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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좋은 친구들' 지성 "난 이미 한방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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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좋은 친구들' 지성 "난 이미 한방을 쳤다"
  • 용원중기자
  • 승인 2014.07.02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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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최대성기자] 1999년 드라마 ‘카이스트’로 데뷔 후 미남 연기자 지성(37)의 이미지는 줄곧 반듯한 청년이다. 메가 히트작을 내진 않았지만 현대물과 사극, 멜로·로맨틱코미디·스릴러·누아르 장르를 부드럽게 넘나들며 ‘중박’ 이상의 성공을 일궈왔다. 스캔들 한번 낸 적 없이 동료 연기자 이보영과 일편단심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주목받는 스타로서, 평범한 한 남자로서 모범적인 행로를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다. 7월을 여는 날, 삼청동의 하얀 카페에서 여름 하늘색을 닮은 스카이 블루 니트 차림의 지성을 만났다.

 

◆ 배우로서 연차 확인하고파 누아르 ‘좋은 친구들’ 출연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를 했다. 로맨틱 코미디영화 ‘나의 PS파트너’ 이후 2년 만이다. 우발적 사건으로 의리와 의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세 남자를 그린 범죄 누아르 ‘좋은 친구들’(7월10일 개봉)에 몸을 실었다. 부모를 죽음으로 몰고 간 강도화재사건 이후 가장 믿었던 친구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 현태 역을 맡았다.

“이도윤 감독의 시나리오가 나를 영화로 이끌었다. 범인을 잡기 위해 추적하는 내용이 아니라 세 남자의 관계에 관한 평범한 이야기다. 편안한 누아르 영화가 별반 없지 않았나.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진중한 현태는 인철(주지훈), 인수(이광수)와 달리 확 드러나게 연기할 부분이나 대사가 많지 않았음에도 몸과 표정으로 어떻게 연기해낼 수 있을까 궁금했다. 배우로서 내 연차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 영화 '좋은 친구들'에서 세 친구로 출연한 주지훈 지성 이광수(왼쪽부터)

캐스팅 확정 직후 감독으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 현태 캐릭터를 설명하는 내용이었는데 배우인 지성에게 오히려 물었다. 왜 현태는 청각장애인과 결혼했을까. 왜 119 구조대원을 직업으로 선택했을까. 중학생 시절 눈보라에 갇혀 죽음을 앞둔 사이에서 친구를 의심하고, 의식불명인 또 한 친구를 잠깐 동안이나마 버린 트라우마가 그의 인생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을까.

◆ 욕심 버린 채 영화 균형 잡는데 치중

“영화구조 상 균형을 잡는데 집중했다. 욕심내서 과한 연기나 감정을 표출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을 거 같아서. 내 분량이 없는 날에도 촬영현장에 나가서 지훈이와 광수 연기를 보며 감정을 다잡았다. 어린 시절 친구에게 품은 의심이 현재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실수로 자신의 가족을 죽인 친구들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분노의 감정보다 예기치 않은 상황, 괴로워했을 친구들, 해답 없는 현실로 인해 어둠 속으로 빠져드는 현태를 생각하며 연기했다. 현태는 죽을 때까지 불행했을 거다.”

 

결국 해외로 도피하려는 인철(주지훈)과 만나는 공항신에서 현태는 복잡한 표정으로 “너 나한테 할 말 없냐?”고 묻는다.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들른 인철의 아파트에서 굵은 눈물 한방울을 주루룩 흘린다. 배우 지성의 존재감이 반짝이는 순간이었다.

“현태의 감정을 확실히 잡아놓고 나와 친구들을 대비하면서 끌고가려 했다. 특히 감정을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다가 마지막에 보여줘야 하는 구조적 절차가 필요했다. 엔딩신에서 흘리는 눈물은 현태의 깊은 아픔과 친구들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는 장치였다. 실제 마지막 촬영이었는데 펑펑 울 것 같아 감정을 추스르느라 애를 먹었다. ‘액션’ 사인이 나왔는데도 한참 기다렸다. 하고나니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더라. 그런 감정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됐으면 한다.”

◆ “왜 한방을 못치냐고? 한 이미 한방을 쳤다"

그동안 여러 작품을 하며 부족한 2%를 채우기 위해 달려왔다. 이젠 부족한 2%를 관객 평가에 맡기고 나머지 98%를 성실히 작업하고, 즐기는 것으로 채우려 한다. ‘좋은 친구들’이 준 선물이다.

“한편으론 나도 1인자가 되고 싶고, 티켓파워를 가진 훌륭한 배우이고 싶으나 준비가 필요하다. 이 작품이 준비과정이지 싶다. 흥행이나 ‘지성의 재발견’과 같은 욕심 없이 임했다. 절제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았고, 그런 마음 편안함이 연기에 묻어났을 거다.”

 

과거 지성은 작품에 목숨 걸고 달려들었다. 신인시절, 어깨너머로 연기를 배우기 시작한 뒤 ‘배우는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 ‘예쁘게 표현하지 못하면 자질이 없는 거다’란 강박에 빠져 지냈다.

“맨땅에 헤딩하듯 여러 장르를 경험했다. 난관에도 부딪혀 봤다. 목표를 향한 기나긴 길을 돌아온 느낌이다. 물론 뜻 깊은 시간이다. ‘작품선정을 잘 못하네!’ ‘왜 한 방을 못치니?’란 소리도 들었다. 난 한 방을 쳤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지성의 한계를 말한다면 ‘그게 (나로썬)다인가보지’로 툭 털어버린다. 더 이상 욕심으로 내 인생을 불행하게, 슬프게 만들고 싶지 않다.”

◆ “아내 이보영은 내 인생 최대의 선물” 연기 영감 얻는 원천

6년 열애 끝에 지난해 9월 결혼한 이보영은 ‘힐링캠프’에 출연했을 당시 “난 배역을 맡게 되면 대사를 열심히 외우는 거 외에 별달리 하는 게 없는데 지성씨는 분석하고 준비하는 게 엄청나다. 어느 순간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 싶었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보영씨는 인생에 흠결이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솔직하다. 현명한 사람이다. 그런 게 연기에서 자신감으로 내비친다. 과거에 난 ‘가슴 아픈 연기를 하려면 내 가슴에 흠집을 내야한다’고 여겼다. 그런데 보영씨는 그런 시도를 하지 않고도 잘 해낸다. 편하고 솔직하게 연기하기 때문이다. 난 ‘배우다’라며 폼 잡았던 거다. 그 감정을 모르는데 아는 척할 필요가 없더라. 캐릭터를 표현하는 정도가 그 배우의 연기력이다. 보영씨를 통해 많이 배운다.”

 

결혼과정에서 지성의 닭살 행각(?)은 유명했다. 그만큼 반려자에 대한 애정의 폭과 깊이가 넓고도 깊었다. 결혼 이후 그의 애정지수는 그때만큼 유효할까, 궁금증이 고개를 내밀었다. 맙소사, 더해졌다.

“내 인생 최대의 선물이다.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물론 여느 부부처럼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가 말은 안 해도 각자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내 삶에 있어서 결혼생활이 힘들지 않아서 좋다. 좋은 감정으로 인해 내가 더욱 탄탄해지고, 여유롭게 연기할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나도 맑은데 그 사람은 참 맑다. 밝고 순수함이 영원했으면 한다.”

◆ 지금은 신인배우, 40대엔 스타배우 꿈꿔

미혹되지 않는다는 불혹의 40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 마크 월버그, 맷 데이먼 등은 나이가 들수록 멋있어지는 배우다. 지성 역시 그런 배우를 꿈꾼다. 그의 40대 청사진은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갈 땐 너무 싫었다. 그래서일까, 40대가 무척 기대된다. 배우로서 성장해 있을 모습, 아이들 둔 아빠의 모습 모두에 마음 설렌다. 지금이 40대를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발판이지 않나 싶다. 맞다. 지금이 시작이다. 유행처럼 내 삶 역시 반복된다고 본다. 지금은 신인 배우로 확실히 자리를 잡고, 40대에는 스타 배우가 되자고 주술처럼 되뇐다. 기분 좋게 올라가고 싶으며, 기분 좋게 내려가고 싶다.”

 

2005년 연예병사로 현역입대한 지성은 군 복무 시절 자전거를 타고 동서횡단을 하는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산과 언덕을 오르내리며 결심했다. “전역 후 배우생활을 재개하면 힘들게 올라갔다가 두려워하지 말고 기분 좋게 내려가자”고. 내려가는 것도 만만치 않다. 사고가 날 수 있기에 조심해서, 부드럽게~.

[취재후기] “연기는 고귀하고 소중한 작업이라 대충 해선 안 되며 결과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할 땐 학생을 훈육하는 선생님처럼 엄격했다. “닭살 돋는 걸 좋아해서인지 사랑을 표현하는 로맨틱 코미디에 몰입이 잘 된다”고 할 땐 푼수기가 동동 떠다녔다. 최근 부부가 함께 영화 ‘이브 생 로랑’을 관람한 뒤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예술가의 천재성을 두고 스몰 토크를 나눴다고 한다. 결론은 “우리는 아니다! 절대 그렇게 살지 말자”.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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