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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터 권준형 각성이 빚어낸 봄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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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터 권준형 각성이 빚어낸 봄배구
  • 임영빈 기자
  • 승인 2015.02.27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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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VO컵 때만 해도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 걱정거리…공격 호흡 맞아들어가면서 포스트시즌 확정

[스포츠Q 임영빈 기자] 구기종목을 보면 특정 포지션에서 뛰는 선수에 의해 강팀이냐 약팀이냐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농구에서 공수를 조율하는 포인트가드가 가장 좋은 예다.

배구라면 단연 세터다. 역대 한국 배구를 보면 세계 정상과 경쟁하면서 초특급 세터 평가를 받은 선수가 적지 않았다. 김호철 천안 현대캐피탈 감독과 신영철 수원 한국전력 감독은 현역시절 대표적인 '컴퓨터 세터'로 명성을 날렸다.

세터라면 일가견이 있는 신영철 감독이 신형 컴퓨터 세터를 발굴했다. 바로 권준형(26)이다.

한국전력은 26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남자부 인천 대한항공과 경기에서 3-1(25-14 25-20 22-25 25-22)로 이기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최소 4위 자리를 확보하면서 2011~2012 시즌 이후 3년만에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준플레이오프 진출 확정이라고 하지만 현재 성적과 순위를 보면 사실상 3위 확정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남은 것은 4위와 승점차를 4 이상으로 벌리면서 준플레이오프까지 없애는 것이다. 어렵겠지만 안산 OK저축은행이 점하고 있는 2위도 내심 넘본다.

2013~2014 시즌 7승에 그쳤던 한국전력이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21승이나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외국인 선수 쥬리치와 전광인, 서재덕의 활약이 가장 컸다. 그러나 이들의 공격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 것은 권준형의 효과적인 볼 배급, 바로 세트였다.

▲ [수원=스포츠Q 최대성 기자] 권준형이 26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대한항공과 경기에서 토스를 올리고 있다.

◆ '컴퓨터 세터'가 알려주는 세터 본연의 임무

불과 6개월 전만 하더라도 신영철 감독의 최대 고민은 바로 세터였다. 지난 시즌 세터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신영철 감독은 구미 LIG손해보험에서 권준형을 데려왔다.

지난해 7월 안산 프로배구대회(KOVO)컵에서 신영철 감독은 "한국전력의 가장 큰 고민은 리베로와 세터"라며 "리베로는 드래프트에서 뽑으면 되는데 세터가 문제다. 훈련할 때는 괜찮은데 경기에서 안풀린다"고 답답함을 그대로 나타냈다.

그러나 권준형에 대한 고민은 이제 더이상 없다. 신영철 감독은 한국전력의 포스트시즌 진출 주역으로 권준형을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한국전력은 특정 선수의 공격력에 의존하는 팀이 아니다. 외국인 선수 쥬리치와 전광인이 득점 랭킹 5위와 7위에 올라 있다. 이 가운데 전광인은 공격 성공률이 57.25%로 레오(56.80%)에 앞선 1위다.

이뿐 아니라 오픈 공격(쥬리치 2위, 전광인 3위), 퀵오픈(전광인 2위, 쥬리치 3위), 백어택(전광인 1위, 쥬리치 9위) 등 두 선수의 공격력은 다른 팀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

아울러 주로 센터가 담당하고 있는 속공에서도 하경민이 55.50%의 성공률로 8위에 올라 있다. 이 모두가 권준형의 효과적인 공격 배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만큼 권준형의 세트도 평균 11.14개로 유광우(삼성화재 11.82개)에 이어 2위를 달릴 정도로 V리그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한국전력에 새로운 '컴퓨터 세터'가 등장한 것이다.

▲ [수원=스포츠Q 최대성 기자] 권준형(오른쪽)이 26일 대한항공과 홈경기에서 쥬리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와신상담, 그렇기에 방심은 없다.

권준형은 대한항공전에서도 12.50개의 세트를 성공시키며 승리에 이바지했다. 경기 중 서브 리시브가 흔들렸지만 전광인, 쥬리치 좌우 쌍포가 편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센스를 발휘했다.

좌우를 가리지 않는 권준형의 토스에 한국전력은 더욱 날개를 달았다. 동료 공격수가 손쉽게 득점을 올릴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공을 배급하는 그의 활약에 한국전력도 웃을 수 있었다.

이날 쥬리치는 팀내 최다 득점인 42득점과 함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고 센터 하경민과 레프트 전광인도 각각 15득점과 10득점을 기록했다.

한국전력은 지난 10차례 시즌에서 다섯 차례나 최하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만년 꼴찌팀이었다. 하지만 세터 한 명의 가져다 준 효과는 엄청났다. 전광인과 서재덕, 하경민 등 국내 선수와 함께 쥬리치까지 시너지 효과를 냈다.

권준형은 불과 1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 쾌거를 이룬 원동력으로 신영철 감독의 지도를 꼽았다. 권준형은 "감독님이 세터 출신이라 기술적인 부분과 정신적인 부분을 하나하나 짚어주셨다"며 "감독님의 말씀을 믿고 따르니 기량이 느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제 한국전력은 플레이오프 직행을 노리고 있다. 4위와 승점차를 4 이상으로 벌리면 곧바로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다. 그렇기에 권준형은 물론 모든 한국전력 선수들은 아직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권준형은 "아직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서 방심할 수 없다. 남은 경기도 준비를 잘해야 한다"며 "준플레이오프를 치르지 않아도 됐을 때 비로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이 모든 경기를 이긴다고 봤을 때 쌓을 수 있는 승점은 각각 61과 58이다. 한국전력이 승점 65를 확보하면 곧바로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다. 승점 59가 된 한국전력이 남은 4경기에서 승점 6만 추가하면 된다.

때마침 다음 경기가 다음달 2일 현대캐피탈과 경기다. 이 경기에서 3-0 또는 3-1 승리를 거두면 승점 62가 되면서 현대캐피탈이 쌓을 수 있는 최대 승점이 58로 줄어들게 돼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지을 수 있다.

그렇기에 권준형은 현대캐피탈과 경기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특히 지난 17일 천안 원정에서 1-3으로 져 연승 행진에 제동이 걸렸기에 설욕을 벼른다.

sqplanet@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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