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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Q] 힙합 디스, '쿨'하거나 '불편'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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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Q] 힙합 디스, '쿨'하거나 '불편'하거나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3.17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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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오소영 기자]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가 2회 연장, 시즌2 제작을 확정하는 등 나날이 화제성을 더해가고 있다. 여성 래퍼들이 경쟁하는 이 프로그램의 재미는 출연자 간 '기싸움'이다. 기존 '슈퍼스타K', 'K팝스타' 등 음악 서바이벌과의 차이점은 이 프로그램에는 출연진이 서로를 직접 겨냥해 '디스'한다는 점이다.

'디스(diss)'는 디스리스펙트(disrespect)에서 따온 말이다. 힙합 뮤지션이 랩으로 다른 이를 공격하는 것을 뜻한다. 말로 한다면 상대에 대한 불쾌한 '비난'일 수 있을 내용도 '디스'에서는 하나의 '문화'로 여겨진다. 2013년 래퍼 개코와 이센스가 소속사 계약 문제 등을 걸고 벌인 디스전이 유명하다.

▲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 졸리브이(위)와 타이미(아래)의 디스전. [사진=방송 캡처]

◆ 비판 측 "'디스'라는 이름으로 상대 비방 지나쳐"

시청자들의 관심을 가장 끌었던 부분은 타이미와 졸리브이 간 디스였다. 두 사람은 방송 출연 전에도 디스전을 벌인 바 있어 사이가 좋지 않은 모습으로 비쳐졌다.

5일 방송에서 벌인 디스에서, 졸리브이는 타이미가 과거 '이비아'로 활동하며 '오빠, 나 해도 돼?' 제목의 노래를 발표하는 등 19금 코드 마케팅을 했다는 것을 언급했고, 타이미는 그에게 '살덩어리'라며 외모를 평했다.

비속어가 많아 '삐' 처리되는 등 방송에는 썩 적합하지 않았다는 것을 제외하더라도, 다수의 시청자들은 "성적 비유나 출연자의 과거를 끌어와 비난하는 것은 '성희롱'이고 '상대 비하'다"라는 의견을 냈다. 출연자에 대한 비난은 방송 이후 일주일이 넘은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상황이다.

이는 출연자의 너무한 처사일까?

'언프리티 랩스타' 출연진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다양한 견해를 내놨다. 타이미는 "미국에서의 디스는 널 쏘아죽이겠다는 신호탄과 같다"고 했고 제시 또한 동의했다. 1990년대 중반 래퍼 투팍(2pac)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가 벌였던 디스전은 총격전으로 번져 결국 둘 다 총에 맞아 사망하기도 했다.

졸리브이는 "풍자를 위해 특정 인물을 디스하듯 일종의 스포츠로 봐 줬으면 한다. 우리가 가진 무기인 랩으로 무대에서 각자의 기량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 출연진 제시, 치타, 지민, 타이미, 졸리브이, 육지담, 키썸, 릴샴(시계 방향으로) [사진=엠넷 제공]

◆ 찬성 측 "힙합에 화합 등 다양한 모습 있어"

래퍼 출신의 소니뮤직 이세환 차장은 "디스를 힙합의 한 문화로 봐 달라"며 "디스 문화를 이해하려면 이 문화가 시작된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스는 '싸움'으로 보이지만 이는 사실 실제 싸움을 중재시키기 위해 시작됐다. 여기에 큰 역할을 한 사람이 미국의 아프리카 밤바타(Afrika Bambaataa)다.

미국 갱단의 두목이었던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의 반 아파르트헤이트 운동에 감명을 받고, 이후 비폭력과 평화를 추구하게 됐다. 갱단들이 총을 들고 벌이던 싸움 또한 음악으로 옮겨 와 '마이크를 잡고 랩으로 싸우는' 디스 문화가 널리 퍼지게 됐다.

이세환 차장은 "디스에는 표현의 제한은 딱히 없다. 상대에 대한 비방 등은 디스 안에서만 끝내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디스전이 음악을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그 내용이나 표현에 제한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언프리티' 출연진 역시 방송에서 디스전을 벌이고 "후련하다"며 웃는 모습을 보여줬다. 불만을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모습이었다. 디스를 문화로 아직 받아들일 수 없는 시청자들은 불편해 했으나 힙합을 하는 이들은 이를 용인하고 있었다.

또한 이 차장은 "디스가 힙합의 한 부분이긴 하지만, 전체는 아니다"며 "'언프리티 랩스타'는 재미를 위해 출연자 간 욕을 하는 부분이나 디스 부분을 주로 보여줘 아쉽다. 힙합에는 화합적인 모습 등 다양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래퍼들이 하나의 컴필레이션 음반을 위해 모여 녹음하고, 다함께 모이는 '크루' 문화도 힙합 문화 중 하나다. 사실 '언프리티 랩스타'의 궁극적 목표 역시 국내 최초 여성 래퍼 컴필레이션 음반을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화합을 향해 가지만 경쟁과 디스가 주요 재미 요소로 꼽히는 것은 흥미로운 모습이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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