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2:11 (금)
[SQ분석] '2골 부활포' 문창진 시프트, 올림픽 본선행 멀티공격 활력소
상태바
[SQ분석] '2골 부활포' 문창진 시프트, 올림픽 본선행 멀티공격 활력소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1.14 0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른쪽 측면으로 시작, PK 선제골 포함 멀티골 기록…박인혁 등 빠진 공격력에 활력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어떤 자리에 놓아도 자신의 경기력을 십분 발휘하며 맹활약하는 선수를 미더워하지 않을 감독이 있을까.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공격 2선에서 2골로 군계일학의 활약을 펼친 문창진(포항)이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에 첫 승리를 안기며 부활했다.

문창진은 14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수헤임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우즈베키스탄과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C조리그 첫 경기에서 전반 20분 페널티킥 선제골과 후반 3분 결승골까지 2골을 폭발, 2-1 승리를 이끌었다.

문창진의 2골 활약으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은 부담스러운 첫 경기에서 승점 3을 챙기며 통산 10회이자 세계최초의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또 한국 축구는 올림픽 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30경기 연속 무패(22승 8무) 행진을 이어갔다.

▲ 문창진(왼쪽에서 두번째)이 14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2016 AFC U-23 챔피언십 C조 첫 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기록한 뒤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원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다이아몬드 4-4-2에서 오른쪽 측면 이동

이날 경기에서 최고 수훈갑이자 맨 오브 더 매치(경기 최우수선수)는 단연 문창진이었다. 황희찬(잘츠부르크)에도 많은 기대가 쏠렸고 황희찬 본인도 그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펼쳤지만 문창진의 경기력은 올림픽 대표팀에서 단연 빛났다. 특히 포지션에 연연하지 않고 측면과 중앙에서 일정한 경기력을 보여줌으로써 신태용 감독의 전술 운용에도 숨이 트이도록 했다.

문창진의 원래 포지션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다. 앞선의 최전방 공격진에게 볼을 찔러줘 공격 기회를 창출하는 능력이 더욱 탁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림픽 대표팀의 첫결전서 문창진은 빠른 돌파가 돋보여 측면에서도 연착륙했다.

문창진이 중앙에서 측면으로 이동한 것은 신태용 감독이 다이아몬드 4-4-2 포메이션으로 전환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신태용 감독은 황희찬과 진성욱(인천)을 투톱으로 세우면서 기존에 썼던 4-1-4-1 포메이션 대신 다이아몬드 4-4-2 포메이션으로 바꿨다. 투톱 바로 아래 서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에 류승우(바이어 레버쿠젠)가 기용됨으로써 문창진은 오른쪽 미드필더로 보직이 변경됐다.

그러나 문창진은 상대 측면을 허무는 돌파력을 보여주며 측면에서도 경기력이 통한다는 것을 그대로 입증했다. 사실 올림픽팀에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가 넘쳐난다. 류승우 말고도 권창훈(수원 삼성)이라는 또 다른 주전급 자원이 있다. 류승우와 권창훈이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되면 문창진이 갈 곳은 없어진다. 공격력이 뛰어나 문창진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큰 손실이다.

신태용 감독이 꺼내든 공격 옵션은 문창진의 측면 이동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공격형 중앙 미드필더가 한 명 줄어든 상황에서 류승우가 그 자리를 꿰찼기 때문에 문창진의 포지션 변경은 불가피했다. 그럼에도 문창진은 체력이 뛰어난 우즈베키스탄 수비진을 허무는데 성공했고 위치에 상관없이 날카로운 골 결정력을 과시했다.

페널티킥 성공으로 선제골을 뽑아낸 문창진은 후반 3분 황희찬이 측면을 허문 뒤 땅볼 크로스를 전달한 것을 문창진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돌파하면서 지체없이 오른발 슛으로 마무리, 결승골을 뽑아냈다. 다소 각도가 좁아 골이 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문창진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골망 상단을 흔드는 결정력을 보여줬다.

▲ 문창진(가운데, 7번)이 14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2016 AFC U-23 챔피언십 C조 첫 경기에서 페널티킥 선제골을 성공시킨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미드필드 요원 풍부한 올림픽 대표팀, 전술 운용-선수 기용에 숨통

문창진은 후반 15분 진성욱이 빠지고 권창훈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중앙으로 다시 이동했다. 류승우가 황희찬과 함께 투톱으로 호흡을 맞추고 권창훈이 오른쪽 측면을 맡으면서 원래 포지션인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됐다. 측면과 중앙, 두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신태용 감독의 전술 운용과 선수 기용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사실 문창진은 이미 포항 유스팀인 포항제철중과 포항제철공고를 거친 '작품'이다. 키는 170cm 정도로 작은 편에 속하지만 고교 졸업 후 곧바로 2012년 포항에 입단해 프로 경험도 풍부하다. 특히 2012년에는 AFC U-19 챔피언십에서 한국 축구를 8년 만에 정상에 올려놓음으로써 일찌감치 경기력을 인정받았다. 당시 우즈베키스탄과 준결승전에서는 페널티킥을 파넨카킥으로 성공시키며 화제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허리 부상 때문에 이듬해 벌어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뛰지 못했고 지난해에도 전남과 K리그 클래식 경기 도중 오른쪽 무릎 부상을 당하는 등 부침이 심했지만 신태용 감독은 이미 문창진을 올림픽팀 최종 명단에 포함시킬 생각을 갖고 있었다. 지난해 6월에 열렸던 프랑스, 튀니지와 두 차례 평가전에서 두 골을 넣은 문창진의 득점력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부상 때문에 지난해 9월 호주와 두 차례 평가전은 물론 11월 중국 4개국 친선대회에서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컨디션이 회복된 뒤 지난달 3일 제주 소집훈련에 다시 포함됐고 결국 신태용 감독의 신뢰에 부응하며 다시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문창진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중요한 첫 경기에서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뛰었고 감독님도 믿어주셔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며 "첫 단추를 잘 끼워서 다행이다. 2차전까지 이틀 정도 쉴 수 있기 때문에 휴식을 잘 취하고 선수들과 한마음 한뜻으로 뛰어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문창진(왼쪽)이 14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2016 AFC U-23 챔피언십 C조 첫 경기에서 후반 3분 추가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뒤엉켜 환호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또 두 번째 골 장면에 대해 문창진은 "왼발이 아닌 오른발로 찬 것이 들어가 많이 놀랐다"며 "크로스 타이밍 예측이 안돼 늦게 들어갔는데 운이 좋았다"고 웃었다.

신태용 감독도 문창진의 부활을 반겼다. 신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문창진이 포항에서 뛰다가 부상을 당해 4개월 정도 쉬면서 힘든 여정을 보냈다"며 "하지만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에서 2골을 넣는 등 좋은 활약을 펼쳐 기분이 좋다. 문창진을 교체시켜준 것은 2골을 넣으면서 체력이 떨어진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올림픽 대표팀은 황희찬이 들어오긴 했지만 박인혁(FSV 프랑크푸르트) 등 일부 해외리그 선수들이 소속팀의 차출 비협조로 차출되지 못하면서 주전 공백이 생겼다. 그러나 문창진이 그 자리를 메워줌으로써 올림픽 본선행까지 순항할 수 있게 됐다. 공격력을 갖춘 미드필더 문창진의 부활은 올림픽 본선 티켓은 물론 본선 입상까지 노리는 올림픽대표팀에 든든한 힘이 되고 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