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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사라진 '영상미' 드라마 '겨울연가' 또 어디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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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사라진 '영상미' 드라마 '겨울연가' 또 어디 없소?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07.2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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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남이섬은 드라마 '겨울연가'의 주무대였다. 배용준과 최지우는 그곳에서 가슴 시린 사랑을 보여줬다. 그리고 남이섬은 한류열풍과 함께 외국인들이 찾는 드라마 명소가 됐다. 이렇게 남이섬이 뜬 데에는 그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방송 화면에 고스란히 담은 드라마의 영상미가 한 몫 톡톡히 했다. 탁월한 영상미의 드라마는 안방 시청자들을 감동케 했고 그곳으로 발길을 돌리게 하는 마력을 발산했다.

이처럼 대한민국 드라마계는 한때 영상미가 대세로 자리 잡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는 지금처럼 TV의 디지털화가 덜 진행된 상태였고 저마다 특유의 영상미를 통해 시청률 경쟁에 나섰던 시절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에는 빼어난 영상미를 앞세운 작품을 감상하기가 쉽지 않다. 몇 년 사이에 이렇게 변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 영상미 드라마 하면 역시 대표적인 작품이 윤석호 감독의 겨울연가다. 설원 위에 펼쳐진 드라마의 풍경은 한폭의 그림 작품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이 드라마는 일본 한류의 중심을 만들어 냈고 배경이 됐던 남이섬을 관광 명소로 만들기까지 했다. [사진=영화로 '겨울연가' 포스터]

◆영상미가 탁월한 드라마가 있던 시절

다수의 방송 관계자들에 따르면 영상미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의 등장은 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런 드라마가 나타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장비의 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90년대 중반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장비가 보급되면서 우수한 영상미의 드라마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2000년대 초반 시작된 윤석호 감독의 계절시리즈는('가을동화'(2000), '겨울연가'(2002), '여름 향기'(2003), '봄의 왈츠'(2006)(이상 KBS 2TV)) 는 그 인기의 정점을 찍었다고 할 수 있다.

계절시리즈는 드라마 내용을 이끌어가는 스토리나 구조 그리고 요즘 드라마들이 승부를 보는 소재 측면에서는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영상미만큼은 역대 우리나라 어느 드라마도 넘어설 수 없을 만큼 뛰어나 안방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특히 '겨울연가'의 경우 아름다운 영상미의 힘으로 일본 내 대한민국 한류 열풍을 만들어낸 주인공이 됐다. 일본인들은 설원 위에 펼쳐진 한 폭의 그림 같은 '겨울연가'에 열광했고 배용준과 최지우를 한류스타로 탄생시킨 데이어 남이섬도 드라마 명소로 만들었다.

윤석호 감독의 4계절시리즈는 '가을동화' '겨울연가' 이후 '여름 향기'와 '봄의 왈츠'로 인기를 얻으면서 영상미 드라마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여름향기' 역시 윤석호 감독의 영상미 드라마 사계절 시리즈의 한 작품이다. [사진=KBS 제공]

◆영상미 드라마가 점점 사라지는 이유

하지만 아쉽게도 영상미 드라마는 더 이상 꽃을 피우지 못한 채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토록 잘나가던 영상미 위주의 드라마들이 서서히 사라지게 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디지털 방송화와 소재중심의 드라마 등장이다.

우선 디지털 방송의 경우 2000년대 중반부터 HD TV 보급이 확산하고 2012년 결국 디지털방송 전환이 이뤄지면서 카메라 기법이나 색감 조절 등으로 영상미를 추구하던 드라마들은 서서히 경쟁력을 잃게 됐다. 기술의 진보로 다른 드라마와 차별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 CJ E&M PD 출신의 한 관계자는 "영상미 드라마가 서서히 자취를 감춘 것은 디지털 방송의 영향이 크다"고 말한 뒤 "디지털 방송이 생기면서 기존의 특수하다고 느껴지던 영상 기법들이 사장된 경우도 많고 시청자들은 이미 선명한 HD 고화질에 모두 적응이 되면서 영상기법이 들어있는 드라마는 무용지물이 됐다. 이런 이유로 시청자들도 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 가을동화는 윤석호 감독의 영상미 드라마 사계절 시리즈의 첫 시작이었다. [사진=KBS 제공]

실제로 윤석호 감독은 지난 2012년 영상미를 갖춘 드라마 '사랑비'를 세상에 내놨으나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했다. 오히려 내용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혹평을 받으며 5%대의 부진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디지털 고화질 영상 시대에서 차별성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기 드라마의 트렌드가 소재 중심으로 넘어간 것도 그것을 부추겼다. 요즘 드라마들은 '소재'싸움으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장르의 전쟁이다. 이는  디지털화로 인해 영상기법의 평준화가 이뤄지면서 새롭게 시도되는 장르나, 복합적 요소의 신 장르물이 드라마 경쟁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인기 드라마를 분석하면 그 현상은 뚜렷하게 드러난다. 외계인이라는 특수 소재를 다룬 '별에서 온 그대', 복합장르의 대명사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상 SBS 수목드라마) 등이 크게 히트친 것은 요즘 드라마의 인기 트렌드와 맞물린다고 볼 수 있다.

이들 작품들의 히트는 현재 드라마 시장이 완벽하게 소재 싸움에 몰두하는 상황을 만들었고 촬영가들의 힘에서 방송 작가의 힘으로 완전히 넘어갔다는 것을 증명한다.

예전 SBS의 한 관계자는 '너목들' 제작발표회에서 "'너목들'은 복합장르 드라마로 이런 새로운 형식이 우리나라 드라마를 바꿀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 '봄의 왈츠'는 윤석호 감독의 영상미 드라마 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KBS 제공]

◆ 우리는 영상미가 우수한 드라마를 보고 싶다!

하지만 안방 시청자들은 시대의 흐름이라고 해도 빼어난 영상미를 갖춘 드라마를 보고 싶은 열망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드라마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많은 시청자들이 예전 '겨울연가'를 떠올리며 이 같은 스타일의 드라마를 보고 싶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디지털시대에 영상미 드라마가 활로를 찾을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

베테랑 방송 조명기사 출신으로 소속사 대표를 역임하고 있는 이 모 대표는 "선명한 화질의 디지털 방송 시대인 만큼 예전의 화질을 이용한 영상미 추구는 힘들지만, 풍경과 배경을 완벽하게 배치하고 이들 구도를 맞추는 정밀하고 섬세한 작업 등으로도 영상미가 완벽한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그는 "이를 위해서는 비용과 시간 등이 많이 필요하므로 방송사의 소신과 관심, 그리고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아름다운 영상미의 드라마를 접하고 싶은 시청자들의 욕구를 풀어주기 위해서는 방송사들의 아주 특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과연 디지털 시대 이후 이를 극복하는 영상미를 담은 드라마가 다시 나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드라마전문기자 박영웅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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