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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린 상남자 '유나의 거리' 강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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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린 상남자 '유나의 거리' 강신효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7.24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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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마음 여린 상남자 남수. 형용 모순의 캐릭터다. 배우 강신효(25)의 민낯이기도 하다.

회를 거듭할수록 우리들의 삶을 대변하는 스토리로 사랑받는 JTBC 월화특별기획 ‘유나의 거리’에서 소매치기 조직 우두머리 남수는 탁월한 솜씨의 소매치기 유나(김옥빈)를 사이에 두고 건실한 콜라텍 지배인 창만(이희준)과 삼각구도를 이루며 드라마의 재미를 더해가고 있다.

 

화순이 사주한 일당의 습격으로 오른손을 부상당해 깝지(지갑) 터는 일마저 여의치 않은 가운데 후배들마저 아리랑치기로 검거돼 조직이 붕괴 직전의 위기에 처했다. 사면초가 상황에서 남수는 소매치기 생활을 접고 보도방을 운영하려는 참이다. 무명 연기자에서 일약 주목받는 신인으로 빅 점프한 강신효를 야외촬영이 이뤄지곤 하는 광화문의 한 고즈넉한 한옥카페에서 만났다.

◆ 작가의 우려 오기로 불식…소매치기 역할 위해 기술전수, 6kg 감량

“오디션 때 ‘잘 하는 게 뭐 있느냐’는 질문에 ‘뮤지컬을 좋아한다’며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을 불렀어요. 떨지 않고 당당하게 할 말 다 했거든요. 임태우 PD님은 솔직한 제 모습에 끌리셨대요. 대신 김운경 작가님은 ‘남수치곤 너무 잘 생겼다’며 그닥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셨대요.(웃음)”

오기가 생겼다. “언젠가는 좋아해 주시겠지”라고 마음을 다잡은 채 “멋스럽지 않게 연기해라”는 작가의 주문에 맞춰 머리를 만지지 않은 채 단색 의상 한두 벌로 촬영에 임했다. 대사 역시 감정을 집어넣으려 애쓰지 않고 최대한 무덤덤하게 한 호흡으로 처리했다. 1~2회 만에 OK 사인이 되돌아왔다.

▲ '유나의 거리' 속 남수로 변신한 모습[사진=JTBC 제공]

“남수는 소매치기 기술이나 싸움 등 특출나게 잘하는 건 없으나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죠. 홀어머니를 챙기면서 두 동생을 대학까지 보낸 착한 남자예요. 사랑 표현에 서툴긴 한데 할 말을 마음에 담아두고 끙끙 앓기 보다는 툭툭 다 드러내는 시원한 맛이 있어요. 유나와 창만을 향해서도 그러잖아요.”

소매치기 역할을 위해 전직 소매치기로부터 직업의 세계와 기술에 대한 과외학습을 받았다. 또 닭가슴살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6kg을 감량, 날렵한 턱선을 만들어냄으로써 남수와 싱크로율 100%를 완성했다.

“소매치기 기술을 배울 때 정장 재킷을 입은 채 상의 안주머니에 지갑을 넣고 지하철에 서 있는데 순식간에 없어지더라고요. 굉장히 놀랐어요. 10년 전까지만 해도 정말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하는데 그 이후 급속히 쇠락한 직업이죠. 경찰들도 조폭보다 소매치기를 더 악질로 여길 만큼 무서워했다고 해요.”

◆ 김옥빈과 함께 유일한 20대 배우인 ‘촬영장 막내’

직업이 범상치 않다보니 촬영 중 힘겨운 부분이 많았다. 지하철과 길거리를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포망마차 격투장면에선 피 흘리고 다치기 일쑤였다. 그래도 배우는 게 너무 많아 배가 부르다.

 

“청춘드라마에 출연하고 있었다면 모르고 지나갔을 게 너무 많아요. 촬영장에 나가 선배님들이 연기하는 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되거든요. 예를 들어 봉반장(안내상)과 유나가 차 안에서 대화하는 장면에서 안내상 선배님의 편안한 리액션을 보노라면 대사 외워서 처리하기 급급한 내가 배워야할 게 뭔지가 금방 나오잖아요.”

대선배들이 즐비한 촬영장의 막내이자 김옥빈과 함께 유일한 20대 배우다. 또래 배우가 없어서 외롭기는 하나 이희준과 김옥빈이 친구처럼 대해줘 마음 편히 지낸다. 처음 여배우 특유의 성격을 예상하며 긴장했던 김옥빈은 불평 불만이 없는 털털한 형과 같다. NG를 냈을 때 “모두 다 겪는 과정”이라며 다독여준다.

이희준은 촬영 때 너무 재미나게 연기해 카메라가 다른 인물을 잡고 있을 때 참았던 웃음을 토해내느라 곤혹스러울 정도다. 유일한 애로사항은 회식 때 장노인 역을 연기하는 대선배 정종준이 ‘좌 안내상, 우 강신효’로 자리를 지정하는 정도다.

◆ 연기 배우고자 ‘검색의 달인’ 등극…연기학원, 스터디그룹 전전

초등학교 시절 축구선수로 활동했으나 행복함을 느끼지 못했던 강신효는 별다른 꿈을 간직하지 않은 채 청소년기를 보냈다. 고2 무렵, 부모님께서 “계속 저러다 어른이 되면 나이키 가게 차려주고 살길 찾게 하자”라고 두런거리는 소리를 듣고는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여겨졌다.

 

어렴풋이 꿈꿨던 배우를 기억해내 연기학원을 검색, 집에서 먼 곳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몇 개월 배우다가 다른 학원으로 옮기고를 반복했다. 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 입학했으나 부족함을 느껴 연기 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며 레슨을 받았다. 그러던 중 아는 선배의 소개로 신연식 영화감독이 주관하는 연기 스터디 그룹에 들어갔다.

그 인연으로 2011년 영화 ‘러시안 소설’(지난해 개봉)의 주인공을 맡아 촬영했고 지난해 영화 ‘배우는 배우다’와 드라마 ‘아이리스2’에 조연으로 출연했다. 뮤지컬 ‘폭풍의 언덕’의 히스클리프 역을 맡았으나 막판에 작품이 엎어지면서 무대 데뷔는 좌절됐다.

“영화와 뮤지컬을 병행하는 조승우 선배처럼 되고 싶어서 지금도 틈틈이 보컬레슨을 받고 있어요. 8개월째 정통 성악발성 레슨 중인데 말하기가 편해지면서 대사, 호흡과 딕션이 좋아지더라고요. 또 남성적 매력이 강하면서 코믹한 연기에 능한 차승원 선배가 롤모델이에요. 지금은 선 굵은 남성적 캐릭터가 편하고 좋지만 가벼운 역할도 해보고 싶거든요.”

 

1주일에 4~5일을 ‘유나의 거리’ 촬영에 쏟아붓는 강신효의 올 여름은 그 어느 해보다 뜨겁다. 더위를 밀어낼 찬바람이 불어올 즈음, 사냥꾼 역할로 우정출연한 영화 ‘조류인간’이 개봉되고, 옴니버스 영화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학 3학년 2학기로 복학해 ‘열공’해야 한다. 쉼표 없는 행군이다.

[취재후기] 중학생 이후 줄곧 “나이 들어 보인다‘는 소리를 들었을 만큼 타고난 노안이다. 키(187cm)는 어렸을 때부터 컸다. 본인 역시 성숙해 보이는 게 좋았는데 아쉬운 점을 꼽자면 자기 나이 또래에서 가능한 청춘드라마나 학생 역할을 못해본 것이다. 실물은 생각보다 그리 노안이 아니다. 풋풋한 매력도 느껴진다. 단박에 스타가 되기보다 꾸준히 한 작품씩 하면서 대중에게 존재감을 알려가는 배우가 되고 싶단다. 60~70세까지 배우 활동을 하는 장노인 역 정종준처럼.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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