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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한국, 이라크와 무승부는 '평가전 효과' 전술-비주전 실험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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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한국, 이라크와 무승부는 '평가전 효과' 전술-비주전 실험 충분했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1.20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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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리그 3경기 모두 다른 포메이션…골키퍼 제외하고 필드플레이어 모두 활용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이 조별리그 전승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8강 토너먼트 이후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다양한 포메이션과 선수 구성으로 조별리그 3경기를 치르면서 '진짜 전쟁'인 녹다운 토너먼트를 대비했다.

올림픽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그랜드 하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C조 마지막 경기에서 김현(제주)의 선제 헤딩골을 지켜내지 못하고 후반 추가시간에 실점, 1-1로 비겼다. 3전 전승을 내심 기대했지만 이라크에 동점골을 내주면서 2승 1무의 전적으로 골득실에서 앞선 조 1위를 차지했다.

▲ 황희찬(오른쪽)은 조별리그 2경기를 치르면서 비록 득점을 하진 못했지만 2개의 어시스트를 전달하고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페널티킥까지 유도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사진은 지난 16일 예멘전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는 황희찬.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조 1위로 8강에 오르긴 했지만 3전 전승과 2승 1무의 성적에서 느끼는 선수들의 자신감은 분명 다르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조별리그에서 전승을 생각하기보다 변수가 많은 토너먼트를 대비하는 기회로 활용했고 성공을 거뒀다. 전술과 다양한 선수 구성에 대한 테스트는 성공적이었다.

◆ 풍부한 미드필더 자원, 다양한 포메이션을 만들다

조별리그 3경기를 치르면서 하나 주목할 것은 단 한 차례도 같은 포메이션이 없었다는 것이다. 포백을 기반으로 한 포메이션은 하나씩 다 해봤다고 해도 무방하다.

우즈베키스탄과 첫 경기는 황희찬(잘츠부르크)과 진성욱(인천)을 투톱으로 놓은 다이아몬드 4-4-2 포메이션이었고 예멘전은 황희찬을 원톱으로 놓으면서 류승우(바이어 레버쿠젠)과 권창훈(수원 삼성)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놓는 4-1-4-1 포메이션으로 공격 일변도의 경기를 벌였다. 이라크전은 수비형 미드필더를 하나 더 늘려 안정감을 더한 4-2-3-1 포메이션을 썼다.

다양한 포메이션을 쓰면서도 선수들이 위치나 임무에 대한 혼란을 겪지 않고 안정적인 경기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미드필드 자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재 올림픽대표팀에는 박용우(FC 서울)를 비롯해 이창민(제주)과 황기욱(연세대) 등 수비형 미드필더 자원이 풍부하다. 이들은 포백 앞에서 벽을 쌓으면서 공수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역할에 충실할 뿐 아니라 수비수까지 볼 수 있는 멀티 자원이다. 1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쓸 때는 믿음직한 박용우를 내세우면서 2명을 쓸 때는 이창민과 황기욱의 조합을 활용했다.

▲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은 권창훈(왼쪽) 외에도 류승우, 문창진 등 공격 2선에 기용될 수 있는 미드필더 자원을 보유, 포백을 기반으로 한 여러가지 포메이션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또 공격을 지원하는 미드필더 자원도 풍부하다. 류승우, 권창훈, 문창진(포항) 등은 조별리그를 치르면서 모두 공격포인트를 기록했고 진성욱도 공격수와 측면 공격수로 나설 수 있는 자원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김승준(울산 현대)과 유인수(FC 도쿄) 등도 미드필더로 자원이 풍부하다.

이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포메이션도 다양하게 만들어진다. 포백이라는 확실한 기반 아래 미드필드진을 다양하게 구성, 여러 포메이션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런만큼 전술의 유연성도 확보됐다. 8강 토너먼트 이후 상대팀이 한국이 어떤 포메이션으로 나올지 예상할 수 없을만큼 변화무쌍했다.

◆ 필드플레이어 모두 활용, 조별리그서 23명 가운데 21명 출전

또 하나 특기할 것은 필드플레이어를 모두 활용했다는 것이다. 우즈베키스탄과 첫 경기를 잘 마치고 약체 예멘을 대파함으로써 올림픽대표팀으로서는 이라크전을 하나의 평가전처럼 치를 수 있었다.

전체 23명의 선수 가운데 골키퍼인 구성윤(콘사도레 삿포로)와 이창근(부산) 등 골키퍼를 제외한 21명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김동준(성남FC)만 3경기 연속 골문을 지켰기 때문에 이창근과 구성윤의 출전 기회가 없었지만 나머지 필드플레이어들은 출전의 기회를 잡았다.

▲ 2경기 연속 황희찬에 밀렸던 김현(오른쪽)은 20일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에서 선발로 나서 골을 기록하며 토너먼트에서 조커로 활용될 수 있는 경기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주전 선수들이 우즈베키스탄, 예멘과 경기에 나서 2연승을 이끌었고 일찌감치 8강 진출이 확정돼 승리에 대한 부담이 없었던 이라크전은 주로 비주전 선수들이 출전했다. 이라크전에 선발 출전 선수들을 싹 바꿈으로써 모든 선수들이 고르게 출전기회가 돌아갔다.

그런만큼 올림피대표팀 선수들의 경기력에는 문제가 없다. 이는 걸림돌이나 변수가 많은 토너먼트에서는 큰 힘이 된다. 거친 경기에 만에 하나 부상 선수가 나오더라도 그 자리를 훌륭하게 메울 수 있는 가용자원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마지막 경기까지 주전들을 풀가동해야만 8강에 오를 수 있는 D조의 팀에 비해 체력을 비축함으로써 준준결승전을 대비하는 효과도 있다. 2경기 연속 뛰면서 체력을 소진한 황희찬이나 류승우 등에게 휴식을 주면서 8강전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는 힘을 아끼는데 성공했다. 특히 한국은 D조 팀보다 하루를 더 쉴 수 있기 때문에 체력에서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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