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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복의 리플이즘] '맘카페'와 LG전자 정수기의 곰팡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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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복의 리플이즘] '맘카페'와 LG전자 정수기의 곰팡이 논란
  • 이수복 기자
  • 승인 2019.11.05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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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수복 기자] 강준만은 ‘대중문화의 겉 과 속’ Ⅲ권에서 ‘사이버 공간의 리플은 개인의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고, 집단의 움직임이 나의 행동이 되는 사이버 공간의 한국인의 삶의 증거들이다. 리플의 리플에 의한 리플을 위한 한국형 인터넷 민주주의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베댓 저널리즘’이란 말도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의하면 베스트 댓글이 여론을 주도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로, 댓글의 영향력이 커진 것을 반영하는 신조어다. 사실 Reply를 가리키는 ‘리플’(댓글)은 한국의 독특한 인터넷 문화를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것 가운데 한가지다. ‘이수복의 리플이즘’은 리플을 통한 동시대인들의 생각 또는 마음 읽기다. [편집자 主]

“환불 해주고 신뢰회복하세요. LG전자 이름값 해야죠.”(gg68****)

“정신 차리고 환불 해주시오. LG전자 제품은 대를 이어서라도 구매 반대할 겁니다. 소비자에게 신뢰를 찾으세요.”(qoqo****)

LG전자 정수기와 의류건조기 문제와 관련해 네티즌들이 쓴 댓글들이다. 요즘 인터넷에서는 LG전자가 생산한 정수기와 의류건조기의 결함을 폭로하는 글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최근 곰팡이 발견으로 논란이 된 LG 퓨리케어 정수기 광고화면. [사진=LG전자 유튜브 광고화면 캡쳐]
최근 곰팡이 발견으로 논란이 된 LG 퓨리케어 정수기 광고화면. [사진=LG전자 유튜브 광고화면 캡쳐]

그것은 주로 육아카페인 ‘맘카페’를 통해서다. 사실 맘카페는 정치사회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자랑한다. 2003년과 2004년 개설된 ‘맘스홀릭’과 레몬테라스’는 회원수 280만, 300만 명을 거느리고 있다. 현재 크고 작은 맘카페를 모두 합치면 1만 개가 넘을 정도다.

맘카페가 결혼과 살림 육아 교육 등의 ‘정보 교류의 장’ 역할을 톡톡히 하며 자연스럽게 ‘여론 형성의 중요한 창구’로 변모하면서 기업들은 그들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가정에서 생활을 하는 데 사용하는 가전제품인 생활 가전의 경우 실질적인 이용자로 구성된 맘카페의 사용 후기 등 호불호 반응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릴 수밖에 없기도 하다.

대체 LG전자 정수기에는 어떤 문제가 있기에 맘카페에서 원성이 높은 것일까?

요즘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LG 정수기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곰팡이로 보이는 이물질이 보인다고 주장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지난해 3월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 A씨는 “가전은 무조건 LG라는 생각으로 살았는데 정수기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수기 상판을 들어보니 정말 곰팡이가 있었다”면서 “1년 가까이 정수기 물을 마시고 밥물로 사용했다”면서 “제품 하자가 아니기에 위약금을 내야 렌탈을 취소해 준다는 글을 보고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라며 불만을 표했다.

LG 정수기 부품 교체 서비스를 받았다는 소비자 B씨는 “은박지만 씌어주는 게 서비스냐”며 AS 서비스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AS 서비스를 받은 또 다른 소비자 C씨는 “정수기에 문제가 생긴 것인데 (계약) 해지가 되지 않아 해지를 하려면 위약금을 내야 한다고 한다”며 “결국 위약금 내고 해지했다”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LG전자 측의 해명은 다르다. “정수기에서 곰팡이가 발견되는 것은 제조사와 관계없는 공통적인 현상으로 정수기 위생과는 관련이 없다. 곰팡이는 내부 단열재 표면에서 습기가 차서 발생 되는 것으로 마시는 물에는 영향이 없다”면서 “주기적으로 렌탈 서비스를 통해 단열재를 교체한다. 일부 소비자들이 정수기를 통해 LG전자를 악의적으로 깎아내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국내 생활가전 1위로 통하는 LG전자가 도마에 오른 것은 정수기뿐만이 아니다. 지난 여름에도 의류건조기 결함 논란으로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LG전자의 의류건조기를 사용한 일부 소비자들은 지난 7월 제품 결함을 이유로 구입대금 환급을 요구하며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이들은 구매한 제품이 △자동세척 기능 이용시 콘덴서 세척 불량 △내부 바닥 응축수의 악취와 곰팡이 유발 △구리관 등 내부 금속부품의 부식 등의 문제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소비자들의 신청을 받아들여 소비자기본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집단분쟁조정 절차의 개시를 결정했으며 이달 13일까지 조정 결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사실 LG전자는 생활가전의 강자다. LG전자 H&A(생활가전)사업본부 영업이익률은 한때 10%대를 넘나들었고 올해 3분기는 8.0%를 기록했다. 생활가전 부문은 중국은 물론 국가별 지역 업체 가격공세가 만만찮아 흑자 기조만 유지해도 성공적으로 평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전자는 건조기와 의류관리기 등 새 시장을 창출하면서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하지만 건조기에 이어 정수기 논란까지 악재가 겹친 모양새다.

요즘 소비자들은 생활가전 제품을 고를 때 성능과 가격 외에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꼼꼼히 따진다. 그러다보니 에코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LG전자가 주부들의 뿔난 마음을 어떻게 다독일지 지켜봐야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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