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2:11 (금)
박지성의 뜨거웠던 58분, K리그에 남긴 마지막 선물
상태바
박지성의 뜨거웠던 58분, K리그에 남긴 마지막 선물
  • 홍현석 기자
  • 승인 2014.07.26 00: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기감 휩싸인 한국 축구에 5만 구름 관중 '선물'…생애 마지막 골까지

[상암=스포츠Q 글 홍현석·사진 노민규 최대성 기자] 박지성(33)은 역시 위대했다. 그리고 한국 축구 역사에 영원히 남는 '레전드'로 남았다. 단 한 차례도 K리그 팀에서 뛰지는 못햇지만 K리그에 큰 선물을 하고 떠났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5일 열린 '2014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 with 팀 박지성'에는 박지성의 마지막 경기를 보러 온 5만113명의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역대 올스타전 5위에 해당하는 관중이 운집한 이날 경기는 브라질 월드컵 졸전으로 인한 팬들의 실망과 한국 축구의 위기를 잊게 만들어줬다. 잊게 만들어준 것을 넘어 새로운 희망과 미래를 보게 했다.

박지성은 이틀 뒤인 27일 김민지 전 SBS 아나운서와 백년가약을 맺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마지막 경기를 보러 온 팬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역시 한국 축구의 아이콘다웠다.

▲ 박지성이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 with 팀 박지성’ 경기에서 주장 완장을 고쳐 매고 있다.

◆ 마지막일 것 같았던 전반 31분

‘영원한 캡틴’ 박지성은 이날 경기에 '팀 박지성'의 주장으로 선발 출전했다. 김재성(31·포항)과 함께 중원을 담당하는 한편 선수들을 독려하며 팬들에게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은퇴가 아까울 정도로 박지성은 경기 초반부터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전반 5분 중원에서 팀 K리그의 볼을 가로챈 후 주변에 있는 선수들에게 패스를 하며 몸을 풀었다.

그리고 전반 7분 오른쪽에서 올라온 코너킥을 강수일(27·포항)이 헤딩으로 골을 만든 후 결혼을 앞둔 박지성을 위한 골 세리머니가 펼쳐졌다.

모든 ‘팀 박지성’ 선수들이 하프라인에 모여 박지성을 위해 결혼행진 길을 마련했다. 그리고 그의 옆자리에는 김민지 전 아니운서가 아닌 K리그 최고령 선수인 김병지(44·전남)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선수들의 박수를 받으며 걸어갔고 김병지는 김치곤(31·울산 현대)에게 부케까지 던지며 박지성의 결혼을 미리 축하해줬다.

▲ 거스 히딩크(왼쪽) 감독이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 with 팀 박지성' 경기에서 박지성에게 꽃다발과 감사패를 전달한 뒤 안아주고 있다.

이에 대해 박지성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결혼할 사람이 아니어서 그렇게 좋다는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결혼해서 잘 살라는 의미로 했던 세리머니였기 때문에 그들의 뜻을 받아 잘 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반 31분 동안 열심히 뛴 박지성은 백지훈(29·울산)과 교체돼 물러났다. 박지성은 여전히 '두 개의 심장'다운 움직임을 보여줬고 팬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기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 후반 12분, 팬들을 위해 다시 돌아온 박지성 그리고 멋있는 마무리

후반 반전이 일어났다. 다시 그라운드를 뛰는 모습을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그를 후반 13분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우리의 곁을 떠날 것만 같았던 박지성은 마치 불사조처럼 그라운드에 돌아왔다. 물론 공식 경기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올스타전이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팬들은 다시 그라운드에 선 그를 위해 PSV 아인트호번에서 뛸 때 그의 응원가인 '위숭빠레'를 부르며 열렬히 응원했다. 이에 힘을 얻은 듯 박지성은 경기가 끝나는 후반 40분까지 열심히 뛰었고 후반 18분 골까지 넣었다.

박지성은 골문 앞에서 패스를 받은 뒤 팀 K리그 골키퍼인 이범영(25·부산)을 보고 침착하게 오른발로 4-4가 되는 동점골을 넣었다.

▲ 박지성이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 with 팀 박지성' 경기에서 동료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박지성은 득점에 성공한 후 2002년 한일 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선제골을 넣고 거스 히딩크(68) 감독에게 안겼던 그 세리모니를 재현했다. 그리고 많은 팬들은 골을 기록한 박지성을 향해 '사랑해'를 외치며 그의 골을 축하해줬다.

또 동료들은 박지성에 대한 축하도 잊지 않았다. 후반 26분 김현(21·제주)이 골을 넣고 선수들과 함께 박지성을 헹가래쳤다. 하늘 높이 떠오른 그는 마치 밤하늘의 빛나는 별과 같았다.

박지성은 하프타임에 K리그 올스타전의 백미인 이어달리기 이벤트에도 참여했다. 박지성은 팀 박지성의 A팀 첫 주자로 나섰지만 두 달 동안 운동을 하지 않았던 탓인지 꼴찌로 출발했다. 결국 박지성이 속한 팀 박지성 A팀은 1등을 하지 못했다. 1등은 이영표(38)가 속한 팀 박지성 B팀이 차지했다.

그리고 끝까지 경기장을 지킨 그는 이날 최우수선수(MVP)로 뽑히며 자신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박지성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선수들과 함께 K리그 올스타전에서 뛰게 돼 영광이었고 이렇게 많은 팬들이 마지막 경기를 보러 와줘서 감사했다"며 "이번 올스타전을 계기로 K리그가 좀 더 활성화 되기를 바란다"는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그가 K리그에 준 마지막 선물이었다.

toptorres@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