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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친정팀' 만나는 김영광·노병준 설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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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친정팀' 만나는 김영광·노병준 설욕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28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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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4라운드서 울산·포항과 맞대결…16강 진출 놓고 양보없는 경기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프로 선수들의 경우 이 팀, 저 팀으로 옮기다보면 '친정팀'이 생기기 마련이다. 자신이 전성기를 보냈던 팀과 만남은 늘 색다르다. 왠지 모르게 더욱 힘을 내서 좋은 경기를 펼쳐야겠다는 열정에 불타오른다.

그런데 친정팀을 벼르는 두 선수가 있다. 2015 대한축구협회(FA)컵 32강전(4라운드)에서 각각 울산 현대와 포항을 만나는 김영광(32·서울 이랜드)과 노병준(36·대구)이다.

김영광과 노병준은 29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과 대구 스타디움에서 각각 울산 현대와 포항을 상대로 FA컵 32강전을 치른다. 이들은 소속팀을 FA컵 16강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각오와 함께 친정팀을 상대로 '설욕'을 벼른다.

이들에게 울산과 포항은 남다른 의미의 팀이다. 자신의 전성기를 보냈던 팀이자 껄끄러운 팀이기도 하다. 마지막 이별의 과정이 그리 매끄럽지 못했던 탓이다.

▲ 서울 이랜드의 주전 수문장 김영광은 껄끄러운 친정팀 울산 현대와 FA컵 32강전에서 29일 맞붙는다. 울산의 골키퍼였던 김영광은 김승규의 성장과 자신의 부상이 맞물리면서 주전으로 밀린 뒤 올 시즌 서울 이랜드로 이적했다. [사진=스포츠Q DB]

전남의 수문장이었던 김영광은 2007년 울산으로 이적했다. 2005년 K리그 챔피언에 올랐던 울산은 2006 시즌 플레이오프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실패를 맛보며 골키퍼 보강에 힘써왔고 그 결과 김영광을 영입할 수 있었다. 김영광은 지난해 경남으로 임대되기 전까지 201경기를 뛰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김승규(25)의 성장과 함께 김영광의 입지도 흔들렸다. 2008년 울산에 입단한 김승규는 2013년부터 김영광을 밀어내고 본격적인 넘버원 골키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김영광은 잦은 부상 등으로 김승규의 성장세에 밀려 지난해 경남으로 임대됐고 올 시즌을 앞두고 서울 이랜드로 이적했다.

김영광으로서는 다시 울산으로 돌아와 김승규와 선의의 경쟁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마틴 레니 감독의 적극적인 구애로 서울 이랜드에 들어갔다. 새로운 팀, 그것도 창단팀의 멤버로서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 마음 속에는 김승규에 밀려 울산에서 알게 모르게 설움을 당했던 그의 응어리가 있다.

노병준은 김영광보다 더한 아픔을 맛봤다. 노병준은 2008년부터 포항의 유니폼을 입고 2012년까지 뛰었다. 리그에서 단 한번도 두자리 득점을 올린 적은 없었지만 후반에 투입되는 공격 카드로 유용하게 활용됐던 선수였다.

특히 노병준은 2009년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포항의 우승을 이끌어낸 주역이었다. 그는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던 후반 12분 선제골을 넣으면서 'K리그 킬러'로 유명했던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를 꺾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결승전 최우수선수도 노병준에게 돌아갔다.

2013년 포항이 K리그와 FA컵 우승까지 '더블'을 달성하는데 공을 세웠던 노병준에게 돌아왔던 것은 결별이었다. 팀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던데다 유스팀에서 키워낸 유망주들 위주로 팀을 재편하면서 노병준이 설 자리는 없었다.

▲ 특급 조커로 포항의 2009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2013년 K리그 및 FA컵 더블에 일조했던 노병준은 사실상 방출된 뒤 2014년부터 대구에서 뛰고 있다. 이제 노병준은 친정팀 포항과 29일 FA컵 32강전에서 격돌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팬들도 노병준에 대한 재계약 포기에 대해 반발했을 정도였지만 포항은 너무나 단호했다. 노병준은 포항에서 사실상 방출을 달하면서 대구FC의 유니폼을 입었다.

노병준은 지난 시즌 K리그 챌린지 19경기에서 4골과 3도움을 올린데 이어 올 시즌은 6경기에서 3골을 넣을 정도로 특급 조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 레울파크에서 벌어진 서울 이랜드와 경기에서는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문기한의 패스를 받아 극적인 동점골을 넣으며 팀의 패배를 막기도 했다.

이번 경기는 FA컵 16강 진출이 걸린 중요한 일전이다. 토너먼트이기 때문에 지면 더이상 기회는 없다. 그렇기에 소속팀의 명예와 승리를 걸고 나서는 친정팀과 맞대결은 더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다. 자신을 내보냈던 친정팀을 상대로 아직 기량이 살아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설욕의 한판이기도 하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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