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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바보' 김효주, 19세 '골프 괴물' 메이저 퀸으로 진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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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바보' 김효주, 19세 '골프 괴물' 메이저 퀸으로 진화하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9.15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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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메이저 18홀 최소타에 세번째 최연소 메이저 우승…프로 데뷔 2년만에 대위업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골프 바보'가 '골프 괴물'이 됐고 드디어 '메이저 퀸'으로 진화했다. 오직 골프밖에 모르고 골프에 모든 것을 걸었던 소녀는 어느덧 한국과 일본, 대만 등을 휩쓸며 괴물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이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정상까지 올랐다.

김효주는 15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 레벵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 클럽(파71, 6428야드)에서 열린 2014 LPGA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325만 달러, 우승상금 47만5000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17번홀까지 카리 웹(호주)에 뒤졌지만 마지막 18번홀에서 극적인 대역전을 이루며 우승을 차지했다.

김효주는 올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온갖 기록을 새로 쓰며 세계 골프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일단 남녀를 통틀어 역대 메이저 18홀 최소타 기록이 김효주에 의해 만들어졌다. 종전 역대 메이저 18홀 최소타 기록은 2004년 브리티시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미네아 블롬퀴스트(29·핀란드), 2006년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로레나 오초아(33·멕시코)가 각각 세운 62타였지만 이를 한 타 줄였다.

이미 2012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산토리레이디스오픈 4라운드에서도 11언더파를 치며 61타를 기록한 적이 있다. 역대 두번째 61타였다.

또 김효주는 19년 2개월의 나이로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 2007년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모건 프레셀(당시 18년 10개월 9일)과 올해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자 렉시 톰슨(당시 19년 1개월 27일)에 이어 역대 세번째 최연소 메이저 퀸이 됐다.

무엇보다도 김효주의 메이저 대회 우승이 의미가 있는 것은 스타 기근에 허덕이고 있는 LPGA에서 10대 스타가 탄생했다는 점이다. 특히 백전노장인 웹에 17번홀까지 1타를 뒤지다가 18번홀에서 극적으로 뒤집기를 한 것은 전세계 골프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 아마추어 시절 '프로잡는 아마'…프로 전향 두달만에 우승

김효주는 여섯 살 때인 2001년에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당시만 해도 박세리(37·KDB산은금융그룹) 등이 위세를 떨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 역시 '박세리 키즈'라고 할만하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골프에 재능을 발휘한 김효주는 겨우 초등학교 6학년에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됐다. 중학교 3학년 때는 국가대표를 지내면서 어려서부터 아마추어 최강으로 군림했다.

아마추어 시절 별명은 '프로잡는 아마'였다. 대원외고 재학시절부터 프로대회에서 완벽한 리듬과 물 흐르듯 이어지는 부드러운 스윙, 정교한 샷으로 프로대회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2012년 4월 아마추어 초청신분으로 출전한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그는 한국과 일본은 물론 대만 여자프로골프에서 차례로 정상에 오르면서 '괴물'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2012년 10월 곧바로 프로를 선언한 김효주는 겨우 프로 데뷔 두달만인 12월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개월 11일로 프로 데뷔 최단기간 우승이었다.

지난해는 우승 없이 보냈지만 2013 시즌 대회로 치러진 현대차 중국여자오픈 우승 덕분에 신인왕에 오르는 등 대형 선수로 성장을 거듭했다.

올시즌은 김효주의 기량이 만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6월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과 지난 7월 금호타이어 여자오픈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한 김효주는 7월 한화금융클래식까지 정상에 오르면서 벌써 3승을 챙겼다.

올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상금은 8억1006만1923원으로 단연 선두다. 평균 타수(70.38) 역시 1위다.

이미 아마추어 시절 탁월한 기량으로 인해 프로에 데뷔하자마자 신인 최고 금액인 연 5억원에 롯데와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은 김효주는 아시아나항공과 헤지스, 요넥스, 던롭, 스윙잉스코츠 등 서브 스폰서까지 줄줄이 갖고 있을 정도로 비싼 몸값을 자랑하고 있다.

▲ 김효주는 노력과 재능, 강한 정신력까지 삼박자를 모두 갖춘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이제 19세에 불과한 김효주는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한국을 대표하는 톱 클래스 골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지애드 커뮤니케이션 제공]

◆ 재능과 노력, 강한 정신력 모두 갖춰

이미 어렸을 때부터 재능을 확인한 김효주는 노력과 강한 정신력까지 갖고 있어 골프 선수로 최적의 덕목을 갖추고 있다.

김효주는 오직 골프밖에 모른다. 쉴 때도 골프를 하루를 보내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 역시 골프 연습일 정도다. 그만큼 노력파다.

여기에 강한 정신력까지 갖추고 있다. '멘탈 스포츠'인 골프에서 강한 정신력을 갖고 경기에 임한다면 어떠한 어려운 순간도 헤쳐나갈 수 있다.

그의 강한 정신력은 바로 에비앙 챔피언십 마지막날 마지막 라운드에서 발휘됐다. 이날 김효주와 함께 챔피언조에서 라운딩을 펼친 선수는 웹이었다. LPGA 투어에서 통산 41승을 거뒀고 메이저 대회에서는 7승을 거둔 백전노장이다. 이미 2005년 명예의 전당에 오른 대선수다.

하지만 오히려 마지막에 무너진 것은 김효주가 아닌 웹이었다. 한때 3타차로 앞서고도 후반 웹의 추격에 17번홀까지 1타를 뒤졌던 김효주는 오직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했다. 반면 웹은 우승을 확정짓기 위해 다소 힘이 들어갔고 마지막 파 퍼트까지 놓치면서 역전패를 당했다.

역시 10대 때부터 대형 선수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미셸 위(25·미국)도 김효주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

미셸 위는 "18번홀에서 버디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정말 대단했다. 그의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장면이었다"며 "이런 일을 겨우 19세의 나이에 했다는 것도 놀랍다. 내년 LPGA 투어에서 김효주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매우 흥미로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효주는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18번홀에서 지면 완전히 진다는 생각이었다. 내가 골프를 하면서 최고로 긴장됐던 순간이었다"며 "17번홀까지 1타를 뒤졌기 때문에 18번홀에서 반드시 버디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얼마나 집중력있게 경기에 임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강한 정신력은 그의 긍정적인 마인드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미스샷을 하더라도 금방 잊어보리고 다음 홀에 집중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 역시 김효주만의 장점이다. 그렇기에 17번홀까지 1타를 뒤지고도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아야겠다고 집중했고 결국 이를 이뤄내는 능력을 선보였다.

이처럼 무서운 집중력을 보인 그지만 경기가 끝난 뒤에는 다시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대회 장소가 물로 유명하기 때문에 유독 물을 많이 마셨다는 김효주는 "이번 상금으로 엄마에게 고급 가방을 사드릴 것"이라고 웃었다.

김효주가 이제 갓 프로 2년차이고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는 점에서 어디까지 그가 발전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제 막 김효주의 시대가 열렸다는 점이다. 19세 메이저 퀸에게 세계 골프계가 집중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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