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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 결산] 경청해야 할 김인식 제언, 우승에 가려진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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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 결산] 경청해야 할 김인식 제언, 우승에 가려진 그림자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11.23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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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감독제-세대교체 급선무, 극심한 타고투저, 외야수 송구력 등 국제경쟁력 키워야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의 비협조, 부상과 도박 스캔들로 인한 선수단 구성의 어려움, 개최국 대만과 일본의 엉망 행정 등 갖은 악재를 딛고도 해냈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지난 21일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었다.

일본, 미국, 쿠바에 중남미 야구강국 도미니카 공화국, 베네수엘라, 멕시코까지 모두 꺾은 값진 우승이다. 역대 어떤 국가대표보다 약해보인다는 우려를 벌떼 마운드 전략과 탄탄한 수비로 슬기롭게 헤쳐 나갔다. 144경기를 치러 피곤한 선수들은 태극마크란 사명감으로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안겼다.

▲ 초대 프리미어 12 우승 사령탑 김인식 감독은 전임 감독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사진=스포츠Q DB]

잘한 점은 짚을 만큼 짚었다. 이제는 이번 대회에서 나타난 어두운 면을 주목할 때다.

김인식 감독은 귀국 후 가진 인터뷰에서 전임 감독제를 비롯한 보완점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했다. 그는 “2006년, 2009년 프로팀을 맡으면서 대표팀 감독을 병행했는데 부담이 굉장했다”며 “전임 감독은 꼭 있어야 한다. 젊은 감독들과 야구계가 상의를 잘 해서 이끌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BO와 대한야구협회는 국제 대회가 있을 때마다 누가 사령탑을 맡아야 할지 고민한다. 결국 고희를 바라보는 김인식 감독을 2006, 2009 WBC에 이어 또 다시 찾고야 말았다. 일본이 2013년 11월 고쿠보 히로키 감독을 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선임해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임기를 보장한 것과는 다르다.

프로팀 감독이 국가대표를 병행하는 것은 무리다.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의 경우 2013 WBC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국내리그 업적까지 평가절하당한 아픈 기억이 있다. 올림픽에 야구가 정식종목으로 다시 채택될 경우 (8월 중 하계올림픽이 개최되므로) 프로팀 감독이 시즌 중반 팀을 떠나야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또 벌어질 수 있다.

젊은 정통파 투수의 부재도 아쉽다. 야구가 투수놀음이므로 빠른공 구속 161㎞, 포크볼 147㎞를 던지는 오타니 쇼헤이같은 ‘괴물’에 당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보다 아픈 것은 현재 한국에 시속 150㎞를 가볍게 뿌리는 20대 초반의 국가대표급 투수가 없다는 점이다. 일본전 선발은 7년 전 베이징 올림픽에서처럼 또 김광현이었다.

김인식 감독은 “늘 부러운 것이 일본 투수들의 수준이다. 7회가 돼도 강력함이 줄지 않더라”며 “어렸을 때부터 기초를 닦아야 가능한 일이다. 공을 많이 던지려면 하체 밸런스와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공을 어떻게 던지는지 뿐만 아니라 체력까지 만들어야 하는 체계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의 투수 지도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정비할 때다.

▲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후 7년이 지났는데도 김광현이 일본전 선발로 나섰다. 젊은 투수들과 지도자들의 분발이 필요한 때다. [사진=스포츠Q DB]

세대교체도 서둘러야 한다. 이용규와 정근우를 대체할 테이블세터, 강민호의 뒤를 이을 포수도 키워내야 한다. 김현수와 이대호는 2000년대 후반부터 줄곧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일본은 마쓰이 유키(20·라쿠텐), 야마다 데쓰토(23·야쿠르트) 같은 20대 초반이 주축으로 새로이 얼굴을 내밀었다. ‘황금세대’라 불리는 1982년생(이대호, 추신수, 정근우, 오승환)은 이미 서른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타고투저의 KBO리그가 과연 국제 경쟁력을 갖추는데 도움이 되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오타니를 상대로는 두 차례 맞붙어 13이닝 동안 점수를 뽑기는커녕 3안타로 침묵했다. 마이너리그 트리플 A 투수인 미국의 제크 스프루일을 상대로도 6이닝 3안타 무득점에 그쳤다. 2015 KBO리그는 3할 타자 28명, 20홈런 이상 타자 23명을 배출했다. 보기에만 좋은 그림은 아니었는지 숙고하고 투수들의 경쟁력을 높일 방법을 강구해야 할 때다.

김인식 감독은 미국 외야수들의 강한 어깨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그는 “정근우가 결승전 당시 홈에서 아웃됐다. 그런 플라이가 났을 때 과연 국내의 어떤 외야수가 홈에서 주자를 잡을 수 있었을까”라고 말했다. 야구란 한 베이스를 더 가고 내주지 않기 위한 전쟁이다. 야수들은 주자의 진루를 막는 송구 능력과 중계플레이 훈련에 더 매진해야 한다.

올림픽 금메달, WBC 4강 2회, 프리미어 12 우승까지. 이제 한국은 누가 봐도 어엿한 야구 강국이다. 추신수, 류현진, 강정호에 이어 이대호, 오승환, 박병호, 김현수, 손아섭까지 빅리그 입단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김인식 감독의 제언에 귀를 기울이고 그에 걸맞은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불과 15년 전만 해도 야구장엔 관중이 없었다. 잘 나갈 때 안주하는 것이 진짜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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