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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원스' 뛰어넘는 감동선율 '비긴 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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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원스' 뛰어넘는 감동선율 '비긴 어게인'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8.0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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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스토리와 음악을 조화롭게 엮어내는 탁월한 연출력으로 ‘원스’(2006년) 신드롬을 일으켰던 존 카니 감독이 ‘다시 시작한다(Begin Again)’.

‘원스’가 더블린 거리의 악사와 러시아에서 이주해온 여인의 음악을 매개로 한 로맨틱한 애틋한 발라드였다면 ‘비긴 어게인’은 절망의 나락으로 추락한 음반 프로듀서와 영국 출신 여성 뮤지션의 희망찾기 송가다.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졌고, 캐릭터는 생동감이 넘친다.

 

20대 싱어송라이터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는 남자친구 데이브(애덤 리바인)가 메이저 음반사와 계약을 하자 뉴욕으로 오게 된다. 연인이자 음악 파트너로 함께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게 좋았던 그레타와 달리 스타로 입지를 굳힌 데이브의 마음은 어느새 변해버린다. 잘나가던 음반 프로듀서였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대박’ 음반을 터뜨리지 못해 해고된 중년의 댄(마크 러팔로)은 우연히 들른 바에서 막 실연당한 그레타의 범상치 않은 노래를 듣고 음반제작을 제안한다. 빈털터리인 두 사람은 뉴욕 거리 곳곳을 스튜디오 삼아, 세션맨들의 재능기부에 힘입어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한곡 한곡 녹음해 간다.

음악은 진정성이라고 주장하는 그레타는 예술의 이상향에 존재한다. 그에게는 연애도 마찬가지로 진심이어야 한다. 순식간에 스타로 제조되는 아이돌 그룹에 혐오감을 느끼는 댄은 실력파 뮤지션을 발굴하는 전통의 가치에 매달린다.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반면 데이브는 노래의 상업적 가치에 함몰된다. 딴 여자와 바람을 피우다 동지적 관계였던 애인과도 파경을 맞는다. 음악을 타고 사랑과 우정의 경계를 넘나드는 세 남녀의 관계는 자못 흥미롭다. 이들은 어느 순간 격렬히 사랑하고, 차갑게 헤어지며, 뜨겁게 상대를 받아들인다.

 
 

바람났던 아내와 헤어진 채 홀로 사는 댄은 열다섯 사춘기 딸 바이올렛(헤일리 스테인펠드)과도 데면데면하다. 하지만 그레타와 공동 제작하는 음반에 딸을 객원 베이시스트로 참여시키면서 소통을 이루고, 가정의 균열을 메우게 된다.

‘비긴 어게인’은 사랑과 우정, 가족애를 포진한 실내악의 다채로운 선율을 들려준다. 마크 러팔로와 키이라 나이틀리는 자신의 파트뿐만 아니라 앙상블에서도 부족함이 없다. 특히 근래 본 여주인공 캐릭터 중 가장 매력적인 그레타를 연기한 키이라 나이틀리의 노래까지 아우르는 연기적 성취는 대단하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노래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서정적인 가사의 메인 테마곡 ‘Lost Stars’(키이라 나이틀리 & 애덤 리바인 버전)를 비롯해 키이라 나이틀리가 청아하고도 담담하게 부른 ‘Like A Fool’ ‘Tell Me If You Wanna Go Home’ 등은 ‘원스’의 메가 히트곡 ‘Falling Slowly’와 비교했을 때 ‘다른 느낌, 같은 순도’다. 밴드 뉴 래디컬스의 리더 그렉 알렉산더가 음악감독을 맡아 작곡에 참여했으며, 영화 개봉에 앞서 공개된 OST 음반은 음원차트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귀가 즐거운 것만으론 부족했는지 이 영화는 인상적인 장면과 풍광이 쏠쏠하기까지 하다. 영화 도입부, 그레타가 바 무대에 올라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장면을 보여준 뒤 다시금 댄의 시점으로 드럼, 바이올린, 첼로 편곡을 더하는 판타지 장면이라든가 이어폰을 나눠 꽂은 채 뉴욕의 밤거리를 배회하다가 클럽에서 자신들의 음악선율에 맞춰 춤추는 장면 등은 매우 참신하다.

센트럴 파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바라보이는 건물 옥상, 타임스퀘어, 차이나타운, 지하철, 브루클린 브릿지 등 뉴욕의 명소를 감상하는 재미 또한 크다.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서 길거리 풍경을 바라보던 댄의 “음악을 만나면 시시하던 일상의 순간도 진주처럼 빛나게 된다”란 대사는 ‘원스’ ‘비긴 어게인’을 관통하는 음악의 마력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8월13일 개봉.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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