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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살인의뢰' 김상경 "배우 업태는 서비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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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살인의뢰' 김상경 "배우 업태는 서비스업"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3.13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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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범죄 스릴러 ‘살인의뢰’(감독 손용호)가 12일 개봉, 누적관객수 8만7240명을 모으며 전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영화는 연쇄살인마 강천(박성웅)에게 가족을 잃은 강력계 형사 태수(김상경)와 아내를 잃은 평범한 은행원 승현(김성균)의 망가진 삶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사형제 폐지가 과연 온당한 것인지, 사적구제는 무조건 금지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도발한다.

영화 ‘살인의 추억’ ‘몽타주’ ‘살인의뢰’. 강력계 형사만 세 번째. 순간 튀어나오는 눈빛마저 형사 같은 배우 김상경(44)이 테이블 너머에 자리했다.

 

- 또 다시 강력계 형사다.

▲ 제작자가 ‘몽타주’ 때와 같다. 시나리오를 건네주겠다고 해서 직업을 물어보니 형사라고 해서 “미쳤냐?”라고 했다 ‘몽타주’ 때도 형사 전문 배우 소리를 들어서 부정적이었는데 시나리오를 보니 기존 사건을 추적하는 열혈형사와 다르더라. 이번엔 피해자 가족이라는 점, 감정선이 다른 점이 매력적이었다. 또 이야기가 3년 전후로 나뉘므로 입체적 인물 표현이 가능한 점도 끌렸다.

- 형사 역을 맡았을 때 남달리 준비하는 게 있나.

▲ ‘살인의 추억’ 때부터 리서치를 많이 했다. 실제 사건 기록들을 훑어보고, 시신 사진까지 다 봤다. 여중생이 주검으로 발견된 사건이 있었는데 학생증 속 그 학생의 얼굴은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형사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눴고, 광주지방경찰청 홍보대사도 했다. TV를 볼 때 가장 재밌는 게 뉴스다. 재미가 아니라 흥미다. 나이가 들수록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아지게 된다.

- 연쇄살인마의 대척점에 선 형사 캐릭터도 다르지만 ‘살인의뢰’는 이런 장르 영화들과도 결이 다른 느낌이다.

▲ 범죄 스릴러 영화는 대부분 결과를 처음부터 잘 안보여 주는데 이 영화는 처음부터 모두 드러내고 달려간다. 우리 사회에 사형제와 사적 복수라는 화두를 던진다. 욕을 먹더라도 용감하게. 형사는 사실 장치에 불과하다.

- 우리나라는 실질적인 사형제 폐지국가다. 평소 사형제도에 대한 생각은 어땠나. 영화를 찍은 뒤 달라진 점이 있는지.

▲ 아무래도 태수라는 인물에 많이 젖어 있어서 피해자 입장에 기울어져 있다. 일반인이라면 많이 고민했을 듯싶다. 분명 개봉 후 종교계와 인권단체에서는 우리 영화에 대해 반발할 거다. 다만 이제까지 실질적 사형제 폐지 부분이 국가에서 추진했던 거지 피해자 가족이나 국민적 합의 과정을 거쳐 진행되진 않은 거 같다. 이번에 간접적이나마 경험해보니 미칠 것 같더라. 공론화돼서 진지한 대화와 방향성이 모색된다면 이 영화는 성공한 거나 마찬가지다.

 

- 영화에는 평온한 일상을 짓밟은 사건 발생 3년 전후로 완전히 바뀌어버린 태수의 모습이 등장한다.

▲ 배우로서 가장 큰 매력이었다. 3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보여지길 바랐다. 전엔 능글능글하고 경험 많은 형사였다. 후엔 삶이 푹 꺼져버린, 껍데기만 남은 사람이다. 그 격차가 크게 보일수록 영화의 메시지가 잘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감정의 진폭뿐만 아니라 외형상의 변화도 중요해 10일 동안 10kg을 감량했다.

- '살인의뢰’에 대해 전형적인 스릴러라고 보기 힘들다는 평가도 있다.

▲ 범죄 스릴러라고 자신 있게 말하진 못 하겠다. 원래 시나리오에선 승현을 감추고 갔는데 편집과정에서 스릴러 요소를 바꿔놨더라. 감춰놨던 걸 많이 드러내고, 장면들이 부딪히는 느낌이 났다고 할까. 그래서 나도 물어봤는데 블라인드 시사에서의 관객 반응, 감독, 투자배급사의 판단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이런 형식과 설정이 옳았느냐는 현재로선 판단하기 힘들고 개봉하고 나서 혼자 조용히 다시 한번 영화를 봐야할 것 같다.

- 시나리오, 촬영, 연출, 편집, 연기 등에 대해 폭넓은 관심과 시각을 가지고 있다. 감독 권유도 받을 것 같은데.

▲ 내가 아이디어나 제안을 많이 하는 걸 좋게 봐주셔서 “연출해라”란 말을 해주시지만 배우라면 그 정도는 알고 이야기해야 한다. 감독의 눈은 또 다를 거다. 연출은 전혀 생각 없다. 그 깜깜한 편집실에서 수백번 반복해서 보는 작업은 나랑 맞질 않는다. 국내외에 배우 겸 감독들이 있는데 난 그런 탤런트가 없다. 난 배우 아니면 ‘떠드는 사람’일 뿐이다.

 

- 당신이 형사 태수가 아닌, 연쇄살인마 강천 캐릭터를 연기했다면 어땠을까 궁금했다.

▲ ‘악마를 보았다’의 최민식 형 캐릭터를 내가 하면 어떨까, 생각해봤던 적이 있는데 역할에 따라 심리가 요동을 치므로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다. 내가 맡았다면 (박)성웅의 에너지와는 다르니까 고등지식으로 무장한, 안 그럴 거 같은 인물이 그러니까 더욱 섬뜩한 캐릭터가 나오지 않았을까. ‘양들의 침묵’의 안소니 홉킨스처럼 미궁의. 한다면 할리우드처럼 정신과 상담을 꼭 받아야 할 것 같다.(웃음) 드라마 ‘화이트 크리스마스’ 때 연쇄살인마 캐릭터를 맡은 적이 있는데 그땐 살인에 집중하기보다 두뇌싸움을 벌이는 인물이었다. 형사 역은 이걸로 마지막이지 싶다. 누군가는 “형사 3부작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표현하더라. 하하.

- 시나리오를 선택하는 기준이 궁금하다.

▲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살인의뢰’ 모두 기준은 김상경으로 살다가 되도록 대중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을 고른다. 그동안 홍상수 감독의 작품들과 같이 예술영화와 영화를 운 좋게 넘나들며 활동해 왔는데 항상 대중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여겼다. 배우의 재능은 스크린 위에 일반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다. 식스팩이든 액션이든 관객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 소위 ‘생활 연기’를 추구한다는 말인가.

▲ 평범한 사람들을 그려내는 생활연기가 가장 재밌으면서 어렵다. 평범한 걸 특별하게 전환하는 거니까. 내가 출연한 작품들을 대중이 보긴 다 봤는데 딱히 어디였는지 잘 모르는 게 내가 추구하는 연기다. 정해진 이미지의 배우보다 극중 인물로 기억되고 싶다. 난 스타성으로 가는 배우는 아니다. 나를 돋보이게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 "배우의 업태는 서비스업”이란 최근 당신의 발언이 화제가 됐다.

▲ 데뷔 무렵 개인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을 때 업태 란에 ‘대중예술’ 등으로 나올 줄 알았는데 ‘서비스업’으로 명기되더라. ‘서비스업’으로 돼 있으니 전 국민에게 항상 인사 잘 하고 “어서 오십시오~” 마인드여야 한다. 배우들이 대우받고 조명 받으니 자신이 위에 있다고 착각하곤 한다. 그러면 안 된다. 영화 연극의 3대 요소가 ‘희곡, 배우, 관객’이지 않나. 관객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언제까지나 배우로 늙어가겠지만 항상 잊으면 안되는 게 배우는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울고 웃게 해주는 직업이라는 거다. 드라마 ‘대왕 세종’을 할 때 세종의 모토가 ‘백성은 하늘’이었다. 위대한 왕도 그랬는데 배우들은 당연히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 '100세 시대’를 넘어 ‘130세 시대’란 슬로건까지 등장하고 있다. 노후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 더 나이 들어서 주인공을 하지 못하게 되면 시간이 많이 남을 거 아닌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지역 동사무소 등지에서 돈은 없으나 연기가 꿈인 이들을 대상으로 선배, 동료들과 함께 연기수업을 하고 싶다. 일종의 봉사활동이다. 지역 단위 네트워킹이 형성되면 더 많은 이들이 혜택을 얻지 않을까. 꿈을 찾아가는 좋은 방법론이 될 것 같다. 그들에게나, 나에게나. 그러기 위해서라도 돈을 열심히 벌어야 할 듯싶다. 하하.

[취재후기] 40%대의 높은 시청률을 올린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를 거치며 김상경은 대중은 웃고 울리는, 듬직한 생활 연기자로 자리잡은 느낌이 물씬 난다. 그의 지향도 그러니 더 이상 좋을 수 없다. 브라운관, 스크린 밖에서도 그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은 채 가슴에 두 손을 모을 것만 같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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