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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리그 제패 안양 한라, 끝이 아닌 진정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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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리그 제패 안양 한라, 끝이 아닌 진정한 시작
  • 임영빈 기자
  • 승인 2015.02.19 0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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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시즌 이후 5년만에 정규리그 1위…2010~2011시즌 이후 4년만에 챔피언 탈환 목표

[스포츠Q 임영빈 기자] 한국 아이스하키의 대표적인 팀인 안양 한라가 다시 한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한라는 18일 고양 어울림누리 빙상장에서 열린 2014~2015 아시아 아이스하키리그 최종전에서 하이원을 3-1로 꺾고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며 다시 한번 아시아리그 최정상 자리를 노리고 있다.

한라는 한국 아이스하키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팀이다. 1990년대 석탑건설이 실업팀을 창단한 이후 만도 위니아(현재 한라)와 동원 드림스, 현대 오일뱅크 등이 잇따라 창단됐지만 지금까지 살아남은 팀은 오직 한라 뿐이다. 한라는 2003년부터 아시아리그의 원년멤버로 참가해왔고 2008~2009 시즌과 2009~2010 시즌에 2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2008~2009 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에 오르지 못했지만 한라는 2009~2010 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한 뒤 2010~2011 시즌에도 도호쿠 프리 블레이즈와 함께 공동 챔피언에 오르며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6위에 그치며 7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던 한라는 두 시즌만에 다시 플레이오프에 나서며 4년만의 챔피언 등극을 노린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안양 한라선수들이 18일 고양 어울림누리 빙상장에서 열린 2014~2015 아시아 아이스하키리그 최종전에서 승리한 뒤 우승 축하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다.

◆ 완성된 공수조화와 단결된 마음, 리그 1위 원동력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에는 4개국 9개팀이 참가한다. HC 닛코 아이스벅스, 닛폰제지 크레인스, 도호쿠 프리 블레이즈, 오지 이글스(이상 일본), 한라, 하이원, 대명 상무(이상 한국) 차이나 드래곤(중국), 사할린 시 라이온즈(러시아)로 리그가 구성됐다.

한라가 정규리그 우승 또는 챔피언을 차지한 시즌을 제외하면 모든 영예는 일본팀이 가져갔다. 그만큼 일본 아이스하키의 수준은 아직까지 한국이나 중국보다 높다.

지난 2013~2014 시즌 6위에 그쳤던 한라는 다시 한번 리그 정상에 도전하기 위해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체코 출신 이리 베버(46)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1987년부터 2015년까지 체코와 핀란드, 독일과 러시아 등을 거치며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약했던 베버 감독은 1995년부터 1999년까지는 체코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수비수로 발탁될 만큼 현역시절 실력을 인정받았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는 체코의 15세 이하(U-15), 17세 이하(U-17) 대표팀 감독을 역임하며 지도자로 변신했다.

현역 시절 수비수로 활약했던 만큼 그는 한라에서도 수비에 비중을 많이 뒀다. 강화된 수비를 바탕으로 공격에 임하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특히 페널티킬링 상황 전담선수를 키웠다. 공격수 박상진과 이민우가 그들이다. 또 김기성과 신상훈, 브락 라던스키와 마이크 테스트위드 등 언제든 팀 득점을 책임질 수 있는 탄탄한 공격진을 보유, 공수조화가 잘 이루어졌다.

베버 감독은 리그 1위를 달성한 순간에도 "아직 우리는 챔피언이 되기 위한 과정에 있다"며 "다음달 플레이오프는 또 다른 시작"이라며 집중력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브락 라던스키도 "리그 최고의 4개 팀이 모이는 만큼 모든 경기가 힘들 것"이라며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기량을 선보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한라는 팀 전체가 더 높은 단계를 올라가려는 준비를 마쳤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이리 베버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단 감독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진정한 챔피언이 되기 위한 과정이 아직 남아있다"며 플레이오프에서 선전을 다짐했다.

◆ 부진의 터널을 지나 챔피언 등극 여로에 오르다.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는 아시아지역 최초 다국적 통합스포츠리그다. 아시아지역의 하키발전과 세계 아이스하키계와 실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창설된 리그이나 그 안에서도 나라간 격차가 존재하고 이 가운데 일본이 단연 강세를 보인다.

일본의 강세속에서도 한라는 한국 아이스하키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한라는 2009~2010 시즌과 2010~2011 시즌 챔피언에 올랐지만 영광의 시대는 길지 않았다. 이후 번번이 일본팀에 덜미를 잡혀 챔피언결정전에 오르지 못했고 2013~2014 시즌에는 팀 역대 최악의 성적인 6위에 그치면서 심의식 감독과 배영호 코치가 전격 경질됐다.

한라는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빠르게 수습했다. 베버 감독 부임 이후 전력 안정에 성공했고 불과 한 시즌 만에 정규리그 1위를 달성했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4-5위전 승자와 5전 3선승제를 치른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팀 전력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베버 감독은 경기 후 "6개월 동안 리그를 치르면서 선수들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지금껏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라던스키도 "기량이 출중한 1라인 공격수들이 있어 득점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된다"고 동료들을 칭찬했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브락 라던스키 안양 한라 공격수가 올 시즌 득점이 감소한 것에 대해 "팀에 훌륭한 공격수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동료들을 칭찬했다.

◆ 평창에서 보여줄 한국 아이스하키의 자존심

한국 아이스하키는 개최국 자격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한다. 1928년 도쿄제국대학(현재 도쿄대학)이 한국에서 최초로 아이스하키 경기를 열었으니 정확하게 도입 90년만에 최초로 올림픽 본선 무대에 나서는 것이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도 '평창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목표인 1승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명맥을 잇고 있는 한라이기에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 최초의 귀화 아이스하키 선수이자 한국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복수 국적(캐나다, 한국)을 받은 선수인 라던스키를 보유하고 있는 팀 역시 한라다.

라던스키는 "처음에는 적응이 어려웠지만 지금은 팀내 동생들이 형이라고 부르는 등 친하게 지내고 있다. 한국 문화 적응이 이미 끝나 쉬는 날에는 버스를 타고 다닐 정도"라며 "올림픽 대표팀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할 수 있을만큼 기량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이원에 있는 마이클 스위프트나 브라이언 영과 함께 대표팀에 뽑혀 한국 아이스하키의 올림픽 도전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베버 감독도 "한국 선수들은 유럽이나 북미아이스하키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며 "선수들의 재능차는 있겠지만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한국 선수들은 상대를 존중하는 문화가 있는데 경기에 나서는 순간만큼은 이를 잊어야 한다. 프로로서 경기에 나서는 순간 상대팀에 있는 친구는 친구가 아니다"라며 "더 과감한 모습을 보이고 비정해질 필요가 있다. 팀의 승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이들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 그리고 챔피언에 오르는 것이다. 동계올림픽은 아직 먼 미래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시아리그에서 최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것 역시 한국 아이스하키의 수준과 기량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장기적으로는 동계올림픽을 위한 준비도 된다.

진정한 챔피언이 되기 위한 과정에 돌입한 한라가 다시 한번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정상에 등극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sqplanet@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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