 제작해 공항을 찾은 팬들이 있는가 하면 우연히 지나가다 태극전사들의 귀국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자리를 잡은 팬들까지 모이면서 문전성시를 이뤘다.

▲ [인천=스포츠Q 노민규 기자] 슈틸리케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대표팀이 아시안컵을 거치면서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 하나로 뭉친 선수들 “누구와 붙어도 쉽게 지지 않는다”

축구는 팀 스포츠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11명의 선수들뿐만 아니라 벤치에 앉아있는 대기 선수들, 코치, 감독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하나로 뭉쳐야 함은 기본 명제다. 이를 항상 유념하는 팀이야말로 강팀의 요건을 갖춘 팀이라 할 수 있다.

팀이 만들어 내는 시너지 그 이상을 발휘한 대표팀은 국가대표로서의 자긍심과 자신감을 회복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진행된 환영회에서 “대회에 참가하기 전 선수들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렸다”며 “선수들이 태극마크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경기장에서 약속을 실천했다”고 자평했다.

전날 결승 뒤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우리 선수들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라고 한국말로 자긍심을 표현한 그는 "브라질 월드컵 부진 이후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했는데 국민 여러분이 환대를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선수들에겐 이런 것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안컵을 치르며 얻은 가장 큰 성과는 한국 축구가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다는 점”이라며 태극마크의 존엄성이 회복된 것에 큰 가치를 두었다.

공격수 손흥민(23·바이어 레버쿠젠)도 인터뷰를 통해 “아시안컵을 치르면서 쉽게 지지 않는 팀, 저력 있는 팀으로 변모했다”고 말했다.

대표팀 왼쪽 측면 수비수 김진수(23·호펜하임)도 “선수들이 대회 초반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며 “경기를 치르면서 컨디션도 회복됐고 감독님도 선수들을 믿어주셨다”고 덧붙였다.

▲ [인천=스포츠Q 노민규 기자]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대표팀이 입국장 앞에서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귀국인사를 하고 있다.

◆ 그래도 준우승은 아쉬워, 쉽사리 가시지 않는 여운

대표팀의 준우승에 모두가 환호했다.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후 대표팀을 향했던 ‘엿사탕 세례’는 없었다. 대표팀의 귀국을 환영하기 위해 공항에 모인 팬들은 선수들이 입국 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부터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하고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선수들도 시민들의 환대에 미소로 응답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팬들의 환대에 감사한다. 지난 월드컵 이후 선수들이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다”며 “오늘 선수들에게 보내준 환대는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이었다”고 성원을 보내준 국민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주장 기성용도 “지난 한 달 동안 큰 성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비록 우승을 하지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다음 대회에서는 꼭 우승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밝혀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결심한 차두리는 “대회 기간 동안 많은 팬들께서 한국 축구에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 선수들도 굉장히 많이 느꼈다”며 “저는 이제 은퇴하지만 후배들에게 계속 성원을 보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선수들은 팬들의 성원에 감사함을 표시하면서도 준우승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손흥민은 결승전이 끝난 후 보인 눈물을 보인 것에 대해 “결승까지 올라갔는데 우승을 거두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며 “두리 형의 은퇴경기에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도 슬펐고 부상으로 함께 하지 못한 청용이 형, 자철이 형 생각도 들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호주전 골이 아시안컵 100호라는 기록이라는 것도 생각나지 않았을 정도로 패배가 너무 아쉬웠다”며 “개인적으로 좋은 타이틀을 얻었지만 팀이 우승을 못한 아쉬움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김진수는 “처음 출전한 메이저 대회에서 결승까지 올랐다. 결승전에서 저지른 내 실수 때문에 실망도 많이 했고 스스로 부족함도 느꼈다”며 “은퇴하는 두리 형에게 우승이라는 좋은 선물을 주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고 아쉬움과 미안함을 표현했다.

▲ [인천=스포츠Q 노민규 기자] 손흥민은 인터뷰에서 “아시안컵 통산 100호골이라는 개인 타이틀보다 우승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더 컸다”고 밝혔다.

◆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 러시아 월드컵을 향한 첫 걸음

아시안컵은 끝났지만 이것이 모든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월드컵이 남아 있다.

슈틸리케 감독도 “지금껏 해왔듯이 이번 대회를 거치면서 대표팀을 분석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며 “아시안컵 준우승 성적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아가도록 할 것”이라고 초심을 유지할 것이라 밝혔다.

이어 “대표팀이 아시안컵을 치르면서 경기에서 적극적으로 임했고 상대팀에 대한 압박도 강해졌다”며 “기술적인 부분은 발전이 더 필요하다. 수비진의 빌드업 능력과 골 결정력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표팀의 ‘군데렐라’ 이정협(24·상주 상무)은 “감독님께서 경기 중에 침착함과 안정감을 갖추라고 주문하셨다”며 “대회를 거치면서 많은 점을 배웠다. 더 열심히 해서 대표팀에 걸맞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김진수도 “독일로 돌아가 더 열심히 뛰어 팀 내 입지를 더 굳건히 하겠다. 월드컵 예선에도 준비를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인천=스포츠Q 노민규 기자] 김진수는 인터뷰를 통해 “아시안컵을 통해 많이 배웠다. 소속팀에서도 좋은 모습 이어가 월드컵 준비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sqplanet@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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