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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늦바람이 무섭다' 정의윤-김문호-오재일, 고교스타의 화려한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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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늦바람이 무섭다' 정의윤-김문호-오재일, 고교스타의 화려한 귀환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04.18 1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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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타격지표 선두권 달려…긴 터널 벗어나 잠재력 터뜨리는 3인방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고교야구를 뒤흔든 선수들 가운데 프로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받은 이들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프로와 아마추어의 벽은 늘 존재해왔다. 아마에서 성적이 프로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었다. 실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 맞아떨어져야만 프로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정의윤(30·SK 와이번스)과 김문호(29·롯데 자이언츠), 그리고 오재일(30·두산 베어스). 세 선수 모두 고교야구를 평정했던 스타들이다. 하지만 프로에서 좀처럼 주전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웃는 날보다 좌절에 빠진 나날이 훨씬 많았다.

▲ 홈런 생산능력에서 빼어난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정의윤. 현재 타점 단독 선두에 올라 있다. [사진=스포츠Q DB]

‘미완의 대기’로 끝날 것 같았던 이들의 야구가 화창한 봄날을 맞고 있다. 감독의 믿음 아래 꾸준히 기회를 보장받으면서 잠재력을 터뜨리고 있는 것. 각자 위치에서 최상의 성과를 올리며 팀의 상승세에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

◆ 타격-홈런-타점 수위권, 독보적인 페이스

독보적이다. 시즌을 시작하기 전에 절치부심하지 않는 선수가 있겠느냐마는 이들의 타격을 보면 정말 작정하고 올 시즌을 맞이한 것 같다. 타격 주요 부문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먼저 정의윤은 17일 kt 위즈와 경기에서 양 팀이 6-6으로 맞선 연장 11회초 결승 만루 홈런을 터뜨려 팀의 10-6 역전승을 이끌었다. 홈런 4개로 공동 2위이며, 타점 부문에선 19개로 2위에 6개 앞선 압도적인 1위다.

지난해 SK로 트레이드 되면서 14홈런을 폭발, 프로 첫 두 자릿수 홈런을 때린 정의윤은 올해도 연신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한 방이 있는 타자라는 점을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있다.

정의윤은 부산고 시절 무사 만루 상황에서도 홈런을 맞기 싫어 상대 투수들이 고의 4구로 걸렀다는 일화로 유명한 거포다. 그는 LG로부터 2차 1라운드(전체 3순위) 지명을 받으며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잠재력을 터뜨리진 못했다. LG 시절 가장 많은 홈런을 친 해가 데뷔 시즌인 2005년일 정도로 제자리걸음을 걸었던 그는 SK 유니폼을 입으면서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덕수정보고 재학 당시 청소년대표로 활약한 김문호는 정확한 타격을 갖춘 교타자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팀 내 4번 타자 출신으로 고교 타자랭킹 1위였던 그는 화랑대기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히는 등 타격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다.

하지만 프로 입문 후엔 ‘잭팟’을 터뜨리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100안타를 넘긴 시즌은 단 한 번도 없었고 규정타석 한 번 들지 못했다. 김주찬의 자유계약(FA) 이적 이후 롯데의 좌익수 부재를 해결할 수 있는 자원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 때문에 늘 어정쩡한 위치에 있었다.

▲ 롯데의 주전 좌익수 고민을 한방에 날려버린 김문호는 고타율을 유지하며 테이블세터로서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올해는 다르다. 타율 0.514(37타수 19안타)로 2위에 오른 김문호는 손아섭(21개)에 이어 최다안타 2위(19개)를 기록,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그간 약점으로 지적됐던 변화구 대처 능력이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가 수년간 고민한 주전 좌익수 문제도 김문호에 의해 말끔히 해결됐다.

야탑고 시절 거포로서 이름을 날린 오재일 역시 프로에선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현대에서 입단한 뒤 히어로즈-넥센을 거치면서 4시즌을 보냈지만 주전으로 도약하지 못했다. 결국 2012년 7월 이성열과 맞트레이드 되며 두산 유니폼을 입은 오재일은 잠실로 홈구장을 옮긴 뒤에도 외국인 타자와 플래툰 시스템으로 나서는 등 벤치에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김태형 감독에게 많은 기회를 받은 오재일은 14홈런을 치며 프로 첫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렸고 올해는 정확도에서 향상된 면모를 보이고 있다. 타율 0.516(31타수 16안타)에 2홈런 8타점. 타격 1위를 달리고 있는 오재일은 외국인 타자가 부진한 두산에 큰 힘이 되고 있다. 투수 친화적인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지만 갖고 있는 힘이 좋기 때문에 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도 노릴 만하다.

◆ 가장 큰 적은 '부상', 오버페이스는 금물

초반부터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이들에게 가장 큰 적은 무엇일까.

바로 부상이다. 갑자기 찾아오는 부상이야 어쩔 수 없지만 오버페이스로 인한 컨디션 저하나 부상은 매우 뼈아픈 일이다.

▲ 올 시즌 꾸준히 기회를 얻고 있는 오재일은 거포임에도 타격 선두에 올라 있다. [사진=스포츠Q DB]

김문호는 페이스가 매우 좋았던 2013시즌 40경기만 소화한 채 시즌을 접어야 했다. 주루플레이 도중 다리 부상을 입어 잔여 경기를 뛸 수 없었다. 2014시즌에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상당 기간 자리를 비워야만 했다.

오재일도 여러 차례 부상을 당했다. 허벅지와 옆구리 등에 문제가 생겨 시즌 도중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선수층이 두꺼운 두산이기에 부상은 곧 다른 선수에게 기회가 돌아감을 의미한다. 오재일이 시즌 끝까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부상 악령을 피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긴 터널에서 벗어나 모처럼 빛을 보고 있는 정의윤과 김문호, 오재일. 야구할 맛 나는 이들이 시즌 막바지에도 웃을 수 있을지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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