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9 15:43 (월)
[SQ현장] 디스·썰전 넘은 K리그 사령탑 '같은 꿈', 원대한 목표와 화끈한 공격
상태바
[SQ현장] 디스·썰전 넘은 K리그 사령탑 '같은 꿈', 원대한 목표와 화끈한 공격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3.05 18: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리그 클래식 D-2] 미디어데이, 전북·수원·포항·울산 우승 후보 지목…새 감독 울산·제주·전남·인천도 색깔축구 다짐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개막일을 이틀 앞둔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을 맞이하는 12개팀들의 감독과 선수들의 생각은 같았다. 목표는 원대하게 잡았고 공격은 화끈하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챔피언 전북 현대를 비롯한 K리그 클래식 12개팀 감독과 선수들은 5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미디어데이 행사를 갖고 9개월에 걸친 장기 레이스에서 저마다 목표를 밝혔다.

예나 지금이나 서로에 대한 재미있는 '디스'와 유쾌한 설전은 여전했지만 유독 눈에 띈 것은 원대한 목표였다.

'언더독' 또는 약체팀으로 평가받고 있는 시민구단 4총사 성남FC와 인천, 대전, 광주 등은 "잃을 것이 없다"며 입을 모았고 전북과 서울, 포항, 울산 현대 등 강팀으로 지목받고 있는 감독과 선수들은 서로가 서로를 꺾어보이겠다며 자존심 섞인 라이벌 의식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 하위 스플릿으로 밀려났던 전남이나 부산 등도 큰 목표를 잡으면서 다양한 색깔을 내겠다며 상위 스플릿 진입을 목표로 내걸었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새 유니폼을 입은 12개 구단 대표 선수들이 5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그랜드볼룸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각 구단 감독들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 1강 전북? 수원·포항·울산도 만만치 않다

"우리는 계속 1강이 아니라고 하는데 자꾸 그런 얘기를 하면…."

최강희 전북 감독이 살짝 '짜증'을 냈다. 물론 언짢은 것이 아니라 애교가 섞인 것이었다. 축구 관계자나 전문가들은 에두와 에닝요을 데려와 공격을 강화한 전북을 K리그 클래식 정규리그 2연패를 달성할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지만 최 감독의 목표는 정작 다른 곳에 있었다.

최강희 감독은 "우리 팀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목표로 한다. 정규리그 우승과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무조건 AFC 챔피언스리그"라며 "K리그 클래식 수준이 많이 올라왔기 때문에 정규리그 우승 경쟁은 집중하지 않으면 쉽지 않다. 각 팀의 베스트 11만 놓고 보면 전력차가 나지 않는다. 모든 팀이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최 감독은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이 변수라고 봤다. 최 감독은 "전반기에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팀들은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울산과 포항이 굉장히 좋은 경기를 할 수 있고 우승 후보로도 꼽힌다"고 밝혔다.

이런 생각은 다른 팀 감독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용수 서울 감독도 "AFC 챔피언스리그와 정규리그 병행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전북은 당연하고 수원과 포항, 울산의 우승 가능성이 높다"고 동의했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전북 최강희 감독(왼쪽)과 성남 김학범 감독이 5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그랜드볼룸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북을 1강으로 꼽는 분위기가 나오자 다른 팀 감독들도 전북을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에 대한 저마다 아이디어를 내놨다.

오는 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과 공식 개막전을 갖는 성남의 김학범 감독은 가장 현명한(?) 답을 내놨다. 바로 최강희 감독을 경기장에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 최 감독의 전술전략만 없다면 전북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K리그 클래식 나이 서열 1, 2위 다운 재미있는 답변이었다.

다른 팀 감독들은 조직력으로 상대해야 한다는데 입장을 함께 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전북의 더블 스쿼드가 워낙 강력하다. 경험도 많기 때문에 어려운 경기가 예상된다. 개인 역량보다 팀으로 상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고 노상래 전남 감독도 "전북의 조직력을 어떻게 무너뜨리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윤정환 감독은 "당일 컨디션이 중요하다. 전술전략보다 컨디션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고 윤성효 부산 감독은 "우리 팀은 전북과 하면 늘 자신감을 갖고 싸운다. 자신감만 잃지 않는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조진호 대전 감독은 "골을 넣으면 일단 이길 가능성은 생긴다. 지더라도 맞불 작전을 펼치겠다"고 도전장을 던졌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울산 윤정환 감독(왼쪽 앞)과 서울 최용수 감독(오른쪽 앞)이 5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그랜드볼룸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가, 시즌 각오를 밝히고 있다.

◆ '공공의 적'이 된 서울, 경쟁팀 집중 공격

그러면서도 대부분 팀들은 서울을 '공공의 적'으로 꼽았다. 서울을 반드시 꺾고 싶다는 뜻이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지금 내 머리 속에는 서울밖에 없다. 개막전에서 맞붙기를 원했는데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 무조건 총력전"이라고 말했고 최강희 감독도 "미디어데이 행사 직전까지만 해도 김학범 감독의 성남을 이겨보려고 했는데 마음을 바꿨다. 지난해 서울을 오래간만에 이겨봤는데 기쁨이 3배였다. 그 3배의 기쁨을 올해도 만끽하겠다"고 밝혔다.

윤정환 감독은 "현역 시절 최용수 감독에게 도움(승리)을 많이 줬다. 이제는 내가 그 도움을 받아야 할 때"라고 의미있는 미소를 지었고 조성환 감독도 "여태껏 홈에서 서울을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올시즌 목표 가운데 하나가 서울전 승리"라고 말했다.

조진호 감독은 "홈에서 서울을 이겨보겠다. 예전에도 서울과 경기를 하면 관중들이 들어찼다. 관중이 많은 환경에서 이기면 자신감이 배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울산을 이겨보고 싶다는 얘기도 많았다. 울산을 이끌고 있는 윤정환 감독은 무려 9년동안 일본에서 생활했다. K리그 입장에서는 윤정환 감독이 이끄는 울산이 과연 어떤 팀인지 궁금하고 '미지의 팀'을 이겨보고 싶다는 도전정신이 발휘된 것이었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 감독이 5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그랜드볼룸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시즌 목표를 밝히고 있다.

남기일 광주 감독은 "울산이 어떤 팀인지 참 궁금하다. 꼭 이겨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고 김학범 감독은 "윤 감독이 J리그에서 오래 있다가 왔기 때문에 궁금하다. 일본 축구를 접하고 온 것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공격을 받은 최용수 감독과 윤정환 감독은 모두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최 감독은 "공공의 적이 된 만큼 책임감을 느낀다. 나는 4개의 화살을 갖고 이 가운데 2개를 전북과 포항을 향해 쏘겠다"고 응수했다. 윤 감독은 "일본에서 살았지만 일본인이 아니기에 일본식 축구를 하지 않았다. 한국식 축구를 했다. 크게 다를 것은 없다"고 웃어보였다.

노상래 전남 감독은 포항을 지목했고 김도훈 인천 감독은 같은 시민구단인 광주와 대전을 이기고 싶은 상대로 꼽았다.

◆ "네가 가라 하위스플릿" 친구들의 유쾌한 디스

역시 미디어데이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감독 사이의 '디스'다. 개막전을 앞두고 있는데다 12개팀 감독들이 한 자리에 모여 대화를 나눌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미디어데이 행사를 주최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나 취재진들도 은근히 디스를 해주기를 바라며 판을 깔아놓는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김도훈 안천 감독이 5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그랜드볼룸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시즌 목표를 밝히고 있다.

최강희 감독과 김학범 감독은 공식 개막전 상대답게 디스를 주고 받았다. 최 감독은 "내가 최연장자라고는 하지만 외모상으로는 김학범 감독이 더 위처럼 보이지 않느냐"고 포문을 열었다. 최 감독은 1959년생으로 김학범 감독보다 1년이 위다. 이어 "머리가 많이 빠져있던데"라며 "도발하지 말고 가발 이식을"이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 말을 들은 김 감독도 너털웃음을 지으며 개막전 때 최 감독을 전북 클럽하우스에 있는 봉동에 어떤 식으로든 가둬놔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비슷한 연배인 감독끼리 디스도 흥미진진했다. 김도훈 인천 감독과 노상래 전남 감독, 조성환 제주 감독이 모두 같은 1970년생 친구로 사석에서는 더할나위 없이 친하다. 조성환 감독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친구여, 하위스플릿은 네가 가라"고 도발하며 웃어보였다. 조성환 감독의 공격을 받은 노상래 감독은 "캐넌 축구로 제주를 (무너뜨리겠다)"고 맞불을 놓기도 했다.

김도훈 감독은 개막전에서 만나는 광주를 향해 "늑대축구, 무등산에 오르다"라는 말로 승리를 다짐했고 남기일 광주 감독도 "개막전 무패행진"으로 인천전 승리를 다짐했다. 광주는 이전 K리그를 포함해 K리그 클래식 개막전에서는 단 한번도 지지 않았다.

◆ 화끈한 공격축구로 시즌을 보낸다

역시 올 시즌 화두는 화끈한 공격축구였다. 너도나도 공격축구를 들고 나왔다.

공격축구의 원조인 '닥공'의 최강희 감독은 "지난해보다 공격에 무게감도 생겼고 전술의 다양성을 갖출 수도 있게 선수 구성이 됐다. K리그 자존심을 갖고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무공해' 전술 복귀를 선언한 최용수 감독은 "우승 경쟁권이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정확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이 독에 차있는 만큼 결속의 힘이 더 무섭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남기일 광주 감독이 5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그랜드볼룸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시즌 목표를 밝히고 있다.

황선홍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공격 선수가 부족해서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다양한 개성을 가진 선수들을 데려왔기 때문에 적극적인 전술 운용이 가능하다"며 "외국인 선수가 기대되고 공격진 구성도 마음에 든다. 최강희 감독께서 AFC 챔피언스리그라는 토끼를 잡겠다고 하니 포항은 다른 토끼(정규리그 우승)를 잡겠다"고 자신했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다른 팀과 달리 브랜드는 없지만 라인을 앞으로 올려서 전방압박을 통한 빠른 공격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고 윤성효 부산 감독은 "많이 뛰고 많이 슛하고 공수전환을 빨리 하겠다"며 공격축구를 선언했다.

김학범 감독은 "그동안 중심에 있다가 변방으로 밀렸다. 이제 변방에서 다시 중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정규리그 각오를 다졌고 김도훈 감독은 "작은 물방울이 모여 바위를 깨듯이 조직력을 바탕으로 그라운드에서 감동과 꿈을 주겠다"고 다짐했다.

남기일 감독은 "지난해 이뤄졌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니까 되더라"며 돌풍을 예고했고 조진호 감독은 "공격적으로 시즌을 치르겠다. 전력이 약하다고 해서 뒤로 물러서면 이길 수가 없다. 이길 가능성이 생기려면 공격 뿐"이라고 활발한 공격을 예고했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12개 구단 감독들이이 5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그랜드볼룸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우승 트로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