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다시 한번 문창진(포항)이었다. 문창진이 어려운 경기마다 귀중한 골을 터뜨려주면서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의 4강 길을 열었다.
문창진은 23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수헤임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8강전에서 선발로 나서 전반 23분 류승우(바이어 레버쿠젠)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지역 한복판에서 논스톱 오른발 슛으로 요르단의 골망을 흔들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은 전반 내내 12개의 슛을 기록하며 요르단을 위협했지만 후반에는 정반대로 상대 공격에 고전하면서 추가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하지만 무실점 경기를 펼치는데 성공하면서 문창진의 선제골은 결승골이 됐고 1-0 승리로 4강 진출에 성공했다.
◆ 올림픽 대표팀 졸전 속 빛난 문창진의 선제골
올림픽 대표팀이 승리하긴 했어도 기쁨보다 생각할 것이 많은 경기 내용이었다. 전반 잘 풀렸던 경기 내용이 후반 들어 단 3개의 슛을 때리는데 그쳤을 정도로 졸전이었던 것은 전술의 유연성이 그만큼 떨어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김동준(성남FC) 대신 골문을 지킨 구성윤(콘사도레 삿포로)의 불안도 한 요소였다.
하지만 문창진을 비롯해 권창훈(수원 삼성), 류승우가 버틴 공격 2선은 칭찬받을만 했다. 이 가운데 공격 2선에서 침투가 빛났던 선수는 문창진이었다.
문창진은 요르단과 경기를 앞두고 "중동팀들은 한번 눕게 되면 계속 눕기 때문에 초반 선제골이 중요하다. 요르단과 경기는 선제 실점을 해서도 안된다"며 "2선 침투를 잘하면 충분히 선제골을 넣을 수 있다고 본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문창진이 직접 그 약속을 지켜냈다. 문창진의 이른 시간 선제골은 요르단의 '침대'를 부숴버리기에 충분했다.
문창진 말고도 권창훈이나 류승우도 활발한 움직임으로 요르단의 밀집 수비를 이겨내는 공간 침투를 펼쳤다. 올림픽 대표팀이 전반 45분 동안 6-4의 볼 점유율로 경기 내용을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요르단의 압박 수비를 날카로운 공간 침투로 이겨냈다는 증거다.
또 문창진이 골을 터뜨린 지역이 페널티지역 중앙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상대의 밀집수비가 있었음에도 사실상 문창진이 골을 터뜨린 페널티지역 중앙은 수비가 거의 없다시피했다. 순간 요르단 수비가 분산되면서 문창진이 편하게 오른발로 논스톱 슛을 때릴 수 있었고 공은 그대로 골키퍼 누르딘 아테야가 지키고 있는 골문을 통과했다. 문창진의 탁월한 위치 선정 능력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 우즈벡전 이어 요르단전까지, 고비마다 터지는 문창진 결승골
이와 함께 문창진은 2년 전 AFC 22세 이하(U-22) 챔피언십에서 당했던 '요르단 트라우마'에서 벗어났다. 당시 문창진은 요르단과 대회 3~4위전에서 승부차기에 나섰지만 파넨카 킥을 시도하다가 실축하고 말았다. 승부차기 실축은 한국이 4위로 떨어지는 빌미가 됐다.
공교롭게도 당시 요르단의 골문을 지키고 있었던 골키퍼가 바로 파테야였다. 그 파테야 앞에서 2년 전의 아픔까지 날리는 통쾌한 결승골을 기록했다.
문창진의 해결사 본능은 오는 27일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릴 카타르와 4강전에서도 소중하게 쓰여질 전망이다. 황희찬(잘츠부르크)이 오른쪽 발목 부상으로 후반 12분 교체돼 물러났기 때문에 4강전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황희찬이 빠지면 그만큼 공격의 위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만큼 문창진의 공격에서 중요도는 더 올라간다.
가장 중요한 경기였던 우즈베키스탄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멀티골을 터뜨린데 이어 올림픽 본선 진출의 또 다른 고비였던 요르단전에서 귀중한 선제 결승골을 만들어낸 문창진이 카타르와 4강전에서도 다시 한번 해결사 본능을 선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문창진의 해결사 본능이 다시 발휘된다면 한국 축구는 통산 10회 및 전세계 최초로 8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나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