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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과 나란히' 최정, 이보다 더 극적일수가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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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과 나란히' 최정, 이보다 더 극적일수가 [프로야구]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4.04.16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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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이상하게 홈경기라서 그런지 부담이 많이 되더라고요. 타석에서 집중은 했지만 이상한 상상도 들고, 욕심도 내보고 어이없는 공에도 (방망이가) 나갔는데…”

KBO리그 통산 466개의 홈런을 날린 최정(37·SSG 랜더스)도 467번째 아치를 그리기까지 험난했다. 최정은 1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쏠(SOL)뱅크 KBO리그 KIA(기아)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에 “빨리 끝내고 싶다”고 했다. 주목받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최정다운 말이었다. 그는 “이왕이면 안방(홈)에서 달성하고 싶은데 그러니까 좀 더 부담된다”고 했는데 실제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 8개의 홈런을 터뜨리고 타격감이 좋은 그를 상대로 KIA 투수들은 신중했다.

16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9회 말 2사 동점 솔로홈런으로 통산 467호 최다 홈런 타이 기록한 최정이 물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정은 1회 첫 타석에서는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났고 3회는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5회 3번째 타석에서는 볼카운트가 2볼로 유리했으나 파울을 하나 친 뒤 헛스윙을 연발해 삼진으로 물러났다. 7회 4번째 타석에서 좌전 안타를 날리며 홈런 없이 경기를 끝내는 듯했다.

하지만 가장 극적인 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SSG가 3-4로 뒤지고 있던 9회 2사 후. 5번째 타석에 설 기회가 온 것이다.

마운드에는 KIA 투수 정해영. 이날 경기 전까지 8경기에서 한 점도 내주지 않은 채 8세이브를 거둔 ‘철벽’이었다. 정해영도 최정과의 승부가 부담스러웠는지 볼카운트가 3볼로 시작했다. 4구째는 시속 147km짜리 속구가 꽂혔다. 그리고 5구째.

정해영이 던진 속구는 스트라이크존 가운데에서 살짝 위를 향했고 최정은 힘껏 방망이를 돌렸다. 좌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비거리 125m의 대형 홈런이었다. 양 팀 팬을 합쳐 1만2712명이 모인 SSG랜더스필드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16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9회 말 2사 SSG 최정이 동점 솔로홈런을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9회 말 2사 SSG 최정이 동점 솔로홈런을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라운드를 돌고 들어온 최정을 대기 타석에 있던 길레르모 에레디아 힘껏 앉았다. 동점을 만든 SSG는 에레디아의 안타와 한유섬의 끝내기 홈런으로 극적인 KIA에 6-4 역전승을 거뒀다. 수훈 선수 인터뷰를 마친 최정을 향해 동료들은 물세례를 하며 축하했다.

최정은 이후 “(이승엽 감독의 기록과) 타이가 됐다는 게 너무 영광스럽다”고 했다.

이로써 최정은 이승엽(두산 베어스 감독)과 통산 홈런 부문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제 한 개만 더 날리면 이승엽을 넘어선다. 유신고를 졸업한 최정은 최고의 고교 타자에게 주어지는 ‘이영민 타격상’을 받을 정도로 타격에 재능이 있었다.

2005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SK 와이번스(SSG 전신) 유니폼을 입었고 2005년 5월 1군에 데뷔했다. 첫해 날린 홈런은 불과 한 개였지만 이듬해 12개를 터뜨리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18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날린 그는 이 부문 KBO리그 역대 최장 기록 보유자다. 1개만 더 때리면 19시즌 연속으로 늘린다.

16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9회 말 2사 SSG 최정이 동점 솔로홈런을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9회 말 2사 SSG 최정이 동점 솔로홈런을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숭용 SSG 감독은 "최정의 9회말 동점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며 "최정은 역시 최정이다. 왜 최정이 대단한 선수인지를 보여준 장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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