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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남상미① "'슬로우 비디오' 수미는 제 '얼짱 알바생' 시절 닮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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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남상미① "'슬로우 비디오' 수미는 제 '얼짱 알바생' 시절 닮았어요"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09.25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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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영화 ‘슬로우 비디오’는 동체시력이 뛰어나 남들이 못 보는 찰나까지 잡아내는 남자 여장부(차태현 분)와 그의 초등학교 시절 첫사랑 봉수미(남상미 분)의 이야기다. 자신의 장점을 살려 CCTV관제센터에서 일하는 장부가 수미를 다시 만나게 되며 일어나는 일들을 따뜻하게 담아냈다. 2012년 개봉한 ‘헬로우 고스트’의 김영탁 감독이 차태현과 또 한번 작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10월 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노민규 기자] '슬로우 비디오'의 10월 2일 개봉을 앞두고 23일 만난 남상미는 연신 웃는 얼굴이었다. 9월 초 종영한 KBS 드라마 ‘조선총잡이’ 속 ‘수인’의 처연한 모습과는 달랐다.

 

◆ ‘슬로우 비디오’는 바쁜 일상 속 휴식같은 작품

남상미에게 영화 ‘슬로우 비디오’는 촬영마저도 ‘힐링’이었다. 경북 문경에서 ‘조선총잡이’를 촬영하다 영화 촬영장으로 이동할 땐 “휴가가는 느낌”으로 떠났고 김영탁 감독과 차태현 등 합을 한 번 맞춰봤던 스태프들이 오랜만에 모인 팀이라 현장 자체만으로도 즐거웠다.

내용면에서도 그렇다. 슬로우 비디오엔 ‘빅재미’나 자극적인 장면 대신 소소한 재미와 감동이 있다.

“시사회 때 영화를 보면서 1시간 30분 동안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조선총잡이’가 끝난 직후 ‘슬로우 비디오’의 홍보에 들어가느라 지친 상태였는데 휴식을 취한 것 같았죠.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분들이 이 영화로 저처럼 위로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작년 드라마 ‘결혼의 여신’을 촬영할 때 ‘슬로우 비디오’의 시나리오가 들어왔다. 밝고 따뜻한 휴먼 드라마가 남상미의 마음을 끌었다. “시집생활에 시달리는 피폐한 상황에서 한 줄기 희망같은 시나리오”였다. 자극적이고 빠르게 흘러가는 것들 사이에서 보이는 ‘슬로우 비디오’의 훈훈함에 쉬지 않고 바로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남상미는 다음의 말로 ‘슬로우 비디오’를 소개했다.

“우연히 책장을 정리하다 빛바랜 사진을 발견했을 때 젖어드는 감성이 있잖아요. ‘슬로우 비디오’는 그런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예요. 더 늦기 전에 여유를 가지고 한번씩 스며들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 “‘슬로우 비디오’의 봉수미와 ‘얼짱 알바생’ 시절 닮았어요”

남상미가 연기한 봉수미는 뮤지컬 배우를 꿈꾸며 힘든 상황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인물이다. 소화하기 힘든 부스스한 긴 파마머리에 니트, 긴 치마 등 히피 옷차림이다. 그럼에도 수미는 너무나도 예뻐 보였다. 햇살을 받으며 웃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누가 봐도 예쁜’ 남상미가 연기해서일까.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달랐다.

“사실 ‘예쁘다’는 건 수미와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에요. 하지만 수미를 예쁘게 봐 주셨다면 자신의 꿈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긍정적으로 밝게 살아가는 모습에서 예쁨을 보시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런 수미의 긍정적인 모습은 남상미가 데뷔 전 대학교 앞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얼짱 알바생’으로 유명했을 때와 닮았다.

“그 시절은 제가 정말 열심히 살았던 때였어요. 힘들어도 잘 웃고 긍정적으로 열심히 하다보니, 얼굴이나 외적인 것보단 그런 기운 때문에 대학생 오라버니분들이 예쁘게 봐 주셨던 것 같아요.”

연기한 캐릭터 중 평소 모습과 가장 비슷한 인물이 수미일까? 남상미는 잠깐 고민했다.

“저는 수미가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제 측근들은 ‘조선총잡이’의 수인이와 더 가깝대요. 저도 의외라서 ‘왜? 수인이는 똑똑한데?’ 되물었죠.(웃음) 저와 수미의 가치관이 비슷해요. 조금은 독특한 듯하지만 정도를 지키는 한에서 힘든 걸 긍정적으로 풀어내죠. 빚 독촉에 시달리면서도 길을 걷다가 혼자 춤도 춰 보고 하는 장면같은 거요.”

힘든 삶이지만 즐겁게 살아가려는 수미처럼 남상미 역시 긍정적으로 살려 노력한다.

“스트레스를 잘 안 받아요. 대신 ‘다들 이유나 사연이 있겠지’ 생각해요. 저는 잠깐 생각을 바꿀 뿐이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많은 측면에서 이해가 되더라고요. 만약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해도 친구들 만나서 술 마시고 수다떨면서 금방 풀어요.”

극중 수미도 술을 마시고 신나는 장면이 있다. 취중의 남상미의 모습을 알고 있는 제작진들은 극중에서도 평소의 모습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음주 상태로 찍으면 좋겠다는 감독의 말에 술을 마시고 촬영에 들어갔다.

“그런데 대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집중하게 되니까 아무리 마셔도 안 취하더라고요. 평소 양이라면 벌써 취했어야 했는데. 그러다가 촬영 끝물에 갑자기 취해서 태현 오라버니가 ‘괜찮아? 물로 바꿔야 할 것 같은데’ 걱정해 주시고.(웃음)”

 

◆ 아이컨택 없는 연기 어려웠지만 ‘놀다 갔던’ 촬영장

극중 여장부는 동체시력이 너무 뛰어나 선글라스를 낀 모습이다. 그를 상대로 감정 연기를 해야 하니 어려움이 있었을 터다.

“원래 연기할 때 아이컨택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카메라 앵글적인 문제로 눈을 맞추지 말고 다른 쪽을 봐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도 ‘눈을 안 보면 집중을 못 하는 스타일’이라고 단호하게 말씀드리곤 했었어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번 영화는 선글라스로 가린 눈을 보면서도 몰입이 잘 됐어요. 어떤 장면이든 너무 잘 놀았어요. 제겐 특별한 경험이죠.”

촬영장에서 ‘놀았다’고 표현하는 건 그녀 스스로와 김영탁 감독의 표현이다. 그만큼 ‘슬로우 비디오’를 편하게 촬영했다. 촬영 안팎의 모습이 똑같았던 것.

“어떤 배역이든 캐릭터를 표현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의무가 있는데 수미는 감독님이 그런 걸 내려놓고 하길 원하셨어요. 그래서 정말로 편하게 내려놓고 촬영했어요. 나중엔 감독님이 ‘너 현장에서 그냥 놀다 가지?’ 농담하실 정도로.(웃음) 그런데 배우가 현장에서 놀다 간다는 것만큼 좋은 게 어딨겠어요.”

잘 빗겨지지 않을 것 같은 긴 파마머리에 펑퍼짐한 의상 등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 너무나 많았다. 색조화장도 없었고 남자 배우들 메이크업하듯 했다.

“원래 촬영 메이크업을 하면 화장이 지워질까 얼굴도 쉽게 못 만지거든요. 표현에 한계들이 있죠. 그런데 수미를 연기하면서는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까 연기하는 맛이 좀 더 났어요. 그런데 이 머리, 실제로 해보니까 너무 편하고 좋아요. 제 안의 자유인의 본능을 수미가 건드려준 것 같아요. 이 머리 한번 해보세요. 되게 편하다니까요?(웃음)”

이번 영화에서 남상미는 노래에 도전하기도 했다. 오디션을 보러 가던 도중 수미는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한다. 곡명은 ‘참 예뻐요’.

“제가 모든 노래를 동요화시키는 재주가 있어요. 정말 다양한 노래를 하나같이 동요처럼 불러요. 그래서 같이 노래방 간 친구들이 재미없어하죠. 이번 노래도 너무 동요처럼 부른 건 아닌가 싶어요. 그렇게 레슨을 받았는데도, 제 한계더라고요. 일부러 원곡을 안 듣고 있다가 저번주에 들어봤는데 제가 부른 곡과 같은 노랜지 몰랐어요. 그제야 걱정이 되더라고요. 굉장히 큰 잘못을 한 건 아닌가 하고. 느낌이 너무 달라요. 원래는 뮤지컬 중 프로포즈 부분에 쓰이는 곡이래요. 그런데 제 노래를 어디 프로포즈에 쓰겠어요.(웃음)”

남상미는 걱정을 표했지만 유려하지 않아 꾸밈없는 노래는 오히려 장부와 수미의 순수함을 보여주는 데 도움이 됐다. 극중 서른으로 등장하는 두 사람이 그보다 더 어린 느낌을 주는 데도 한 몫 했다.

 

[취재후기] 보는 것만으로 기분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 남상미가 그랬다. 예쁘게 접히는 눈웃음과 입가의 미소를 보면 따라 웃지 않을 수 없다.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자 그 기분은 더욱 커졌다. 인터뷰 내내 연신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리며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그녀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슬로우 비디오'의 수미는 극중 서른이지만 그보다 더 앳되고 순수한 느낌이 있다. 남상미의 긍정적이고 순수한 측면이 투영됐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총잡이'의 수인과는 완전히 다른 발랄함과 사랑스러움을 보여주는 수미, 그리고 남상미 본인도 위로받았다는 영화가 궁금하다면 '슬로우 비디오'를 권해 본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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