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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형 "위기 즐기는 진정한 승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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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형 "위기 즐기는 진정한 승부사"
  • 권대순 기자
  • 승인 2014.02.11 11:2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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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 김선형

[300자 Tip!]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 이번 시즌 올스타전 MVP, 그리고 국가대표까지. 데뷔 3시즌만에 한국 농구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김선형. 최근에는 '인 유어 페이스' 덩크슛을 작렬하며 네이버 검색어 1위까지 올랐다. 빼어난 실력뿐 아니라 귀여운 외모와 친절한 팬서비스, 화려한 쇼맨쉽까지. 갖출 건 다 갖춘 이 남자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프로농구 최고의 인기남. 김선형을 만났다.

[용인=스포츠Q 권대순 기자] 지난 시즌 정규리그 챔피언 서울 SK는 올해도 선두권에 올라 있다. 몇년 전까지 프로야구 LG와 더불어 서울 팬들의 속을 썩이던 그 팀이 맞나 싶다.

SK가 이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중심에는 김선형(26)이 있다. 2011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서울 SK에 입단, 데뷔 시즌 강력한 임팩트를 남겼다. 다음 시즌인 2012-13시즌 팀을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이자 10년만의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화려한 플레이를 즐기는 김선형의 특기는 질풍같은 속공에 이은 화려한 덩크슛이다. 공을 잡고 달려가는 스피드는 우사인 볼트 안부럽고, 작은 키에서 나오는 높은 탄력으로 꽂아넣는 덩크슛은 마치 게임의 한장면을 보는 듯 하다.

◆ 세간의 화제 인 유어 페이스 덩크!

특히 지난달 19일 전주 KCC에서 터뜨린 덩크슛 한방의 임팩트는 정말 어마어마 했다.
네이버 검색어 1위에도 올랐다. 바로 중앙대 3년 선배 강병현(29·전주 KCC)을 앞에 두고 터뜨린 인 유어 페이스(In your face) 덩크슛. 그 때 기분은 어땠을까?

“평소 속공 나가듯이 나갔는데, 수비가 백코트를 먼저 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미리 스텝을 밟으면 오펜스 파울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고민을 했지만 괜찮을 것 같아서 작심하고 올라갔다.”

역시 과감하다. 그리고 저 과감함이 지금의 김선형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궁금했다. 그 당시 팀이 추격하는 상황에서 공격을 실패했다면 분위기가 가라 앉을수도 있고, 부상도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수비는 제자리 점프고 난 탄력을 받고 뛰기 때문에 내가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마침 점프도 워낙 잘됐다. 그렇게 점프가 잘 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관중들도 많았다는 점도 나를 더 흥분시켜서 그런 플레이를 한거 같다.”

▲ 강병현을 상대로 인 유어 페이스 덩크를 꽂아넣는 김선형. [사진=뉴시스]

 

◆ 즐길줄 아는 진정한 승부사

그날 대단했던 건 단지 덩크슛 뿐이 아니었다. 종료 4.7초를 남기고 동점 3점을 작렬, 연장전 끝에 KCC를 물리친 1등 공신이었기 때문이다. 김선형은 클러치 상황에 강한 강심장으로도 매우 유명하다.

“그럴 때는 중요한 상황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한다. 못넣어서 진다는 생각은 안한다. 팀원들이 나를 믿어주는 만큼 거기게 보답하기 위해 더 노력한다. 그 상황을 즐기려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즐긴다’라는 말을 들으니 신인 시절이 떠올랐다. 2012년 2월 7일 서울 삼성전 종료 20초를 앞두고 동점 상황에서 여유있게 웃으면 공을 돌리다 상대편 수비수들을 벗겨내고 마지막 레이업을 성공시킨 모습을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런 승부처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꼭 넣어야한다’는 부담감을 뛰어넘었다고 볼 수 있다. 승부처에서 이렇게 웃으면서 경기하는 한국선수는 드물다. 그것도 신인이 말이다. 학창시절부터 승부에 집착하는 한국 학원 스포츠 분위기에 굉장히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랄까.

“나는 운 좋게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다. 송도고, 중앙대 시절 김상준 감독님, 그리고 지금의 문경은 감독님까지 공격을 자유롭게 맡기시는 편이다. 대학시절 ‘수비는 정확히 하되 공격에선 마음껏 뛰놀아라’ 라고 해 주셨기 때문에 승부처를 즐길 수 있었다. 고등학교나 대학교 때 제한을 많이 받았다면 나도 부담을 많이 느꼈을 것 같다.”

송도고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포인트가드 사관학교다. 강동희-신기성-김승현 등 한국 농구사에 내로라 하는 가드들의 모교이다. 창의적인 플레이가 필수적인 가드들에게 자율적인 훈련 분위기는 말 그대로 안성맞춤이다.

또한 중앙대 시절 그의 은사인 김상준 감독이 전면 강압 수비를 하면서도 공격에서는 선수들에게 자유롭게 맡겼던 것이 지금의 김선형이 있기까지 큰 도움이 되었다.

◆ 해결사 제가 할게요, 느낌 아니까

김선형의 이번 시즌은 헤인즈 결장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을 것같다. 헤인즈 결장 전인 시즌 초반 김선형의 플레이는 생각보다 평범했다. 하지만 헤인즈의 결장, 즉 팀에 위기가 찾아왔을 때 ‘해결사 김선형’ 모드를 발동시켰다.

“무엇보다 (헤인즈 결장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지게 됐다. 나뿐 아니라 선수들 전체가 위기의식을 느꼈다. 그래서 모두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찬스를 노렸다. 팀원들이 믿어주는 만큼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었다.”

SK에 헤인즈가 들어온 지난 시즌 부터 김선형은 자신이 해결하기 보다는 받쳐주는 역할에 주력했다. 하지만 이는 국내선수의 해결사 역할을 보고싶어 하는 팬들의 바람과도 배치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작년에는 포인트가드가 처음이라서 엇박자로 농구할 때가 많았다. 1년 더 하니까 이제 조금씩 타이밍같은 걸 좀 알 것 같다”며 앞으로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일 것을 예고했다.

◆ 3점슛, 저도 노력중이랍니다

이제 3번째 시즌을 보내는 김선형을 돌아보자면, 데뷔 시즌에는 센세이셔널한 선수라는 임팩트가 굉장히 컸다. 두번째 시즌에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완전히 변화된 SK를 이끌었다. 그리고 국가대표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며 팬들이 더 큰 기대를 걸게 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부터 부각된 슛에 대한 약점은 이번 시즌에도 그를 괴롭히고 있다.

“시즌 초에는 슛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비시즌 때 훈련을 많이 했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하자 자신감이 떨어졌다. 대표팀 합류로 스스로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슛에 대한 문제점을 느낀 후부터 감독님께 원포인트 레슨도 받으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안들어가도 일단 쏘다 보니까 감이 더 생기는 것같다. 지난해 챔피언결정전 때는 외각슛을 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슛에 대한 트라우마가 더 생겼던 것같다. 헤인즈가 결장할 때부터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들어갈수도 있고 안들어갈수도 있는 게 슛이기 때문에 안쏘는 것 보단 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김선형의 슈팅력 향상에 더 많은 기대를 걸었던 이유는 바로 ‘통산 3점슛 기록 보유자(1669개)’인 문경은 감독 밑에 지도를 받고 있고, 팀 동료 변기훈(25)도 최근 일취월장한 3점슛 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변기훈에게 자극받아 슛폼이라도 바꾸려고 해보진 않았는지 궁금했다.

“슛폼을 바꾸려고 한 적은 없었다. 신인시절 팔꿈치 자세를 교정하는 등의 노력은 했지만 10년 넘게 해온 슛폼이라 바꾸는 건 힘들다. 미국에서 만난 NBA코치도 슛폼을 바꾸라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슛에 관해 왠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라면 어떻게든 향상시킬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 [용인=사진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슛폼에 대해 이야기하고있는 김선형

◆ 실력향상의 비결은 NBA

3점슛 대신 굉장히 정확해진 슛이 하나 있다. 이름하여 ‘플로터(Floater)’라고 불리는 이 슛은 NBA 가드들이 주로 높은 신장을 가진 센터들의 블로킹을 피하기 위해 즐겨 쓴다.

최근 김선형의 플로터 비중과 성공률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플로터는 프로 1년차 때부터 본격적으로 연습하기 시작했다. 대학교 때는 큰 필요성을 못느꼈는데 프로 입단 후 용병들과 부딪히면서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NBA 영상을 보면서도 많이 연습해보고, 연습시간에 슛 연습용망을 블로킹 삼아 그 위로 넘겨 쏘는 훈련도 많이 했다. 하지만 연습경기 때 시도하는 것과 실전에서 100%의 스피드로 드라이브인 하다가 쏘는 것은 많이 달랐다. 그러면서 미국 전지훈련을 가서도 배우고, 태풍이형 한테도 배우면서 점점 늘었다. 자신감을 가지고 쏘는 게 제일 중요한 것같다.”

김선형과 비슷한 플레이를 하는 NBA 데릭 로즈도 한 플로터(?) 하는 선수다. 혹시 이 선수 플레이를 보고 배운 것인지 궁금했다.

“아이버슨, 토니 파커, 데릭 로즈, 몬타 엘리스 같은 선수들 좋아하고 그 선수들의 특징을 배우려고 노력한다. 데릭 로즈 같은 경우 스피드를 죽이지 않으면서 좌우로 움직이는 부분을 배우려고 한다. 토니 파커는 빅맨들 사이를 요리조리 잘 파고들어 슛을 성공시킨다. 심지어 3점슛은 3년차부터 포기하고 플레이하는데도 잘한다. 음...라존 론도의 플레이도 봤는데 슛이 너무 안좋아서 ‘얘는 닮으면 안되겠다’ 이런 생각하기도 했다.(웃음)”

듣고 있다가 한마디 던졌다. “다 좋으니까 로즈처럼 다치지만 말았으면.” (NBA 최연소 MVP인 데릭 로즈는 십자인대 부상으로 10개월간 재활해 이번 시즌 복귀했지만 얼마 후 다시 한번 무릎 부상을 당해 또 다시 시즌을 마감했다.)

NBA 얘기가 나오니 그의 묘기 같은 슛들도 궁금해졌다. 돌파후 레이업을 쏘는 척 하다가 빙글 돌아 리버스로 마무리 하는 슛은 이제 그의 특기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아무도 없는 코트에서 혼자 속공 연습을 했다. 마무리는 항상 더블 클러치였다. 그러다 보니 실제 경기에서도 그런 동작들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다.”

사실 김선형처럼 빠른 스피드로 코트를 휘졌다 보면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평소에 그런 대비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일부러 더 넘어진다. 이것도 NBA 영상 보면서 많이 연구했다. 보통 상대 발을 밟아서 발목을 많이 다치는데, 일부러 넘어지면서 무게 중심을 옮기면 덜 다치는 것같다.”

▲ [용인=사진 스포츠Q 이상민 기자] 김선형은 NBA를 보며 다양한 기술들을 습득한다고 밝혔다.

◆ 승부의 열쇠는 결국 자신감

이번 시즌 남자 농구는 유례없는 3강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SK는 최근 LG,모비스전에서 패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2-3 지역방어가 있었다. 사실 이 방어는 대학교 동아리도 즐겨쓰는 가장 기본적인 지역방어다. 왜 여기에 고전했을까?

“단순하게 말하자면 두 경기 모두 외각슛이 터지지 않았던 것이 그 이유다. 우리가 상대 수비에 완전히 막혀서 슛을 못쏘거나 턴오버를 남발한다던가 하진 않았다. 물론 LG전에는 조금 당황하긴 했다. 그래도 2-3 지역방어에 대한 부담은 없다. 3점만 1~2개 들어가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는 경기였다.”

‘다음에는 절대 지지 않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이 엿보였다.

모비스는 최근 승리 전까지 이번 시즌 SK에 4연패 중이었다. 그런데 승장 유재학 감독은 뜻밖의 인터뷰를 했다. “정규리그 1승이 플레이오프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 경기에서 패했으면 우리 선수들이 더 독이 올라서 플레이오프 때 더 잘하지 않을까.”

촉이 온다. 지난 시즌에도 챔피언결정전에서 SK와 김선형에 대한 완벽한 수비를 준비해 모두를 놀라게 한 ‘만수’ 유재학 감독이 이번 시즌에도 비밀무기를 준비한 듯한 느낌이었다. 이번엔 SK나 김선형 개인적으로도 준비를 더 단단히 할 것같다.

“문경은 감독님이 말씀하신 지난 시즌 모비스와 우리 팀의 차이는 바로 막판 흐름이다. 우리 팀은 시즌 초반부터 상승세를 보이다가 5,6라운드에 주춤하면서 조금은 하향세로 시즌을 마쳤다. 반면 모비스는 시즌 초, 중반에 주춤하다가 마지막에 연승을 하며 상승세를 탔다. 그 차이가 컸던 것같다. 분위기에서 모비스는 상승세를 타고 들어온 거고, 우리는 주춤한 상태였다. 물론 지난 시즌에는 경험도 많이 부족했다. 나도 챔피언결정전이 처음이었고, 플레이오프를 처음 치르는 선수들도 많았다. 게다가 이길 수 있던 첫 경기를 내주면서 큰 경기라는 중압감이 더 크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흐름과 경험. 실제 농구경기는 비디오게임이 아니기에 선수들의 절대적인 능력치가 아닌 심리적인 부분에서의 차이가 승패를 가를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유재학 감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유 감독님이 대단하시긴 하다. 국가대표팀에 들어가서 배워보니 알겠더라. ‘이게 될까?’싶은 전술이 있어도 시키는대로 하면 그냥 통하더라.”

전술적인 부분에 있어 놀라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지금은 적장이다. 그대로 놀라움만을 표현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감있게 플레이하는 게 모든 걸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같다. 유 감독님이 어떤 전술을 들고 나올까 걱정하기 보다는 나 자신을 믿고 플레이하는데 중점을 두겠다.”

문득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상황이 궁금해졌다. 당시 유재학 감독이 헤인즈와 김선형의 플레이를 완벽히 차단하면서 SK는 무기력한 4패를 당했다.

“처음엔 열도 받았지만 4차전 경기를 준비하면서 맘이 홀가분해 졌다. ‘이걸 계기로 내가 한단계 더 올라설수 있는 발판이 마련이 됐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했다.
나뿐 아니라 선수들도 그런 점을 많이 느꼈다. 기훈이의 경우 지난 시즌에는 2대2 플레이를 안했는데 올 시즌에는 많이 시도하고 리딩에도 참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 역시 안들어가더라도 3점을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다.”

◆ 농구월드컵은 ‘꿈’. 정상급 선수들과 대결 설레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아지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이러한 노력이 있기에 매 시즌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국가대표팀에도 선발되어 지금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2014년은 국가대표 김선형으로서 굉장히 중요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오는 8월 2014 스페인 농구월드컵이 열리고 뒤이어 9월에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이 개최되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안게임에는 병역혜택이 걸려있다. 군대를 가느냐 마느냐는 농구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

아직 대표팀 발표가 나지 않았지만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호흡을 맞췄던 유재학 감독이 다시 한번 대표팀에 지휘하기 때문에 국가대표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특히 농구월드컵은 1998년 이후 16년만에 나가게 된다. 결과가 어떻든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겨뤄볼 수 있다는 것이 선수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농구월드컵에서 두각을 보이면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을 지 모른다고 얘기 하자 “물론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나 뿐 아니라 대표팀 모두에게 똑같을 것이다” 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국제대회와 해외 전지훈련을 통해 그가 느낀 수준의 차이도 있다.

“이번 미국 전지훈련 때 제임스 하든(25·휴스턴 로케츠)과 매치업을 했는데, 스피드는 비슷한데 부딪히는 파워가 (최)부경이 정도였다. 어떻게 스피드와 파워를 동시에 겸비했는지 궁금했다. 괜히 NBA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런 부분에서 세계와 격차를 느꼈다. 풍기는 자신감 자체도 다르다.”

개인적으로 한국 선수들의 웨이트가 항상 아쉽다고 생각해 왔던 터라 틈을 놓치지 않고 물었다. 웨이트를 늘려 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나도 몸무게를 늘리려 많이 노력을 했는데 체질상 잘 안찌고 살이 잘 빠지는 스타일이라 어렵다. 정말 웨이트만 집중해서 3~4개월 하지 않는 이상 힘든데 대표팀 일정 등에 맞추다 보면 쉽지 않다.”

한국선수들이 국제대회에 나가면 몸싸움에 관대한 국제농구연맹(FIBA) 룰에 고전하는 모습이 역력했는데, 체질상 안되는 건 또 어쩔 수 없는 것같다. 그렇다면 장점을 극대화하는 수밖에 없다. 그의 스피드는 국제 무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어 보였다.

“도미니카와 경기 전에 비디오 분석을 했는데 앞선 1,2번이 너무 빨라서 긴장을 했다. 그런데 막상 부딪쳐보니 스피드에서 밀리지 않았고, 개인적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항상 강한 선수들하고 붙을 때마다 기대가 된다. ‘어느 정도 통할까’ ‘드디어 이런 선수랑 뛰어보는구나’ 농구월드컵 자체가 꿈인 것같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농구월드컵에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 기대감에 대해 물어보자 “TV로 보던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뛰어보는 게 영광이고, 또 꿈 같다.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가도 가늠해보고 싶다”며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 NBA 진출? 자라난 환경이 중요

많은 국내 팬들은 외국에서 뛰는 한국선수의 모습에 열광한다. 야구는 박찬호가 그랬고, 축구는 박지성이 그랬다. 그런 차원에서 남자 농구는 아쉽다. 하승진이 NBA에서 잠시 뛰었지만 큰 임팩트를 남기지는 못했다.

팬들은 조심스럽게 김선형이나 김민구(23·전주 KCC)가 그런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자라는 환경이 중요한 것같다. 제레미 린(26·휴스턴 로케츠)이 대만에서 농구를 배웠다면 지금처럼 할 수 있었을까? 미국에서 나고 자라 농구를 배웠기 때문에 지금 그 정도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장훈이형이나 (김)주성이형, 또는 허재 감독님 같은 분들이 중·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면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직접 세계 무대를 겪은만큼 현실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팬들이 TV로 바라보는 것과는 다르게 확연한 차이를 느꼈으리라. 그 상상력을 조금 더 넓혀 보았다. 정말 만약에 NBA에 가게 된다면, 가고 싶은 팀이 있는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물었다.

“NBA 팀 중에서는 마이애미 히트를 좋아한다. 근데 워낙 잘하는 팀이니깐 특별히 내가 할 역할이 없을 것 같다. 수비 열심히 해주고, 내가 속공을 잘하니깐 그쪽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같다.”

처음에는 그럴 일이 있겠냐며 손사래를 쳤지만 막상 이야기를 시작하자 좋아하는 팀부터 술술 얘기가 나온다.

솔직하게 한마디. “사실 NBA에서 뛰는 상상은 많이 해본다.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 [용인=사진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정상급 선수들과의 만남 설렌다." 농구월드컵에 출전해 정상급 선수들과 경기하는 것 자체가 기대된다는 김선형.

◆ 개인 수상 욕심 있지만 팀플레이가 우선

지난 시즌 정규시즌 MVP를 수상했고, 올 시즌에는 올스타전 MVP도 받았다. 이제 MVP라고는 챔피언결정전 MVP밖에 남지 않았다.

“솔직히 욕심이 난다. MVP를 한번씩 받아보는 것도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팀 플레이를 망치고 싶지는 않다. 작년에도 개인기록보다는 팀플레이에 주력하려고 노력했고,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정규리그 우승까지 할 수 있었던 것같다.”

이렇게 대답할 줄 예상하고 있었다. 웃으며 물었다. “다른 인터뷰 보니까 변기훈은 3점슛왕 욕심 난다고 하던데?”

당황한 듯 같이 웃는 김선형. “뭐 슈터이니까 잘 들어가는 날은 많이 쏴도 되죠” 라고 재치있게 넘긴다.

변기훈이 3점슛이라면, 김선형이 받고 싶은 상이 무엇얼지 궁금해졌다. MVP 수상경력은 있지만 득점·어시스트 등 계량부문 수상은 없기 때문이다.

“어시스트상을 받고 싶은 욕심도 있고, 스틸 같은 수비적인 부문 수상도 해보고 싶다. 그런데 워낙 잘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받기가 쉽지 않은 것같다.”

◆ 팬들께 항상 감사. 통합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 다할 것

김선형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는 ‘친절한 팬서비스’ 이다. 프로농구 최고 인기스타인 그이지만 팬들에게 항상 밝게 웃으며 대해주고, 사진이나 사인 요구도 대부분 응해주는 편이다. 외국인 선수들이 팬들에게 친절한 건 많이 봤지만 국내선수, 그것도 최고 스타가 이렇게 하면 귀찮아 하지는 않을까. 팬들을 대하는 그만의 철학이 있는지 궁금했다.

“사인이나 사진 요구는 웬만하면 다 들어주려고 한다. 그런데 경기 후 인터뷰를 하게 되면 선수들이 버스에서 내가 타기만을 기다리게 된다. 그럴 때는 팬불들께 죄송하다고 정중하게 말씀드리고 구단 버스로 이동한다. 그래서 다른 선수가 인터뷰 하는 날은 더 많이 해주려고 하는 편이다.”

이렇게 '팬 프렌들리'한 선수, 찾기가 참 쉽지 않다. 어디서 배운걸까? 따로 공부라도 한 걸까?

“프로에 오면서 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했다. 형들 조언도 받았다. 사실 역지사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연예인을 좋아하게 되는 입장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봤었다. 또 어떤 팬이던지 공평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자주 찾아오는 팬들하고 조금 더 친해질 수는 있지만 모든 팬에게 다 똑같이 대하기 위해 노력한다. 상처받는 팬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런 선수, 어떤 팬이 싫어할까. 실력도 갖추고, 인성도 갖춘데다가 팬들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갖췄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 시즌 김선형이 올스타 팬투표 1위를 하지 못한 것은 의외였다. 아니,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올스타 팬투표 당시 SK는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었기 때문.

“이번 시즌에는 안티팬도 많이 늘어난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잘못해서 그런 것이기 때문에 억울하지는 않다. 헐리웃 사건이나 헤인즈 사건 모두 우리가 잘못했고, 그래서 지적을 당한 것이기 때문에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이제 지적 받은 것들을 고치고, 정정당당하게 플레이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팬들도 다시 인식이 바뀔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한 질문이 민감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솔직하고 좋은 답변을 해줘 놀랐다. 사건들을 직접 거론하면서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켜나가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김선형이 매년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처럼 자신의 부족한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인사했다.

“많은 팬 분들 덕에 농구 인기가 올라가서 기분이 좋다. 관중들이 많아져서 더 신나게 경기할 수 있고, 경기도 재미있어 지는 것같다. 3강 구도나 6강 경쟁 등 팬 분들이 좋아할 만한 상황이 많아서 선수들도 흥이 난다. 앞으로도 응원 많이 해주시고, 선수들은 통합우승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취재 후기] 프로농구 인기스타지만 김선형은 겸손했다. 인터뷰가 생각보다 오래 진행됐음에도 불편한 기색이 없었다. 하지만 농구에 관한 이야기에선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이러한 자신감이 세계무대에서도 흘러 넘쳐 ‘KOREA’를 가슴에 새긴채 포효하는 그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iversoon@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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