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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 사는 허웅·허훈 형제, 냉정한 승부의 세계 [프로농구 챔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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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 사는 허웅·허훈 형제, 냉정한 승부의 세계 [프로농구 챔프전]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4.05.06 0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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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KBL의 두 농구스타 허웅(31·부산 KCC 이지스)과 허훈(29·수원 KT 소닉붐) 형제는 경기도 용인의 한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원래는 따로 살았다고 한다. 형 허웅이 2021~2022시즌을 마치고 KCC로 FA(자유계약선수)로 이적하면서 용인에 집을 구했고 동생 허훈이 지난해 11월 상무(국군체육부대)에서 전역하면서 함께 살게 됐다고 한다. KT의 홈이 용인에서 멀지 않은 수원인 데다 연습체육관도 수원에 있어 허훈에게도 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집에서 마주하는 두 형제에게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만큼 잔인한 시리즈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늘 그렇듯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

부산 KCC 허웅이 5일 오후 경기도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 5차전 수원 KT와 경기에서 88-70 승리로 우승한 뒤 인터뷰 도중 최준용에게 샴페인 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부산 KCC 허웅이 5일 오후 경기도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 5차전 수원 KT와 경기에서 88-70 승리로 우승한 뒤 인터뷰 도중 최준용에게 샴페인 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KCC가 챔프전에서 KT에 4승 1패를 거두면서 허웅이 우승 반지를 꼈다. 형이 먼저 낀 반지다. 올 시즌을 앞두고 둘 다 우승한 적이 없었다.

KCC는 어린이날인 5일 수원 KT소닉붐아레나에서 열린 KT와의 챔프전 5차전에서 88-70으로 이겼고 허웅은 승부가 갈린 경기 종료 1분여를 앞두고 자리에 그대로 쭈그리고 앉아 눈물을 훔쳤다. 2~5차전 연속 풀타임(40분)을 소화하며 그야말로 초인적인 힘을 보여준 허훈은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코트에서 퇴장했다.

허웅은 경기 뒤 “정신이 너무 없어서 그냥 포옹만 하고 끝냈던 것 같다”고 했다.

“어제도 같이 링거를 맞았어요. 애가 잠을 못 자더라고요. 기침을 하도 많이 해서 안쓰러울 정도로 아파하고 힘들어했는데 경기장 나올 때 내색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저 또한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농구에 대한 진심이 보여서 저도 다시 한번 저를 돌아보는 시간이 됐습니다.”

부산 KCC 허웅(왼쪽), 수원 KT 허훈이 5일 오후 경기도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 5차전 경기에서 4쿼터 때 코트를 거닐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부산 KCC 허웅(왼쪽), 수원 KT 허훈이 5일 오후 경기도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 5차전 경기에서 4쿼터 때 코트를 거닐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사실 허훈은 지난 3차전부터 감기 기운이 있었다. 4일과 5일 오전 팀 훈련에 모두 빠질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송영진 KT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목소리도 잘 안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허훈은 팀 내 최다인 29점을 터뜨렸다.

챔프전 MVP(최우수선수)는 허웅이었다. 하지만 허훈도 이 시리즈의 대단한 영웅이었다. 허웅은 아버지 ‘농구 대통령’ 허재(59)에 이어 ‘부자(父子) 우승’과 ‘부자 MVP’ 타이틀을 동시에 얻었다.

허재는 1997~1998시즌 부산 기아 엔터프라이즈 유니폼을 입었던 허재에 이어 ‘부자 챔프전 MVP’로도 이름을 올렸다. 공교롭게도 둘 다 부산을 연고지로 한 팀에서 챔피언에 올랐다. 프로농구에서 우승 선수 한 명을 배출하기도 어려운 데 2명을 그것도 부자가 일궈냈으니 한국 농구의 대단한 역사이자 기록이다.

부산 KCC 허웅이 5일 오후 경기도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 5차전 수원 KT와 경기에서 88-70 승리로 우승한 뒤 그물 커팅식을 갖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부산 KCC 허웅이 5일 오후 경기도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 5차전 수원 KT와 경기에서 88-70 승리로 우승한 뒤 그물 커팅식을 갖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허재는 5일 경기도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그의 옆자리에는 전 야구선수 김병현이 있었다.

허웅은 “우승이 절실했다. 잘 되길 기도할 만큼 우승을 하고 싶었다”며 “1년 동안 정말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낸 동료들과의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어 “선수들과 원정 경기 가거나 홈 경기에 가면 같이 잠을 자는데 우승을 하고 싶어서 모든 선수들이 모든 포커스를 우승에 맞췄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이 하나가 돼 이룬 거고 정말 한 경기 한 경기 절실하게 경기를 해서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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