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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은 꺼졌지만… ‘감동 농구’ 보여준 캐롯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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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은 꺼졌지만… ‘감동 농구’ 보여준 캐롯 [SQ현장]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04.19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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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행복했습니다. 안양에서 7년 동안 길게 행복을 느꼈다하면, 여긴 그 7년만큼 1년 동안 행복을 느꼈습니다.”

김승기(50) 고양 캐롯 점퍼스 감독은 19일 안양 KGC 인삼공사와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를 마치고 허탈한 웃음과 함께 이렇게 이야기했다. “선수들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야죠. 농구는 계속할 것이고 우승을 향해 훈련할 것이고 팬들을 위해 뛸 겁니다. 좌절하지 말고, 지금까지 너무 잘했으니까 잘 쉬고 다시 준비하자고 이야기해야죠.”

이날 홈에서 열린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경기 결과는 61-89. 캐롯의 완패였다. 캐롯은 4강 플레이오프에서 1승3패로 밀려 챔프전 진출에 실패했다. 이미 6강 플레이오프에서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와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치르고 올라와 2주가량을 쉰 KGC와 체력에서 크게 이미 크게 차이 났다. 정규리그 1위 KGC와 5위 캐롯의 전력 차이도 존재했다. 1차전에서 프로농구 역대 최다 점수 차인 56점차로 지고도 2차전에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3차전에서는 지긴 했지만 72-76으로 점수 차는 불과 4점차였다. 하지만 3차전에서 모든 걸 쏟아 부은 만큼 이날 4차전은 풀리지 않았다.

김승기 고양 캐롯 점퍼스 감독이 19일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경기 중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KBL]
김승기 고양 캐롯 점퍼스 감독이 19일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경기 중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KBL]

KGC는 1쿼터 풀코트 프레스(전방위적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전술)를 펼치면서 캐롯을 밀어붙였다. 캐롯은 마지막 남은 불꽃까지 불살랐지만 상대 코트를 넘어갈 때부터 쉽지 않았고 슛은 빗나갔다. 선수들의 호흡도 흔들렸다. 캐롯은 14개의 턴오버를 범했다. KGC는 2개였다. KGC는 전반에 26-47로 크게 밀렸고 여기서 이미 사실상 승부는 결정됐다. 하지만 선수들은 끝까지 열심히 코트를 뛰었다. 이번 플레이오프 영웅으로 떠오른 2년차 이정현은 8점 밖에 넣지 못했지만 팀에서 가장 많은 34분21초를 뛰었다. 홈팬들은 경기 종료 10여초를 남기고 관중석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창단 첫 해 굴곡진 시즌 보낸 캐롯

“영화 ‘리바운드’가 아니라 캐롯을 찍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김승기 고양 캐롯 점퍼스 감독은 지난 13일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4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를 앞두고 이같이 허탈하게 웃었다. 리바운드는 강양현 현 3x3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11년 부산 중앙고 시절 선수 단 5명을 이끌고 고교농구 대회 준우승까지 올랐던 기적 같은 실화를 그린 영화다. 캐롯이 힘겨운 상황을 뚫고 4강 플레이오프까지 올라왔다는 것을 빗대 말한 것이다.

캐롯은 올 시즌을 앞두고 데이원자산운용이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를 인수해 창단한 신생팀이다. 대표이사에 ‘농구 대통령’ 허재를 앉히면서 힘차게 출발했지만 닻을 올리자마자 난항을 겪었다.

고양 캐롯 이정현이 19일 홈에서 열린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4강 플레이오프 경기 중 넘어졌다. [사진=KBL]
고양 캐롯 이정현이 19일 홈에서 열린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4강 플레이오프 경기 중 넘어졌다. [사진=KBL]

시즌 개막 3일 전에야 가입비 15억 중 5억원을 내면서 무사히 개막을 맞았다. 하지만 데이원스포츠 모기업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심각한 경영악화로 기업회생절차를 밟으면서 정상적인 농구단 운영이 불가능해졌다. 캐롯은 시즌 내내 선수단과 사무국의 월급이 밀렸고 식대까지 끊겼다. 캐롯은 KBL 잔여 가입비 10억원을 납부 기한 마감 직전에 제출하면서 ‘봄 농구’에 참가했다. 데이원스포츠는 구단을 인수할 새 회사를 찾고 있다. 최근에는 지방 한 군데에서 캐롯을 인수한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캐롯이 고양에서 또 다시 농구를 할 수 있을까. 그건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쥐어짜듯이 명승부를 펼친 선수들의 활약만큼 잊히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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