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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주찬옥과 노희경, 작가는 변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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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주찬옥과 노희경, 작가는 변화 중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7.31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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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그 작가 맞아?'

안방극장 수목드라마를 집필하는 주찬옥 작가(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와 노희경 작가(SBS ‘괜찮아 사랑이야’). 각각 30대, 20대의 패기 넘치는 작가로 활동하던 1990년대, 통속극이 넘쳐나던 그 시절, 인간 심리의 근원을 바라보는 통찰력과 시대와 동행하는 감각으로 젊은 시청자들로부터 추앙받았다.

섬세한 필체에 잔잔한 분위기의 감성 드라마를 담았던 주찬옥(56)은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1990)'. '고개숙인 남자(91)', '여자의 방(92)'으로 연타석 히트를 했다. 한 세대의 경계에서 새로운 감수성으로 내면을 채워가던 젊은 여성들과 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만틈 여성 심리묘사에 탁월하다.

사랑의 치유력과 가족애, 희망을 지독한 필치로 전한 노희경(48)은 인터넷이 확산하기 전인 PC통신 시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96), ‘내가 사는 이유’(97), ‘거짓말’(98),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99)를 통해 폐인을 양산했다.

▲ '운명처럼 널 사랑해' 극중 장면[사진=MBC방송화면 캡처]

달달한 로맨스로 판타지를 자극하고, 망가짐을 불사할 만큼 코믹한 상황설정이 필수인 로맨틱 코미디를 쓰리라곤 상상도 못했던 ‘느리게 걷기 달인들’이 빠른 호흡의 로코로 시청자와 마주하고 있다.

대만 드라마 리메이크작인 ‘운널사’는 평범하고 순진한 김미영(장나라)이 잘 나가는 남자 이건(장혁)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흔한 신데렐라 이야기다. 우연히 하룻밤을 보낸 두 사람이 속도위반으로 임신해 계약결혼을 한다는 파격적 내용을 폭소유발의 에피소드로 버무렸다. ‘괜사’는 강박증의 추리소설작가 장재열(조인성)과 유년기의 트라우마 탓에 불안장애를 지닌 정신과 의사 지해수(공효진)가 사랑으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스토리다.

완벽한 조건의 까칠한 남자와 빈틈 많고 인간적인 여자의 통통 튀는 로맨스, 우여곡절 끝에 이들이 진정한 사랑에 도달한다는 내용은 로코의 전형성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두 작가가 뻔한 요리방식에 갇혀있진 않는 듯 보인다.

코믹한 에피소드와 캐릭터 설정에 능한 조진국 작가와 공동 집필 중인 주찬옥은 빠른 속도와 코믹한 무드 속에서도 쉽게 휘발되지 않는 감흥을 불어넣는다. 원작에서 민폐 캐릭터에 가까웠던 여주인공 캐릭터를 충분히 공감가게 그려내는가 하면 드라마 구석구석에 박힌 가족애는 훈훈함을 안겨준다. 달팽이처럼 움직이던 시청률은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 지난주 두 자릿수를 찍은데 이어 30일 9회 시청률 10.2%(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했다.

▲ '괜찮아 사랑이야'의 극중 장면[사진=SBS방송화면 캡처]

‘그들이 사는 세상’ 이후 ‘빠담빠담’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이르기까지 김규태 PD와 호흡을 맞춰오고 있는 노희경은 ‘괜사’ 방영 직후 CF,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같은 뽀사시한 화면이나 산만한 전개로 인해 노희경 특유의 현실성 짙은 메시지가 실종됐다는 일부 비판의 십자포화를 받았다. 30일 방영된 3회 시청률은 9.1%(닐슨 코리아집계)로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지만 강박증이나 트라우마, 투렛 증후군 등 정신과 질환을 지닌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인의 마음의 병을 들여다보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개인의 취향이 바뀌어가듯 그 누구보다 자신이 발디딘 시대 그리고 대중과 긴밀하게 호흡하는 작가들의 변신 또한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익숙한 장르가 아닌 새로운 장르, 낯선 분위기에 도전장을 낸 두 작가는 꾸준히 진보하고 있다. 이들의 변화를 기다리며 지켜봐주는 건 그간 그들이 길어 올려줬던 즐거운 감상에 대한 예의일 수 있다. 시청자의 수근거림을, 아마도 주찬옥과 노희경은 즐기며 '시청'하고 있을 것만 같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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