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민기홍 기자]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이 열린 2014년 10월2일.
대표팀 선수들 중 유일하게 K리그 챌린지 소속이던 선수가 ‘대형사고’를 쳤다. 그가 때린 오른발 강슛이 골망을 흔드는 순간 온 국민이 환호했다. 한국 축구가 28년만에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임창우(23·울산 현대). 지난해 생애 최고의 나날을 보낸 그로서는 이번 시즌이 그 어떤 해보다 중요하다. 1년간 대전 시티즌 임대 생활을 마친 후 친정 울산으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주전 풀백으로 활약했던 이용의 입대로 주전을 꿰찰 것이 유력시된다.
그는 “(이)용이 형은 너무 잘해서 경쟁 상대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며 “하지만 출전할 수 없다는 사실은 너무 힘들었다. 아이스박스를 들고 공을 나르는 것이 내 역할이었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10년 울산에 입단한 임창우는 이용이 다치거나 경고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게 돼도 좀처럼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동기들이 경기에 뛰는 것을 보고 부러워하면서 칼을 갈았다. 결국 챌린지 대전으로 자리를 옮겨 실전에 나서며 실력을 갈고 닦았다.
대전의 오른쪽은 곧 임창우였다. 시즌 초반부터 독주 체제를 굳힌 대전은 20승10무6패(승점 70)으로 우승하며 클래식으로 승격했다. 임창우는 “열정적인 서포터즈와 함께 기쁨을 나누며 감격스러워했다. 너무 소리를 질러 목이 멜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축구 인생의 전기를 마련해 준 팀이지만 이젠 상대 팀이다. 승부의 세계란 냉정하다. 울산의 우승을 위해 뛰겠다”고 의지를 다지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아련하다. 대전 원정에 가서 팬들께 인사를 하면 가슴이 울컥할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 아시안컵에서 스타가 된 동기생 이정협(상주 상무), 김진수(호펜하임)은 임창우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 그는 호주행 비행기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 들어 제주도 전지훈련에 합류했다. 활약 여부에 따라 대표팀 재승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윤정환 감독은 임창우가 성남에서 이적해온 미드필더 김태환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두 선수가 번갈아 오른쪽을 헤집으며 장신 공격수 김신욱과 양동현을 향한 양질의 크로스를 올려주면 울산이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
임창우는 “활동량과 희생을 강조하시는 감독님의 축구가 나와도 잘 맞는 것 같다. 태환이 형과의 조합은 개인적으로도 기대가 크다”면서 “서로 큰 효과가 날 것 같다. 우승을 위해 선후배간에 서로 격려하고 힘을 북돋아주는 역할도 잘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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