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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수술' 류현진, 최상-최악 시나리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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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수술' 류현진, 최상-최악 시나리오는?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5.21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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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투수들 어깨수술 후 대부분 전성기 구위 회복 못해…MLB에도 성공사례 드물어

[스포츠Q 이세영 기자] 류현진(28·LA 다저스)의 어깨 수술 소식에 팬들과 전문가들의 표정이 어두운 이유는 무엇일까. 어깨에 칼을 댈 경우 이전과 같은 스피드가 나오지 않을뿐더러 선수 생명이 단축되는 데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류현진이 어깨 수술에 운명을 맡기게 됐다. 통증이 지속돼 60일짜리 부상자 명단(DL)에 들어간 뒤 재활에 힘썼지만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수술대에 오른다. 다저스는 21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류현진이 22일 왼쪽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일단 올 시즌에는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건 보기 힘들 전망이다. 부상 정도와 재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에 따라 류현진의 재활 기간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어깨를 열어보고 정확한 통증과 원인을 발견, 치료에 성공하는 것이다. 관절경은 수술 자체로는 비교적 간단한 편이라 상처가 아문 뒤 한 달 정도만 지나면 운동을 시작할 수 있고 몇 달 후엔 피칭도 가능하다. 일단 칼을 대면 올 시즌 출전은 불가능하지만 관절경의 경우 재활 기간이 길어봐야 1년이다.

그러나 어깨의 경우 수술과 재활이 쉽지 않아 힘든 시간을 보낼 가능성도 있다. 만약 어깨를 열어 봤더니 예상 외로 관절와순 마모나 어깨 회전근에 문제가 있다는 게 발견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렇다면 역대 어깨 수술을 받은 국내외 선수들은 복귀하는 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을 보냈을까.

국내에서 사례를 살펴보면 이대진 KIA 투수코치와 손민한, 박명환(이상 NC) 등을 들 수 있다. 부상 정도는 달랐지만 매우 긴 시간 동안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이 가운데 이대진 코치는 재활로만 7년을 보냈다. 2000년 12월 미국 LA에서 오른 어깨 관절, 물혹 제거로 첫 수술을 받은 이 코치는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01년 9월 오른 어깨 충돌 증후군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2004년 12월에는 관절막 회전근개 부분 통합수술도 받았다.

2007년까지 국내 최정상급 우완투수로 이름을 날린 박명환도 2008년 6월 미국에서 우측 어깨 후방 관절막 수술을 받은 뒤 후유증으로 고생했고 결국 2012년 방출됐다. 지난해 NC에 입단하며 다시 유니폼을 입은 박명환은 지난 17일 KBO리그 대구 삼성전에서 1789일 만에 승리를 따내는 감격을 누렸다.

손민한도 전국구 투수로 활약하던 2009년 10월 미국에서 어깨 관절과 힘줄 등을 청소하는 수술을 받았다. 류현진이 받아야 할 수술도 이와 같지만 손민한과는 달리 명확한 진단이 없는 상태. 당시 손민한은 수술 후 6개월 동안 재활하면 괜찮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마운드에 다시 서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어깨는 수술 후에도 쉽게 안심할 수 없는 부위다.

이밖에 2000년대 초반 현대 왕조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조용준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어깨 부상 때문에 은퇴했고 ‘10억팔의 사나이’ 한기주(KIA)도 어깨 수술 후 4~5년간 고생한 뒤 최근 들어서야 2군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해외에서도 어깨 수술을 받은 뒤 재기에 성공한 선수를 찾기 힘들다. 보스톤 레드삭스 시절 ‘피 묻은 양말’로 유명한 커트 실링이 어깨 부상을 털고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마감한 유일한 선수로 꼽힌다.

이와 함께 2013년 류현진과 한솥밥을 먹은 테드 릴리(은퇴)의 사례가 시선을 끈다. 릴리는 한 차례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았으며 2012년 9월엔 류현진, 손민한과 같은 어깨 청소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이 수술 후에도 구속이 떨어지지 않았다. 2012년 평균 시속 87.5마일의 속구를 던진 릴리는 이듬해에도 평균 87.5마일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하면 모두 구위를 잃거나 제구력이 급격히 떨어져 원래 상태를 되찾은 선수는 전무하다시피하다.

특히 류현진의 어깨 진단 결과가 관절 마모나 슬랩병변(어깨 충돌 증후군)으로 나온다면 재활을 해도 구속이 떨어지는 것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2011년 평균 94.2마일의 강속구를 던진 마이클 피네다(뉴욕 양키스)는 슬랩병변으로 인한 수술로 2년을 허송했고 복귀 후에도 평균 구속이 92마일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아직 류현진의 수술이 실시되지 않았고 부상 정도와 재활 기간이 밝혀지지 않아 속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수술 부위가 투수에게 가장 민감하고 재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어깨라는 점에서 큰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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