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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브라질월드컵, 포백 대세 속 스리백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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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브라질월드컵, 포백 대세 속 스리백의 재발견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6.28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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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강화 속 스리백 채택팀 모두 16강 진출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브라질 삼바의 흥겨운 리듬 속에 어느덧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가 끝났다.

아시아를 대표한 한국과 이란, 일본, 호주 등은 모두 각 조 최하위에 그치면서 체면을 구겼고 유럽 역시 13개팀 가운데 6개팀만 살아남아 절반이 넘는 숫자가 귀국행 비행기를 탔다.

반면 개최국 브라질을 포함한 남미 6개 팀 가운데 에콰도르를 제외한 5개 팀이 16강에 올랐고 북중미에서도 4개 팀 가운데 온두라스를 뺀 3개 팀이 토너먼트에 올랐다. 아프리카에서는 5개 팀 가운데 2개 팀이 올라가 그나마 자존심을 지켰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포(4)백의 여전한 대세 속에 스리(3)백이 조용한 돌풍을 일으켰다. 스리백을 채택한 팀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모두 16강에 올랐다는 점은 분명 평가를 받을만하다.

◆ 네덜란드와 칠레의 스리백, 스페인을 탈락시키다

포백 전술이 대세를 이뤘지만 스페인의 '티키타카'를 깬 네덜란드의 스리백은 이번 대회 큰 이슈 가운데 하나였다.

네덜란드는 이미 스페인과 같은 B조에 묶였을 때부터 스리백을 집중 조련해왔다. '전략가' 루이스 판할 감독은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인 스페인전에 초점을 맞춰 스리백 전술을 채택했고 이는 큰 효과를 거뒀다.

스테판 더프레이와 론 플라르, 브루누 마르팅스 인디를 스리백으로 하고 딜레이 블린트와 다릴 얀마트를 좌우 윙백으로 내세워 스리백과 파이브백을 혼용하면서 스페인의 패싱 위주 축구를 앞세운 공격을 단 한 골로 막아냈다. 내준 실점도 페널티킥에 의한 것이었다.

물론 아리언 로번과 로빈 판페르시의 투톱 공격과 함께 베슬레이 스네이더르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세운 삼각편대의 강력함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강력한 수비가 공격의 원천이 된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웠다.

사실 스페인의 티키타카에 맞서 스리백을 쓴 팀이 네덜란드는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12년 유럽축구선수권 당시 이탈리아가 스페인과 맞서 싸웠을 때 스리백을 내세웠다. 조별리그 경기에서 이탈리아는 스페인과 0-0으로 비겼다. 그러나 포백으로 돌아간 녹다운 토너먼트 경기에서는 완패, 수비를 먼저 강하게 하고 공격을 하는 스리백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음을 증명했다.

B조에서 스페인이 탈락한 것은 네덜란드 뿐 아니라 칠레 역시 스리백을 채택했기에 가능했다.

칠레 역시 스페인전에서 가리 메델, 프란시스코 실바, 곤살로 하라를 스리백으로 하고 찰스 아랑기스와 마우리시오 이슬라를 좌우 윙백으로 내세워 스페인을 2-0으로 꺾었다. 네덜란드와 칠레의 스리백에 연타를 맞은 스페인은 우승후보로서 체면을 여지없이 구기고 2연패로 조기 탈락하고 말았다.

◆ 멕시코와 코스타리카의 스리백, 북중미의 대파란 원동력

북중미 네 팀 가운데 세 팀이나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스리백의 영향이었다. 멕시코와 코스타리카가 모두 스리백을 채택했다. 두 팀은 기본이 스리백이지만 파이브(5)백에 더 가까운 포메이션을 썼다.

두 팀은 모두 힘겨운 조에 속했다. 멕시코는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에 도전하는 입장이었다. 개최국 브라질은 넘기 힘든 벽이었고 크로아티아 역시 동유럽의 강호로 개막 전 평가만 하더라도 멕시코에 앞선다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멕시코는 카메룬전에서 억울한(?) 1-0 승리를 거둔 뒤 브라질을 상대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물론 골키퍼의 선방 영향도 있었지만 스리백을 기본으로 탄탄한 수비벽을 구축하고 터지는 역습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크로아티아전 역시 멕시코의 스리백은 위력이 대단했다. 크로아티아의 예봉을 철저하게 막아내면서도 역습이 무서웠다. 수비 후 역습으로 멕시코가 3골을 넣은 것은 주목할만하다. 물론 마지막에 크로아티아에 한 골을 허용하면서 무실점 기록이 깨지긴 했지만 조 1위 자리도 넘볼만큼 멕시코의 전력은 인상적이었다.

멕시코 스리백의 가장 큰 특징은 라파엘 마르케스, 엑토르 모레노,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라는 경험 많은 중앙 수비수가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경험이 많은 중앙 수비수 세 명이 안정적인 수비를 취하면서 강한 역습 전술을 펼친 것이 A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요인이 됐다.

코스타리카가 예상은 완전히 뒤집고 D조 1위로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것 역시 스리백의 힘이 컸다.

오스카르 두아르테와 잔카를로 곤살레스, 마이클 우마냐의 스리백은 우루과이를 상대로 페널티킥으로만 한 골을 내줬을 뿐 이탈리아, 잉글랜드를 상대로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으면서 16강에 나갈 수 있는 힘이 됐다.

심지어 아르헨티나도 스리백을 썼다. 바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첫 경기에서였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에 스리백은 다소 맞지 않는 옷이었다. 좌우 윙백 마르코스 로호, 파블로 사발레타가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못하면서 공수 전환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는 이후 포백으로 돌아갔지만 아직까지도 조직력이 원활하지 못하다. 리오넬 메시가 중심이 되는 원맨팀의 전형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수비만 하던 스리백은 아니다

보통 스리백이라고 하면 수비지향적인 인상이 강하다. 수비에만 치중하는 3명의 고정 수비수와 함께 양 윙백이 수비와 공격을 오가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미드필드에 많은 숫자를 둘 수가 없는 것이 스리백의 약점이다.

이 때문에 1990년대 중반들어 포백은 축구 전술의 대세가 됐다. 2명만 수비를 두고 미드필더 숫자를 더 늘린 것이 바로 포백이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드러난 스리백은 수비 위주의 전술이 아니다. 좌우 윙백이 보다 활발하게 공격에 가담하면서 공격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스페인전에서 5골을 넣은 것을 비롯해 조별리그에서 무려 10골을 넣으면서 전체 32개팀 가운데 최다골을 기록 중이다. 판페르시와 로번 같은 골잡이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지만 좌우 윙백의 활발한 공격 가담을 무시할 수 없다.

멕시코도 조별리그 3경기에서 4골을 기록했지만 그 이상도 넣을 수 있었다. 카메룬전에서 잘못된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2골을 날린 영향이 컸다. 브라질전에서도 역습이 날카로웠기 때문에 수비 위주의 스리백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칠레도 네덜란드, 스페인 등을 맞아 5골을 넣으면서 선전했고 코스타리카 역시 우루과이전에서 3골을 터뜨리는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짧은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볼 점유율을 높이는 티키타카에 맞서 효과를 본 스리백은 분명 이번 월드컵에서 거둔 새로운 발견이다. 역대 월드컵이 세계 축구 전술의 변화와 흐름을 주도했다는 것을 볼 때 다음 러시아 월드컵에서 티키타카를 깬 스리백을 넘어설 또 다른 전술이 나올 것이다.

◆ 수비 어려움 겪은 아시아의 4-2-3-1

한국과 이란, 일본, 호주는 모두 포백을 기본으로 하는 4-2-3-1 포메이션을 썼다. 그러나 안정되지 못한 수비로 모두 조 최하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러시아전과 벨기에전에서는 비교적 탄탄한 수비력을 보여줬지만 수비가 느슨했던 알제리전에서는 맥을 추지 못했다. 경험이 그다지 많이 않은 중앙 수비는 너무 헐거웠고 기성용, 한국영과 수비형 미드필더과 거리가 벌어지면서 그 사이를 공략당했다.

일본 역시 좌우 풀백의 활발한 오버래핑이 실종된채 콜롬비아에 4골을 허용하며 무너졌고 호주 역시 대량 실점으로 맥을 추지 못했다. 호주는 카메룬과 함께 9실점으로 가장 많은 골을 내줬다.

이란은 4골밖에 내주지 않았지만 극단적인 수비 축구만 한 결과로는 너무나 부진했다. 메시의 개인기에 기댄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한 골을 내주며 선전(?)했지만 마지막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경기에서는 3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tankpark@sportsq.co.kr

■ 월드컵 본선 32개국 포메이션 현황

대륙 팀명 조순위 득실차 포메이션
유럽 네덜란드 B-1 3 0 0 10 3 +7 3-4-1-2
  벨기에 H-1 3 0 0 4 1 +3 4-2-3-1 / 4-3-3
  프랑스 E-1 2 1 0 8 2 +6 4-3-3
  독일 G-1 2 1 0 7 2 +5 4-3-3
  스위스 E-2 2 0 1 7 6 +1 4-2-3-1
  그리스 C-2 1 1 1 2 4 -2 4-2-3-1 / 4-3-3 / 4-5-1
  포르투갈 G-3 1 1 1 4 7 -3 4-3-3
  크로아티아 A-3 1 0 2 6 6 0 4-2-3-1
  보스니아 F-3 1 0 2 4 4 0 4-2-3-1 / 4-1-2-1-2
  이탈리아 D-3 1 0 2 2 3 -1 4-1-4-1 / 3-5-2
  스페인 B-3 1 0 2 4 7 -3 4-2-3-1 / 4-3-3
  러시아 H-3 0 2 1 2 3 -1 4-2-3-1
  잉글랜드 D-4 0 1 2 2 4 -2 4-2-3-1
남미 콜롬비아 C-1 3 0 0 9 2 +7 4-2-3-1 / 4-1-4-1
  아르헨티나 F-1 3 0 0 6 3 +3 4-1-2-1-2 / 5-3-2
  브라질 A-1 2 1 0 7 2 5 4-2-3-1
  칠레 B-2 2 0 1 5 3 2 3-4-1-2 / 4-1-2-1-2
  우루과이 D-2 2 0 1 4 4 0 4-1-2-1-2 / 4-2-2 / 5-3-2
  에콰도르 E-3 1 1 1 3 3 0 4-4-2 / 4-4-1-1
북중미 멕시코 A-2 2 1 0 4 1 +3 5-3-2
  코스타리카 D-1 2 1 0 4 1 +3 5-4-1
  미국 G-2 1 1 1 4 4 0 4-1-4-1 / 4-2-3-1 / 4-4-2
  온두라스 E-4 0 0 3 1 8 -7 4-4-2
아프리카 알제리 H-2 1 1 1 6 5 +1 4-2-3-1 / 4-1-4-1
  나이지리아 F-2 1 1 1 3 3 0 4-2-3-1
  코트디부아르 C-3 1 0 2 4 5 -1 4-2-3-1
  가나 G-4 0 1 2 4 6 -2 4-2-3-1
  카메룬 A-4 0 0 3 1 9 -8 4-1-4-1
아시아 대한민국 H-4 0 1 2 3 6 -3 4-2-3-1
  이란 F-4 0 1 2 1 4 -3 4-2-3-1
  일본 C-4 0 1 2 2 6 -4 4-2-3-1
  호주 B-4 0 0 3 3 9 -6 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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