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상대가 정신없을 때를 엿본다. 빈틈이 보일 때 뛰려 한다. 주자가 1루에 있는 것과 2루에 있는 건 많이 다르다.”
21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를 앞두고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꺼낸 말이다. 상대 팀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뛰어야 승산이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것이 많은 장점을 가져온다고 믿는 염 감독이다.
이날 넥센 타자들은 삼성 선발 좌완 장원삼을 맞아 원 없이 뛰었다. 2루에서 아웃 당하더라도 쉴 새 없이 달렸다. 1회부터 4회까지 매 이닝 도루를 시도했다.
1회말 1사 1루에서 고종욱이 2루를 훔쳤고 윤석민의 안타 때 득점에 성공했다. 2회에는 실책으로 출루한 서건창이 2루 도루에 성공, 고종욱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3회 무사 주자 1루에서는 김민성이 2루 도루를 시도, 공보다 빨리 들어갔다. 김민성 역시 이택근의 적시타 때 득점했다.
모든 타자들이 2루에서 산 것은 아니었다. 3회 이택근, 4회 서건창은 2루 도루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럼에도 염경엽 감독은 “주자가 1루에 있는 것과 2루에 있는 건 많이 다르다”라며 선수들에게 ‘뛰는 야구’를 주문한다고 밝혔다. 염 감독은 “주자가 2루에 있으면 병살도 방지할 수 있고 안타가 하나만 더 나와도 득점이 가능하다. 상대가 정신없을 때를 엿본다. 빈틈이 보일 때 뛰려 한다”고 말했다.
도루는 벤치 사인이기 때문에 모든 책임은 벤치에서 진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벤치에서 도루할 타이밍을 엿본 뒤 선수들에게 사인을 내린다. 선수의 책임은 없다. 벤치에서 모두 책임을 진다”고 강조했다.
이날처럼 상대 투수가 좌완일 때는 도루하는 것 자체가 도박이다. 투수가 1루 주자의 움직임을 보면서 투구할 수 있기 때문.
염경엽 감독은 “보통 투수가 변화구를 던질 타이밍에 도루 사인을 내린다”며 “원바운드로 들어가는 공을 던지는 타이밍을 벤치에서 알려준다”고 말했다. 주자의 주력도 중요하지만 벤치에서 내리는 도루 사인의 핵심은 타이밍이라는 것.
염 감독은 “강정호나 박병호는 기본적으로 발이 빠른 선수는 아니지만 20(홈런)-20(도루)을 했다. 둘의 도루 20개 중에서 10개는 포수가 2루로 공을 던지지 못했다. 도루 타이밍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정호, 박병호, 유한준 등 거포들이 대거 빠진 넥센의 생존법은 바로 ‘뛰는 야구’였다. 넥센이 올 시즌 63도루로 이 부문 1위를 달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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