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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 김성근감독 "파울볼은 다시 칠수 있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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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 김성근감독 "파울볼은 다시 칠수 있는 기회"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3.1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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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야신' 김성근(73) 한화 이글스 감독이 16일 오후 야구장이 아닌 시내 극장 무대에 말쑥한 양복차림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2011년 9월 창단해 지난해 9월 해체된 국내 최초의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김성근 감독과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파울볼'(감독 조정래·김보경) 언론시사에 나타난 노감독은 만면에 웃음과 진지한 표정의 롤러코스터를 지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영화나 야구나 인생이나 어디에나 위기가 있고, 실패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작)하는 기회는 있고, 충분히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게 제일 중요하죠. 인생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에요. '파울볼'이라고 하는 영화는 사람들에게 언제든지 도전할 기회가 있다는 의미를 담았지 않나 싶어요."

▲ '야신' 김성근 감독이 고양 원더스의 흥망성쇠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파울볼 언론시사에 참석해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고양 원더스는 프로야구단에도, 대학야구단으로도 가지 못했거나 프로팀에서 방출당해 좌절한 이들의 재기를 돕기 위해 위메프의 CEO 허민이 사재를 출연해 만든 팀이다.

영화 '파울볼'은 일용직 노동자, 대리운전기사, 선수 겸 통역 등 각양각색의 이력을 가진 야구선수들이 1093일 동안 고양 원더스에서 패자부활을 위해 야구방망이를 돌리고, 공을 던지는 모습을 담았다. 나락에 떨어져 있던 그들은 김성근 감독의 혹독한 훈련을 거치며 점차 선수의 모습을 갖춰가고, 마운드에 다시 선다.

"성공했다는 것이 꼭 프로에 가는 것만은 아니죠. 순간순간 자기 한계라는 것을 넘어서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게, 그게 성공이 아닌가 싶어요. 자신을 몰아치는 것 그곳에 길이 있어요. 이게 선수들에게는 야구를 앞으로 하든 안 하든 어마어마하게 귀중한 것이 될 거라고. 어느 위치에 가도 남에게 지지 않을 거라는 마음만 있으면 인생에 도움이 될 거라고 봐요."

'파울볼'은 고양 원더스의 흥망성쇠와 희로애락을 함께 다룬다. 지는 것에 익숙하던 이 팀은 3년 동안 프로야구 2군 팀과의 경기에서 통산 90승25무61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냈다. 또 소속 선수 31명을 프로구단으로 진출시켰다.

하지만 프로로 간 선수보다 고양 원더스에 남아있는 선수들이 훨씬 많았고, KBO 이사회는 고양 원더스가 2군 리그에 합류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결국 구단주 허민은 지난해 9월11일 선수들에게 팀 해체를 통보했다. 프로야구 선수의 희망을 품고 구슬땀을 흘리던 선수들은 갑작스러운 팀 해체 소식에 눈물 흘렸다. 김성근 감독 또한 붉어진 눈시울로 "미안하다"고 말하며 결국 손으로 눈을 가렸다. 이런 모습이 모두 영화에 담겼다.

▲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가운데)과 '파울볼'의 조정래 김보경 감독

우리 시대의 진정한 리더십을 몸소 보여준 김성근 감독은 이날 "선수를 순수하게 대하는 것 그게 지도자의 기본이 아닌가 싶다"고 짚었다.

"내 밑에 있는 아이들의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부모의 입장에서 선수를 대해야지 감독 입장에서 (선수를) 대하면 거리감이 생겨요. (감독 생활을 하면서) 내가 덕 본다는 생각은 없어요. 내 모든 것을 바친다는 마음을 항상 갖고 살지 않나 싶어요."

영화 말미, 고양 원더스 초창기 멤버였다가 1년 만에 팀을 떠났고, 다시 김 감독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한 뒤 이 팀의 마지막을 함께한 설재훈 선수는 말한다. "버틸 때까지 버텨 보려고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요."

3년 만에 다시 프로야구판으로 돌아온 김성근 감독은 '파울볼'이 "야구의 귀중함을 알려줬다"며 "새로운 삶의 활력소가 돼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영화에는 인생이 있지 않나 싶어요. 기쁨도 있고, 눈물도 있고, 좌절도 있어요. 자기 스스로 가능성을 찾고 있는 많은 분이 보시고 스스로 뒤를 돌아보는 그런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 감독이 직접 정했다는 영화제목 '파울볼'은 다시 칠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한다. 영화는 4월2일 관객과 만난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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