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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148) 김진희] 프로야구단 데이터분석가, LG 우승의 밑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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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148) 김진희] 프로야구단 데이터분석가, LG 우승의 밑거름
  • 스포츠잡알리오
  • 승인 2024.04.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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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장승혁 객원기자]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이는 분석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성어로 승패를 가리는 스포츠에도 적용된다. 데이터가 쌓이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분석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여러 종목 중에서도 야구가 스포츠 통계의 선두주자다. 경기 중 벌어지는 사건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 않는데다 한 타자가 여러 차례 타석에 들어서는 등 반복이 이어져 분석하고 모형화하기에 최적이기 때문이다. 나날이 발전을 거듭해온 세이버메트릭스는 이제 대중화가 돼 야구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스포츠산업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는 스포츠잡알리오의 대학생 기자단이 프로야구단 데이터분석가를 만났다. 프로야구단에 입사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무슨 공부를 해야 하는지 팁을 전한다. 지난해 LG(엘지) 트윈스가 29년 만에 KBO리그 챔피언에 오르는데 밀알이 된 직원의 인터뷰다. 

LG스포츠 데이터분석팀 김진희 책임. [사진=본인 제공]
김진희 책임. [사진=본인 제공]

-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LG 트윈스 데이터분석팀 R&D 파트 소속 김진희 책임입니다.”

- LG스포츠에 입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 같은 경우 조금 다른 방향으로 입사하게 되었어요. 원래 LG그룹 내 LG CNS라는 IT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2013년 LG스포츠에서 그룹사 직원을 대상으로 공채를 하더라고요. ‘이런 방법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야간대학원으로 스포츠산업 전공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준비하던 중, 우연히 파견직 자리가 나 LG스포츠에서 전산업무를 하게 됐어요. 이후 LG스포츠 데이터분석팀이 신설됐을 때 좋은 평가를 받아 야구단에서 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가 전산 통계 쪽을 전공하기도 했고요."

- LG스포츠 채용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LG그룹에서는 인재를 뽑는 사이트가 따로 있어요. LG Careers에 공고를 올리고 저희 인사팀에서 서류심사를 거쳐 실무로 넘어옵니다. 실무에서 1차 면접을 보고 2차로 임원 면접을 보면 입사 여부가 결정납니다.”

- 트윈스 데이터분석팀 구성을 알려주세요.

“1군에 투수, 타자, 보조까지 분석원이 3명 있고, 2군에는 분석원 2명이 있어요. 그리고 원정 분석원 2명, 마지막으로 R&D 파트에 4명이 있습니다.”

LG트윈스 데이터 분석팀 단체사진. [사진=본인 제공]
LG스포츠 데이터분석팀 단체 사진. [사진=본인 제공]

- 선수 출신과 비선수 출신 비율이 어떤가요?

“1군, 2군, 원정 분석원은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선수 출신이고, R&D 파트 같은 경우 업무 성격이 달라서 전산이나 통계, 분석을 전공한 비선수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부서별로 요구하는 역량은 무엇이 다른가요?

“파트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R&D 파트와 다른 파트의 차이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른 파트 같은 경우 기본적으로 선출이 주로 맡고 있기에 선수 경험, 기술적 부분들이 더 중요합니다.

반면, R&D 파트는 숫자적 감각이 굉장히 중요해요. 그래서 빅데이터나 전산, 통계를 다루셨던 분들이 많아요. 기본적으로 엑셀부터 시작해 크게는 데이터베이스, 특히 R&D 파트에서는 시각화 할 일이 많아 태블로 등의 시각화 도구를 다루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우리 파트는 원정을 따라가지 않아서 홈경기를 제외한 원정이나 휴일, 비시즌 모두 일과가 비슷해요. 보통은 오전 8시30분에 출근해서 오후 5시30분까지 각자 맡은 부분을 연구하고 분석합니다. 홈경기가 있는 날은 조금 달라요. 오후 6시30분에 경기가 있는 날이면 보통 정오에 출근합니다. 선수 출근 시간인 오후 1시 30분까지 분석 자료와 선수 제공 자료를 시스템에 올려놓고, 출력을 해놓기도 합니다.

오후 3시부터 훈련이 시작되는데, 타격은 랩소도 장비, 투구는 트랙맨 포터블을 이용해 측정하고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오후 4시30분에서 30분 정도 시간이 비는데 이때 전날 경기의 트랙맨 데이터를 확인, 수정해 내부 시스템에 업로드합니다. 동시에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 자료를 만들어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 제공합니다.

오후 6시30분에 플레이볼하면 1군 분석원들과 별개로 전체적인 경기 흐름을 보고, 아직 데이터가 완벽히 담지 못하는 수비나 주루 관련한 부분을 수기로 기록하고 데이터화 합니다. 마지막으로 경기가 끝나면 불펜 피칭이나 경기에서 파생된 데이터를 취합해 내부 시스템에 업로드합니다. 보통 퇴근은 밤 11시 정도에 합니다.

- LG 데이터분석팀만의 강점은?

“선수 출신과 비선수 출신이 잘 융화돼 있습니다. 타 구단의 경우 아예 전력분석, 데이터분석 이렇게 팀이 분리되어 있는 경우도 있는데, 저희는 한 팀이다 보니 더 끈끈한 것 같습니다.”

- 시즌이 끝나면 장기 휴가가 주어지는지. 

“오히려 시즌이 끝나면 할 일이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웃음). 시즌 리뷰도 하고, 다음 시즌 프리뷰 및 성적 예측으로 일과를 보냅니다.”

- LG가 29년 만에 우승했는데, 가장 실감 나는 순간은?

“사실 정규시즌 우승은 경기가 없던 개천절에 결정됐어요. 그래서 다음날 부산 사직구장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했죠. 부서 특성상 팬들을 마주할 일이 거의 없었는데 직접 환호성을 들으니 실감이 나더라고요.”

한국시리즈 우승 기념사진. [사진=본인 제공]
한국시리즈 우승 기념. [사진=본인 제공]

- 가장 뿌듯한 순간이 있다면?

“(선수단에서) 저희가 지적한 부분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얘기해줄 때가 가장 뿌듯한 것 같아요.”

- 가장 어려운 순간은?

“중요한 선택의 순간 저희에게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 같이 물어보실 때가 있어요. 사실 저희가 점쟁이는 아니기 때문에 데이터를 분석하고 가능성을 제시할 뿐 정답을 알 수는 없거든요. 그런데 답을 요구하고, 혹여나 틀리게 됐을 때 '왜?'라 물어보실 때가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 특히 데이터를 많이 찾는 선수가 있나요?

“많이 늘어났어요. 젊은 선수들은 보통 데이터 친화적입니다. 특히 많이 찾는 선수는 박동원, 임찬규, 최동환 선수 정도입니다. 더 자주 찾아오고 많은 데이터를 요구하는 것 같아요. 케이시 켈리를 비롯한 외국인 선수들은 보통 데이터 친화적인 경우가 많아요.”

플럿코 선수에게 데이터를 설명해주는 모습. [사진=본인 제공]
지난해 플럿코에게 데이터를 설명하면서. [사진=본인 제공]

- LG 데이터분석팀은 어떤 장비를 활용하는지. 

“트랙맨, 랩소도, 트랙맨 포터블 정도를 활용합니다. 트랙맨은 경기 중에, 랩소도는 타격 훈련 때, 트랙맨 포터블은 불펜 피칭시 측정·분석을 도와주는 장비입니다.”

트랙맨 포터블과 함께. [사진=본인 제공]
트랙맨 포터블과 함께. [사진=본인 제공]

- 전략 도출도 데이터분석팀의 업무에 포함되는지.

“네. 보통 전략 도출의 경우 최종 결정은 코칭스태프들의 몫이지만, 저희도 더 나은 결정을 위해 같이 논의하고 돕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 직무 미래를 전망한다면.

“좋다고 생각해요. 사실 프로구단만 놓고 보면 지난 10년 사이 이미 취업 폭이 많이 확장됐기 때문에 일자리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요즘 사설 레슨장이 매우 많아지고 있거든요. 여기서도 분석 장비를 활용하고 있는데, 보통 선출들이 운영하는 곳이라 분석 없이 데이터를 보여주기만 하는 경우가 많아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레슨장에서도 분석과 피드백을 해줄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스포츠잡알리오 야구분석 아카데미는 엑셀로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도움이 될지?

“많이 도움될 것 같아요. 결국 분석의 기본 툴은 엑셀이거든요. 그리고 야구 데이터가 금융 같은 분야처럼 엄청 큰 데이터까지는 아니라 CSV 형태로 간략하게 분석하는 경우도 많아요. 저희도 야구장에서 인터넷 문제로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할 수 없을 때는 엑셀로 분석하기도 합니다.”

- 직무 장단점은.

“장점은 아무래도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단점은 취업 시장 폭이 좁고 금전적인 보상이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 필요한 역량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통계와 프로그래밍 지식이 필요해요. 아, 특히 소통 능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는 이 직무를 ‘데이터를 가져다 파는 영업직’이라 묘사하거든요. 결국 선수나 코칭스태프들이 안 써주면 끝이기 때문에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추천하는 활동이 있다면?

“데이터분석 관해서는 공모전을 추천 드립니다. 야구 관련은 KBO 기록강습회를 추천해요. 사실 저희 업무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분석보다 기록법에 가깝기는 하지만 분석의 기본 틀을 배우고 야구를 보는 눈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스포츠데이터 분석 직무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분석을 희망한다면, 전산이나 통계 역량을 기르는 걸 최우선으로 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스포츠에 관한 건 입사하고 나서도 가르쳐줄 분들이 진짜 많거든요. 선수 출신이 많으니까요. 그렇지만 전산이나 통계를 가르쳐 줄 이들은 드뭅니다. 전문 지식을 갖추는 게 일할 때 훨씬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LG 트윈스 데이터 분석팀 김진희 책임. [사진=본인제공]
잠실에서. [사진=본인제공]

*감수, 편집국 통합뉴스룸 팀장 민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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