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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슈퍼주니어' 외국인 헨리, 韓예능 역사 다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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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슈퍼주니어' 외국인 헨리, 韓예능 역사 다시 썼다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08.01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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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그동안 대한민국 연예계에는 외국인 출신으로 이름을 알린 연예인들이 꽤나 많은 편이다. 이들은 대부분 자칫 한국인 위주로 흘러가는 연예계의 밋밋한 분위기를 환기해 주는 정도의 임무를 수행했다. 쉽게 말해 예능 보조자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외국인 연예인들의 위치를 단숨에 바꿔놓은 무서운 인물이 있다. 바로 슈퍼주니어 멤버 헨리다. 현재 MBC 메인 간판 예능 '일밤-진짜사나이'에 출연 중인 헨리는 보조자 역할에 지나지 않던 예전 외국인 연예인들과 달리 프로그램의 중심적인 역할을 도맡고 있다.

캐나다 출신의 헨리는 어떤 행동이나 말을 했을 때 시청률이 요동칠 정도의 영향력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외국인 연예인이 있었던가? 사실상 헨리는 한국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연예인들의 예능 활동의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역사 탄생이다.

▲ 캐나다 출신의 헨리는 한국 군대문화를 다룬 예능 프로그램 진짜사나이에서 맹활약하며 일약 가장 잘나가는 외국인 연예인이 됐다. [사진=MBC '일밤-진짜사나이' 캡처]

어마 무시한 '헨리' 효과

헨리에 대해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는 지난 2008년 '슈퍼주니어-M' 데뷔 당시부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목할 만한 실력파 외국인 연예인'이라는 이야기만 들렸을 뿐,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못했다. 이른 데는 활동무대가 주로 중국이었다는 점과 외국인이라는 언어의 한계와  문화적 편견이 밑바탕이 됐다. 실제 슈퍼주니어 멤버들 중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헨리의 연예인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일이 벌어졌다. 바로 예능프로그램 '진짜사나이' 출연이었다. 헨리가 '진짜사나이'에 투입된 시기는 올해 초였다. '진짜사나이'의 기존 멤버였던 류수영, 손진영, 장혁 등이 빠져나가고 새로운 피로 수혈됐다.

헨리의 투입 소식에 처음에는 기대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오히려 헨리라는 인물이 너무 낯설어 제대로 된 캐스팅이냐는 의문의 목소리마저 나왔다.

때마침 '진짜사나이'는 진정성 논란과 식상해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서서히 내림세를 타고 있었다. 헨리로서는 여러 모로 좋지 못한 상황에서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 현재 헨리는 다양한 방송활동과 개인 음반활동을 해나가며 슈퍼주니어의 변방 멤버라는 인식을 씻어 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러나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대한민국 예능사의 큰 지각변동이라고 할 정도로 대반전이 일어났다. 그가 가지고 있던 엉뚱한 모습, 외국인으로서 한국 군대문화에 들어가 시행착오를 겪는 모습 등이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함과 충격으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헨리는 단숨에 '진짜사나이'의 관심 병사로 올라섰고 흥미를 잃어가던 프로그램을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른바 헨리 효과의 시작이었다. 헨리 효과는 무서웠다. 시청률 1위를 내주고 식상하다는 비난 속에서 죽어가던 프로그램이 된 진짜사나이가 다시 예능프로그램 왕좌를 차지하게 했다. 그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헨리를 통해 우리 군대 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엄청난 일들이다. 그동안 헨리만큼 우리 사회에 깊은 파급력을 가져온 외국인이 또 있었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 비록 초반에는 문제도 많았지만 이를 잘 극복한 헨리는 '진짜사나이'의 간판 스타가 됐다. [사진=MBC '일밤-진짜사나이' 캡처]

◆ '헨리 효과'의 원인

헨리가 한국 메인 예능프로그램에서 엄청난 파급력을 만들게 된 데는 그가 가진 음악적, 예능적 재주와 톡톡 튀는 매력이 한몫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헨리 효과'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그동안 국내 방송에 출연하던 '외국인' 들과는 접근 방식이 달랐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여전히 외국인들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존재다. 외모적으로나 의식적으로 거부감이 존재한다. 그러나 헨리는 달랐다. 같은 동양인의 외모를 하고 실수투성이에 어설프기까지 한 그는 한국인들도 힘겨워 하는 군대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앞서 '진짜사나이'에서 '뜬' 외국 연예인인 샘 해밍턴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30대 후반의 샘과 20대 헨리의 도전을 보는 시선은 다를 수밖에 없다. 결국 헨리의 반복되는 실수와 나약하지만 진정성을 가진 외국인이라는 느낌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이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헨리의 인기는 솔직히 그가 가진 음악적 능력도 능력이지만 어설픈 행동과 한국 군대문화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 등이 작용해 얻어낸 결과물 같다"고 평가했다.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새로운 예능史 쓴 헨리, 외국인 연예인 '방향성 제시'

'진짜사나이'의 영향으로 헨리는 현재 한국 연예계에서 가장 떠오른 스타가 됐다. 바이올린 신동의 면모는 그의 매력을 더했다. 개인 앨범을 내는 음악 활동 및 다양한 방송에 출연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슈퍼주니어 중국용 멤버라는 타이틀에 지나지 않던 그가 한국 연예계 중심부로 당당히 입성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런 사례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반짝인기를 얻고 호기심 정도에서 그친 기존의 외국인 엔터테이너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헨리는 외국인이지만 국내 기획사가 만들어낸 전문 연예인이라는 점, 웬만한 국내 연예인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헨리의 사례는 앞으로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혹은 활동을 하려는 외국인 연예인들에게 큰 방향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 더 나아가 한류의 영향으로 날이 갈수록 국제화되는 대한민국 연예계의 새로운 흐름을 예상케 하는 시금석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앞으로 헨리의 발전 및 활약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관심이 더욱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가 진정성 있는 연예 활동을 지속한다면 대한민국에서 최정상급 위치에 오른 외국인 연예인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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