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04 (토)
[인터뷰] R&B 여왕 거미가 말하는 '나 사용법'
상태바
[인터뷰] R&B 여왕 거미가 말하는 '나 사용법'
  • 김나라 기자
  • 승인 2014.06.19 12: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00자 Tip!] 2003년 정규1집 '라이크 뎀'을 발매하며 가요계에 데뷔한 거미(본명 박지연·33)는 '그대 돌아오면' '날 그만 잊어요' '아니' '미안해요' 등 다수의 히트곡을 보유한 실력파 보컬리스트다. 그동안 파워보컬로 사랑받아온 거미는 최근 발표한 두 번째 미니앨범을 통해 변신을 꾀했다. 스스로 '울고불고' 창법을 고수해 왔다고 밝힌 거미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러움을 배워, 담담하게 이별을 노래하게 됐다. 거미는 누구보다 뛰어난 음악성을 자랑하지만 활동 기간이 짧았던 탓에 대중과 거리감이 생겨 아쉬움이 크다. 이제는 벽을 허물 준비를 마쳤다고 당당히 발언할 만큼 한층 여유를 갖고 돌아왔다.

▲ 거미가 긴 공백을 깨고 신보를 발매했다.

[스포츠Q 글 김나라 기자·사진 이상민 기자] '부드럽게~ 무드있게~ 따뜻하게~ 꼭 안아주시오. 매일 한 번씩 사용하시오'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4' 출신 가수 에디킴의 데뷔곡 '너 사용법' 중 한 소절이다. 에디킴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매뉴얼을 읊고 있지만 최근 신보를 발매한 거미는 한층 여유로워진 모습으로 돌아와 '친절한 거미씨'를 자처, 자신의 사용법을 설명했다. 이에 그는 1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Q와 만나 나른한 오후 3시를 유쾌한 수다로 풀어냈다.

"울부짖던 창법 버리고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 터득해"

거미는 2010년 첫 번째 미니앨범 '러브리스' 이후 4년 만인 10일 자정 두 번째 미니앨범 '사랑했으니.. 됐어'를 발매했다. 타이틀곡 '사랑했으니.. 됐어'는 김도훈 작곡가와 가수 휘성의 작사로 완성된 곡으로, 나지막이 고백하는 듯 하면서도 절규하는 듯한 드라마틱한 감성이 담겨져 있다.

"이번 신보는 레게, R&B 등 특정 장르를 정해놓고 작업하지 않았어요. 창법도 울고불고 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바이브레이션 음폭을 디테일하게 조절해 담담하게 불렀죠. 큰 변화를 추구하기 보다는 부담을 버리고 즐겁게 작업했어요."

▲ 거미

이번 앨범에서 거미는 큰 장르의 변화를 시도하진 않았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음악 스타일을 찾아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했다.

"기존 음악처럼 이별, 사랑 얘기를 다뤘지만 그 상황들을 표현하는 게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이별을 노래할 때 감정을 견디지 못하고 처절하게 매달리듯 부르고 사랑을 표현할 때도 사랑이 아니면 미칠 것 같은 감정으로 불렀죠. '사랑했으니.. 됐어'는 '이별, 이 순간도 곧 지나간다'라는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표현했어요. 달라진 계기요? 특별히 없어요. 그냥 나이가 들면서 이별, 사랑 노래가 단순히 사랑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살면서 겪는 일, 안달복달할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거미 아닌 여자 박지연이 밝히는 거미는?

거미 역시 대게 발라드 여가수처럼 애절한 사랑노래를 열창하지만 그동안 특유의 소울풀한 보이스로 여성미보다는 중성적인 매력이 더욱 돋보여, 의도치 않게 대중과 거리감이 생겼다. 거기에 과거 YG엔터테인먼트 소속(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활동할 당시 회사의 뜻에 따라 본인도 앨범의 완성도를 중요시 생각해 '정말 좋은 앨범'이 아니면 대중 앞에 나서지 않았다.

그가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YG엔터테인먼트에 머물며 발표한 정규앨범은 단 4장에 불과하다. 이 결과 음악팬에게 '아티스트'라고 불리며 음악성은 높게 평가받았지만 대중성 면에서는 늘 2% 아쉬움을 느껴야 했다.

▲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거미는 그동안의 행보를 돌이켜 보며 친근하게 다가가지 못한 자신을 탓했다. 짧은 활동기간, 예능프로그램 출연 자제 등 미디어 노출이 적었음을 꼬집었다. 이어 그는 "제 노래가 어둡고 슬퍼서 저를 우울한 사람으로 보시는 분들이 많아요. 인상도 강해서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라며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듣고 보니 무대아래 거미의 모습이 상상이 되질 않았다. 거미가 아닌 인간 박지연은 어떤 모습일까.

"실제 저는 굉장히 털털해요. 물론, 소심한 면도 있지만 사람들한테 관대한 편이죠. 마음자체가 약한 편이라 본성이 나쁜 사람을 멀리하죠.(웃음)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쎈' 사람이 아니에요. 남한테 상처 주는 말도 잘 못하고 해야 될 때는 말하긴 하는데 상처를 주기보다는 설명을 해요."

곤충 거미는 인간이나 가축에 해를 끼치는 파리·모기·바퀴 등의 위생곤충뿐만 아니라 산림해충, 농작물해충을 잡아먹는 천적으로서 인간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지만 영화 '스파이더맨'을 제외하면 대부분 부정적으로 그려지는 것처럼 기분 나쁜 동물로 경원시되는 경향이 있다. 이에 혹여 거미의 이름 때문에 대중이 어렵게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견을 내밀었다.

▲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름 때문은 아니에요. 활동명 거미는 처음 들었을 때부터 왠지 마음에 들었어요. 거미라는 이미지가 신비로운 느낌이고 갖고 있는 색깔도 여러 가지라고 생각해 만족했죠. 거미줄에 한 번 걸리면 꽁꽁 묶이듯, 제 음악을 들은 사람들을 그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들겠다라는 의미도 좋았어요. 만약 제가 선하게 생긴 여자였다면 이름이 안 어울렸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니잖아요.(웃음) 아무래도 제가 처량하고 약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를 폭발해서 표현해 강한 이미지가 각인된 것 같아요."

◆ "노래 실력 타고났지만… 노력 끝에 얻은 성과"

거미를 보면 스타성을 무기로 무대를 누비는 어설픈 가수들만 문제가 아니라 노래를 잘하는 가수도 문제라는 다소 엉뚱한 생각이 떠오른다. 가수가 노래를 잘해서 고민이라니 정말 '웃픈'(웃기고 슬프다의 합성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노래를 잘해서 노력하지 않을 것 같다는 저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데 저도 항상 가수로서 발전을 위해 노력해요. 노력 없이 이룬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때면 속상했어요. 물론, 가수는 타고나는 게 중요하지만 타고난 사람이 노력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 계속 멈춰있거나 하락하게 되거든요."

▲ 거미는 지난 9일 쇼케이스를 개최해 R&B 여왕의 진가를 발휘했다.

거미는 밑바닥에서부터 내공을 쌓아 오늘날 '대한민국 대표 보컬리스트'라는 정상의 자리까지 올라왔다. 7년이라는 긴 연습생 생활을 불평할 법도 한데 그에게 이 시간은 고난, 역경이 아닌 "감사하고 꼭 필요했던 시간"이란다.

"죽기 직전까지 노래하고 싶어요. 꼬부랑 할머니가 돼서도 지금처럼 말이 아닌 노래로 감정을 표현하고 싶거든요. 병에 걸려 목소리가 떨리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노래할 거예요."

[취재후기] 거미는 스스로 인상이 강하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그는 누가 봐도 여린 여성이었다. 노래에 대해 얘기할 때면 한없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이런 거미에게 가수로서 노래는 어떤 의미냐고 물었더니 "내 운명이고 팔자다"라는 예측 가능한 대답이 돌아왔다.

nara927@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